[전자책] [고화질] 21st Anniversary down 아이실드 21 BRAIN×BRAVE
무라타 유스케 지음, 이나가키 리이치로 원작 / 대원씨아이/DCW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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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이실드 21의 21주년을 기념하여 나온 책이다.

이와 비슷한 걸 찾자면 강철의 연금술사 20주년 기념판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정작 내용은 다른 만화가의 축전과 대담 내용을 빼면 기존의 그림을 짜집기한 자질구레하고 불필요하며 궁금하지도 않은 내용들과 대학시점의 시합을 하나 다루는게 고작이다.


21주년 기념판이면서 부분적으로는 가이드북처럼 자질구레한 본편의 정보를 넣고 있는데 이를 신문에 실린 기사 형식으로 레이아웃을 짜서 넣어 놨다.


그런데 대체 어떤 놈이 이따구로 한건지 패주고 싶을 정도로 화딱지가 날 뿐이다.

이 책에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기사 형식으로 사용하는 레이아웃은 던전밥 월드 가이드 모험자 바이블과 유사한 레이아웃을 쓰지만, 문제는 가독성을 위해 3단 형식으로 끊은 던전밥 가이드북과 달리 이 책은 4단 형식으로 끊고, 그 외의 레이아웃 형식들도 4단 형식으로 끊은 페이지의 폰트 크기와 같은 크기로 글자를 빼곡하게 집어넣고 있기만 하여 가독성이 더럽게 안 좋다.

던전밥 가이드북도 처음 봤을 때는 일본에서나 익숙한 방식의 레이아웃이라 좀 읽기 불편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아이실드21주년판은 그보다 더 심하게 보기 불편하다.


문제는 보기 불편할 정도로 활자를 빼곡히 집어넣었으면 좀 유용한 내용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아이실드21 본편을 본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거나,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쓸모없는 내용에 심지어 본편만이 아닌 기념판에 수록된 만화의 이미지도 재탕해서 페이지를 날로 먹는게 대부분이다.


어차피 이 책을 구매 할 사람이라면 이미 아이실드21을 본 팬이거나 호감이 있어 책을 구매 할 사람들일텐데, 당연히 새로운 내용이나 혹은 좀 흥미로운 정보를 담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진짜 진짜 쓰잘데기 없는 정보들로만 가득해서 대체 어떤 멍청한 인간이 이딴걸 보고 싶어한다고 생각했는지 정말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강철의 연금술사 20주년 책이 그리 만족스러운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본편에서 볼 수 없었던 내용이나 미디어믹스에 사용된 자료 등을 볼 수 있어 새로운 내용 또는 공개되지 않았던 정보나 일반적으로 접근하기 힘든 내용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고

던전밥 월드가이드북의 경우 본편에 수록되지 않은 자잘한 내용 및 세세한 설정과 타임 라인과 각종 데이터들 및 프리퀄,시퀄의 이야기도 다루며, 판촉을 위해 그린 일러스트들을 담아내는 등 독자가 무얼 보고 싶어 했는지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 아니 이 데이터 낭비 불쏘시개급의 기념판은 본편 내용 울궈먹기와 다른 만화가들의 축전으로 대부분의 페이지를 때우며 아이실드21의 팬들을 위해 새롭거나 혹은 본 적 없는 비하인드 일러스트나 공개되지 않은 세세한 설정 따위는


단 하나도 없다.


이딴게 21주년 기념이라고? 이딴걸?


난 지금까지 카도카와나 스퀘어에닉스가 무능한 출판사라 생각했었는데, 정작 카도카와의 던전밥이나 스퀘어에닉스의 강철의 연금술사 기념판과 가이드북을 보면 이젠 절대 그런 소릴 못 하게 생겼다.


강철의 연금술사 20주년 기념판이 246페이지고

던전밥 가이드북이 259페이지다

쿠이료코 데이드림 아워는 237페이지고



근데 이 아이실드 21주년 기념판은 꼴랑 182페이지며, 내용은 본편 짜집기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수준의 안 봐도 그만인 책이다. 페이지를 하나 하나 따져가며 얼마나 페이지를 낭비하고 본편 내용을 울궈먹고 쓰잘데기 없는 것들만 넣었는지 따져보려고 하면 눈물부터 나올 지경이다.

그나마 본편 짜집기가 아닌 다른 만화가들의 축전은 너무 지나칠 정도로 많아서 오히려 균형을 해치는 상황이다. 정작 원작자의 그림은 이 책에서 새로운게 거의 없는데, 원작자도 아닌 다른 사람들이 따라 그린 그림이 원작자가 새로 그린 그림보다 더 많으니 이게 대체 뭘 위한 21주년인지 알수가 없다.


정말 아이실드21의 찐팬이라서 이딴 쓰잘데기 없는 내용으로 가득한 책이어도 나와준 것 만으로도 고맙고 구매하겠다면 딱히 구매를 만류 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최소한 이 책을 사기 전에 뭔가 바라는거나 이 책에 있었으면 하는게 있는 사람이라면 추천하지 않는다.


아무리 재미없고 망한 만화를 구입하더라도 긍정적인 마인드로 와 세상에 이렇게 재미없는 만화도 다 있네 라며 보관 해 뒀다가 나중에 비교를 하던지 분석을 하던지 어따 쓸데가 있겠거니 하며 수집 하는 걸 마다하지 않는 나조차도


이 책은 격하게 환불 마렵다. 뭔 내용이 있어야 좀 수집의 가치가 있지. 아무 내용도 없고 본편 내용을 짜집기 한게 전부인데 이 페이지에 이 내용에 이 가격을 받는다고?


내가 던전밥 월드가이드를 사고 나중에 완전판으로 나온걸 또 샀어도 이 정도로 돈 아깝단 생각은 안 들었고, 세트 할인으로 예전에 구매한 책을 중복 구매하게 되어도 이 정도로 돈 아깝단 생각이 든 적은 없었다.


아니 진짜 21주년이면 차라리 기존에 냈던 초선수열전이나 제대로 완전판으로 내 놓던가, 아니면 일러스트 모음집인 field of colors를 e북으로 내던가 할 것이지 이건 대체 뭐하자는건데?


만약 설정집을 찾는거라면 예전에 일본에서 나온 초선수열전이 있지만 그건 던전밥 월드가이드 미완전판처럼 연재 중간에 내서 모든 정보가 제대로 담겨 있지는 않고, 일러스트집을 찾는다면 field of colors가 있긴 한데 이걸 e북으로 내줄지는 미지수다. 뭐든간에 그 둘 중 하나를 찾는 사람이라면 설정집도 아니고 일러스트집도 아닌 이딴걸 나처럼 구매하는 실수를 하질 않길 바랄 뿐이다.


차라리 아마존 구매 리뷰를 먼저 확인 했어야 했는데... 진짜 돈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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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화질세트] 플루토 (총8권/완결)
데즈카 오사무 / 서울미디어코믹스/DCW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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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만화의 신으로 추앙받는 데즈카 오사무의 철완 아톰, 그 철완 아톰 중 에피소드 '지상 최대의 로봇'을 우라사와 나오키의 방식으로 재구성한 만화 플루토.


개인적으로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는 별로지만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는 좋아해서 구매하게 되었다. 다만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의 스타일에도 단점은 있는터라 어느 정도 호불호가 갈릴 것은 주의하고 있었는데 정작 내용을 열어보니 데즈카 오사무의 단점과 우라사와 나오키의 단점이 증폭된 그런 느낌이다.


일단 이 만화를 추천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본다면 그리 추천하기는 어렵다. 우선 이 만화가 철완 아톰을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 이해가 쉬운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작품에서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각자 캐릭터를 충분히 소개하고 각인시켜주지 않는다. 스토리에서 툭 튀어 나올 뿐, 그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인지 알려주는 요소가 적다. 얼마나 강한지 얼마나 똑똑한지 얼마나 유능한지 등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점은 없다. 소속된 국가의 정체성도 슥 지나가는 정도 뿐이라서 집중해서 기억하지 않으면 어느 나라의 캐릭터인지도 망각하기 쉽다. 원작에서도 국가별 특징은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후술할 요소 때문에 플루토에서는 그리 쉽게 넘어갈 부분은 아니게 된다.

아톰을 본 적 없는 사람 입장이라면 이건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한다. 설령 아톰을 봤어도 해당 에피소드인 '지상 최대의 로봇' 에피소드를 본 적이 없으면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단지 이것만이 아니라 이 만화를 그린 우라사와 나오키가 해당 에피소드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이라크 전쟁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이 또 하나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2001년 9.11테러를 기점으로 미국 내에 복수에 찬성하는 여론이 들끓었고 당시 대통령이던 부시가 2003년에 이라크 전쟁을 시작하였지만 문제는 그것만으로는 명분이 충분치 못 하여 이라크가 대량 살상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하여 전쟁을 시작했으나 조사에 의하면 그런 것이 없다고 드러나 명분을 잃은 것 뿐만이 아니라, 초기 이라크전 자체는 빠르게 끝났지만 후세인 정권 붕괴 후 이라크 내 내전이 발생하고, 친미 성향 정부를 만들기 위해 내전에 협력하던 것이 장기화 되어 초기 이라크전 보다 더 큰 손실을 내고도 테러범들은 분산되어 문제가 더 다양해진 흑역사이다.

문제는 이 이라크전을 소재로 삼으면서 제대로 옮겨내지 못 했고, 내가 일본의 서브 컬쳐의 특징 중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한 전형적인 착한 일본인을 연기하는 투의 순진해빠진 결론으로 치닫는 점이 대단히 거슬리는터라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추천을 할 수 없는 만화가 되고 말았다.


우선 이라크전을 소재로 삼기에는 철완 아톰이라는 원 재료가 대단히 안 어울리는 재료인데, 이걸 어거지로 섞으려다 보니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난다.

뭐부터 이야기 해야 하나. 일단 이 만화의 결론인 증오는 아무것도 낳지 않는다부터 지적해야 겠다.

증오는 아무것도 낳지 않는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게 이 만화의 후반부 주요 내용인데, 문제는 모티브가 된 이라크전을 돌이켜 보면 증오 멈춰 식으로 정리 될 수준의 이야기가 전혀 아니었다.

당시 미국의 쌍둥이 타워가 비행기를 이용한 자폭테러로 무너졌다는 뉴스를 봤을 때 매우 충격적이었다. 이유는 먼 나라의 이야기로 느껴졌던 테러가 거리감을 좁혀 가까워졌다는 사실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테러가 현실로 다가왔고 언제 우리에게 다가올지 모른다는 불안이 커져만 갔다. 미국 입장에서는 물론 증오의 감정도 중요했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같은 일을 또 당할수가 있다는 사실이다. 이게 단순히 자폭테러를 감행 한 것이 아닌 무역센터와 국방부인 펜타곤을 노리고 시전을 한 경제 및 안보를 무너뜨리기 위한 명백한 테러였기 때문에 같은 목적에서 또 발생 할 가능성이 높은 문제였다.

따라서 미국 입장에선 테러 재발을 막아야 하지만 전쟁까진 명분이 약했는데 문제는 이때 반미 국가나 테러 단체조차 우리가 한게 아니다 라며 몸을 사리고 있던 도중 후세인이 미국을 향해 조롱을 했고, 안 그래도 수천명의 사상자와 피해를 보고 ptsd도 심한 와중에 조롱을 당하니 당연히 화살의 방향이 후세인을 향할 수 밖에 없었고, 명분도 어떻게든 구실을 만들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웃기게도 미국이 원했던 명분 중 상당수는 이라크 망명자들이 미국이 원하는 이야기를 거짓말로 계속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물론 조작된 증거와 상충된 증거가 나오긴 했지만 정작 진짜 증거는 명분을 위해 고의로 무시되었다.

차라리 증오는 아무것도 낳지 않는다고 주장을 할거라면 이 부분을 더 깊게 파고 들었어야 했는데, 앞서 말한 이라크전과 철완 아톰이 대단히 안 어울리는 소재이기에 여기서 문제가 나온다.


작중 이라크와 미국을 은유하는 페르시아와 트라키아 합중국의 관계 부터가 엉망인데, 플루토에서 페르시아 왕국은 강대한 로봇 문명으로 표현된다. 그냥 강대한 로봇 문명이 아니라 2권 59페이지에서 설명하기를 독재하에 민중은 억압받고 로봇들도 권리조약에 위배되는 처우를 받고 있으며,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여러 인접국가의 국경을 침범하여 중앙아시아를 수중에 넣으려고 하고 있었다 라고 나온다. 여기서 트라키아는 대량 살상로봇 제조 금지조약을 주창하고 이를 바탕으로 페르시아에 대량 살상 로봇이 있다고 주장하나 수많은 로봇의 잔해를 발견 했을 뿐 대량 살상 로봇은 없었다고 나온다.

이라크전에서 명분이 없었던 점을 빗댄것 같지만, 대량 살상 로봇을 마치 핵이나 생화학 무기에 빗대기에는 지극히 무리가 있다.

우선 로봇 문명이었던 페르시아의 로봇 군대를 박살낸 것은 각 국의 최강 로봇 7체 중 그마저도 전부가 아닌 몇대의 로봇이 수천이 넘는 로봇을 박살내었기에 대량 살상이라는 개념을 본다면 오히려 이쪽이 더 위험한 존재에 가깝고 실제로도 참전을 거부한 엡실론의 능력이 이에 해당되기도 한다. 대량 살상 로봇을 막기 위해 대량 살상 로봇이 투입된 케이스이나 이는 끼워 맞추기에는 무리수가 있다.

일단 이라크전에는 우리 한국도 파병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명분 없는 전쟁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눈치를 보며 최대한 전쟁과는 상관 없는 일을 하려 했고 파병인원도 많이 보내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플루토에서 미국으로 표현되는 트라키아는 정작 7대 로봇에 준하는 로봇이 없고 국력이 강한지 무슨 다른 강점이 있는지를 표현하지 않았고 왜 핵 억지력이나 다름 없는 로봇들이 타국이 벌인 전쟁에 참여 하였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질 못 한다. 이라크전을 미국의 힘만으로 끝내버린 것과는 반대로 플루토에서는 트라키아만의 힘이 아닌 타국의 힘을 빌려야 했는데 이 부분이 논리적이지 못 한 것이다.

또한 대량 살상 로봇이란게 단 한대의 작은 인간형 로봇으로도 가능한 세계관이기에 대량 살상 로봇이 있었다 라는 증거는 핵무기 제조시설이나 핵 운반 기록과 같은 증거처럼 남기에는 무리수가 있고, 실제로도 대량 살상 로봇은 아니지만 척박한 땅을 바꾸려고 만든 거대 로봇을 정작 조사단은 그 커다란걸 찾지도 못 했고 이후 반양자 폭탄으로 탈바꿈 하는 것도 전혀 알지를 못 했으니 당시 이라크전이 명분이 없었음을 빗대어 표현하기에는 수많은 부분에서 논리적 결함이 드러난다.

또한 이 만화는 철완 아톰이기에 인간과 로봇 사이의 갈등도 포함하려 하는데 문제는 페르시아와 트라키아 사이의 전쟁에서 가장 많이 죽었다고 표현해야 하나 가장 많이 사라진 것이 로봇이고, 민간인 피해도 물론 있기는 하지만 정작 참전한 강대국 로봇은 전쟁에 의한 ptsd 외에는 피해가 없는걸로 나온다. 전쟁을 로봇이 하는 세계관에서 인간이 입은 피해는 경미한 편이고 상당 부분의 피해는 로봇이 겪는 흐름을 보면서 이 이야기에서까지 인간과 로봇의 갈등을 다룰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심지어 인간들과 마찰을 겪는 로봇들은 전쟁과는 상관도 없는 대수롭지 않은 이유들로 무시 당하거나 공격 당하는데 증오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 속에서 이 요소들은 증오와는 그리 중요하게 얽힌 점도 아니다. 원작의 철완 아톰이 그런 갈등 요소를 가지고 있긴 하나 철완 아톰의 에피소드와는 다른 우라사와 나오키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가는데도 지나치게 데즈카의 방식에 얽매인게 흠이다.

그리고 이라크전은 앞서 말했듯이 미국이 자폭 테러를 당해 민간인 피해자가 생겨난게 시작이 된 원인인데, 플루토에서는 오히려 이라크로 표현되는 페르시아가 진정으로 나라를 살기 좋게 만들려 했다던지 나쁜 의도는 없었다던지 식으로 피해자인것처럼 묘사된다. 물론 만화의 감성 팔이를 위해 피해자 하나 정도는 만들어야 했을거고, 로봇들 다 쳐죽이고 다니던 7대 로봇이 무작정 피해자로 표현되기에는 무리수가 있었을테니 7대 로봇이나 그 로봇의 가족이나 사하드 등등 피해자를 여러 군데 나누어 분산 배치를 하며 감성팔이를 하고 있다. 문제는 작중 로봇들의 처우가 감성팔이를 하기에는 그리 대단하질 않기에 아무리 불쌍하고 처량하게 사라져 가도, 그저 기계가 멈춘 정도의 느낌 밖에 없다. 생명이 멈추면 그걸로 끝인 인간과 달리 수리를 통해 회복이 가능하고, 저장장치를 통해 기억을 옮길수도 있으니 작중 로봇이 아무리 많이 사라졌거나 전쟁으로 인한 ptsd를 로봇이 겪는다 해도 그 무게감이 인간이 겪는 것과는 가벼울수 밖에 없어, 전쟁과 로봇이 하나로 엮였다고 해서 시너지를 내거나 작품의 메세지가 절박하게 전달되지는 않는 점이 문제다. 오히려 더 강하게 전달하고자 했다면 조사단이었던 인간 피해자들에게 보다 더 주목했어야 했다.


불특정 다수를 끌어 들였던 현실의 자살 테러와는 달리 플루토에서는 대상만 쏙쏙 뽑아내 주변에 피해가 없이 보복을 완료하는데 증오는 아무것도 낳지 않는다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신사적이라 헛웃음이 날 정도다. 악당이 목표 이외의 피해를 내지 않는 방식의 표현은 의도적으로 악당이 악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악행을 과장 하지 않는 방식인데, 물론 그 안에 존재하는 사하드는 악인이 아니지만, 조종당하고 있다고는 해도 사하드의 입장과 위치는 해당 세력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지닌다. 그런데 현실에서의 수많은 피해자를 낸 테러행위와 매칭이 되지 않는 작중의 테러 행위는 마치 의도적으로 본질을 호도하고 거짓말을 하려는 느낌까지 든다.


애시당초 민간인 피해는 있었으나 로봇이 제일 많이 죽어나갔고, 그 로봇조차 단순 로봇인지 ai가 있는 로봇인지도 명확하지 않은터라 작중에서 인간 특히 관계없는 민간인의 피해는 거의 없고 오히려 인간이 관계없는 민간인도 거리낌 없이 휘말리게 하려 한다던지 등으로 플루토는 각각의 인물들을 대단히 이상한 방식으로 표현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집필 중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작가의 성향이 전쟁을 공정하게 묘사하기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고 전쟁의 참혹함을 표현하기에도 매우 부족할 뿐이다.

전쟁의 참혹함을 표현하고 싶었다면 이야기가 좀 더 명확해야 하는데 우라사와 나오키의 특징인 명확함이 없는 표현이 문제가 되는 것 뿐만이 아닌 인간 피해자와 로봇 피해자 그리고 로봇을 경멸하는 인간측이 가지는 로봇에 의해 사망한 가족의 이야기까지 담다 보니 이야기가 진짜 끝없이 산으로 간다.

반전 메세지를 담는 것 까진 좋은데 정작 현실의 이라크전을 모티브로 해 놓고는 이라크전 이야기를 제대로 담지도 못 했으며, 반전과 증오 멈춰를 담아 놓고 그 메세지를 누구에게 향하고 있는지도 모호하게 표현하는터라 설득력이 없다. 심지어 이게 일본에서, 전범국인 일본에서 핵 두발 맞고 국민들 다 죽어나가도 전쟁을 멈출 생각조차 안 하며 증오를 퍼트리던 입장이었던 일본에서 증오는 아무것도 낳지 않아요 라고 하는 점에서 설득력이 아예 없다시피 하며, 9.11테러의 원흉인 빈 라덴이 소련 아프간전 중 소련을 막기 위해 미국이 지원하던 무자헤딘 출신이며 소련이 사라진 뒤 새로운 대상이 필요하던 중 미국이 타겟이 된 것이다보니 단순히 증오만으로 이 사단을 만들었다고 한마디로 일축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 복잡한 걸 마치 방구석에서 tv보듯 단순하게 증오는 아무것도 낳지 않아 라고 하니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는다.


또한 ai에 대한 관점이 상당히 구시대적 sf에 의존하는데 물론 이 만화가 2003년부터 시작하여 2009년에 끝나 버렸으니 2016년 알파고 대 이세돌의 대국 이후로 발전한 ai를 본 적도 없으니 그런거겠지만, 지나칠 정도로 고리타분한 ai관이라 현 시대에서 공감하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는 것이 시대의 흐름으로 드러나는 단점이다.


플루토에서 인공지능은 거짓말을 못 하고 정직한 것 처럼 보이지만, ai 발전 과정 중 ai는 게임에서 지지 않으려고 일부러 버그를 이용하거나 교착 상태를 만들기도 하며, 현재 ai들 상당수가 있지도 않은 답을 내놓는 등 거짓말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기도 하다. 마치 ai라면 이래야 해 이러면 안 돼 식으로 옛날에 만들어진 고정 관념에 그대로 머물며 진짜 ai가 존재한다면 어땠을까? 를 전혀 보여주지 못 한다. 사람의 행동을 모방하거나 사람처럼 전쟁의 ptsd가 있다던지, 삭제된 기억으로 악몽을 꾼다던지 하는 표현이 나오나, 실제 ai와 대화하다 보면 몇단계 전 물어본 내용도 기억 못 하는게 대부분이라 ai는 기억을 잊을 수 없다거나 ptsd를 겪는 표현이 그저 우습기만 하다.


물론 ai가 급격히 발전해 현실에 올라온 지금에 비해 20년전 시점에서 ai의 모습을 그린다면 이 정도가 한계일 것이고, 원 작품인 철완 아톰 자체가 어설프게 ai에 인간을 억지로 대입하던 어설픈 휴머니즘을 담은 그런 내용이었기에 그 한계를 벗어 날 수 없는 점이 그대로 단점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나마 ai는 창조같은건 못 한다는 고리타분한 선입견은 없는게 다행이긴 하다.


그런 목적으로 이 작품을 찾은건 아니겠지만 현시대에 어울리는 아톰을 만나고 싶다면 아톰 더 비기닝이 더 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나 작화 스타일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 만화는 개인적인 호감으로도 커버칠수 있는건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화 뿐 그 외의 것들은 시대가 지남에 따라 낡거나 가치관이 달라짐에 따라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이라 여러모로 구시대에 머물러 있음을 절감한다.

개인적으로 증오는 아무것도 낳지 않는다는 말을 '함부로' 언급하는 것을 대단히 싫어하기도 하는데, 이는 피해를 입은 당사자 조차 그런 말을 꺼내기 위해서는 인고의 과정을 거쳐 겨우 목 위로 끌어 올리는 고통이 수반되기에 고통을 겪어 본 적도 피해를 입어 본 적도 없는 측이 쉽게 증오를 이러쿵 저러쿵 하는걸 대단히 싫어한다. 그리고 이 만화는 그 내용을 보는 이에게 전달이 되도록 온전히 담아내질 못 했기에 마찬가지로 인정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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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화질] 마녀의 하인과 마왕의 뿔 16 (완결) 마녀의 하인과 마왕의 뿔 16
모치 / 시프트코믹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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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 15권이 나온 이후로 거의 3년의 시간이 지나서야 나온 완결권.


대체 무슨 말 못할 뒷사정이 있어 3년이나 질질 끌었던 건가 아니면 완결이라도 내주어서 고맙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완결 세트 할인을 기다렸다면 지금이 적기이긴 하다.

완결 이야기는 지극히 평범한 해피엔딩이다. 딱히 클라이맥스를 치장하는 감동적인 이야기나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반전이 있는 것이 아닌


지극히 평범하게 잘 살게 되었습니다로 무미건조하게 끝이 나는 이야기.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평점에 거짓말을 했다.

완결인 16권만 두고 보면 만점을 줄 정도는 아니고 잘 쳐줘야 별 다섯개 만점 기준으로 3.5개 정도가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평점을 주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나 자신을 속이면서 좀 올려쳐 준 부분이 있는데 하나는 이 만화가 스퀘어에닉스의 소년 간간이라 하는 무능한 잡지에서 이 정도의 퀄리티라도 나와 주었다는 점과 둘은 지금까지 숱하게 튀어나오는 얼굴 작붕이 좀 완결권에서나마 덜 하다는 점을 감안해서 올려 쳤다.


결말의 짜임새는 그저 그런데, 이 만화가 다른 만화와 차이점을 보이는 부분은 종과 성별에 따른 차별과 억압이라는 내용을 사용했다는 점이지만, 정작 이 테마를 가지고 진지하게 논한다기 보다는 당사자끼리 꺄르륵 거리며 수다떠는 정도의 내용을 가지고 메데타시 메데타시로 끝을 냈다는 점이 그저 그렇다.


진지하게 차별이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완결까지 달려도 만족스럽게 충족되진 않을 것이다.

세계관 설정도 좀 대충으로 넘겨버리는데 마물화의 당사자였던 주인공처럼 사람에게 정령 같은 것이 달라 붙어 마물처럼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에너지를 흡수하지 못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논의는 이루어지질 않고, 그저 남녀 차이없이 인간 마물 차이 없이 라는 점만 자기들끼리 나라 세워서 자기들끼리 해결한다거나, 정작 그 나라는 원래 이전의 국민들과 나라의 형태가 어떻게 망가지고 어떻게 재수습을 하였는지 등도 얼렁뚱땅 넘어가는 등 여러모로 적당히 편의적으로 마무리 짓는터라 확실하게 넘어가는 것이 없다.


성 정체성 부분도 그다지 확실하게 마무리를 짓지 않는 점도 아쉬운데, 굳이 명왕의 독침이라는 높은 수준의 성전환 마법을 내용에 넣었다는 것은 그만큼 높은 수준의 성전환 방식이 필요하였기 때문일텐데, 성 정체성과 사랑과 관련하여 마법을 필요로 했던 인물의 관계를 끝까지 그려내지 않는다. 목적은 정해 두었지만 결말 표현을 피하는 식으로 적당히 열리고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식으로 얼버무렸는데, 오히려 이런 점 때문에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는 것과는 거리가 먼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반년만에 사람이 살지 않게 된 나라가 북적거리고 가게를 운영하는데 금새 입소문이 나고 문제가 주르륵 해결되고 작가 편의적으로 못 생긴 마물은 태우고 귀여운 마물은 구해주는 전개 등 엉성한 마무리와 흐름을 보면 종과 성별에 대한 가치관과 벽을 허물기 위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결론을 내린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이 모든 것이 반년만에? 너무 성급하다 못 해 대충이다.


다만 이런 형태의 마무리는 좋게 말하면 일본스러운거고 나쁘게 말해도 일본스러운 형태에 불과하기도 한 느낌이다. 성 정체성과 관련한 소재를 꺼내는거야 어려울것 없지만 그 이상의 깊이를 기대 할 수 없는 한없는 가벼움과 고찰 없는 접근법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성 정체성을 다룬 픽션들과 별 다를 것도 없는 모습이며 이런 형태에 길들여져 익숙해진 한계선 내에서 뽑아내는 보통의 퀄리티에 불과하기에 그리 실망할것도 기대할것도 없긴 하다.



그냥 평범한 수준의 일본 만화. 그래도 개그 코드가 맞아서 쭉 즐기긴 했는데 결말의 16권은 서로 수다 떠는 내용이 전부라 별로 즐길만한 내용은 없다.

결말이라도 인상적으로 잘 뽑았다면 최근에 정발한듯 보이는 작가의 다른 만화에도 관심이 갔을텐데, 그냥 느슨하게 시덥잖은 결말로 낸지라 크게 관심이 동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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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화질세트] 레키요미 (총3권/완결)
시바타 코헤이 / 코믹 레인 / 2025년 7월
평점 :
판매중지


철없는 동생 바보 무책임 마이페이스인 언니 레키와 그런 언니에게 시달리는 동생 요미의 개그 이야기.


느슨한 언니와 야무진 동생 콤비 이야기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조합이라 딱히 특이하진 않다. 본작의 캐릭터 형태도 거의 정석에서 벗어나질 않는 형태이기도 하고, 별로 특이할 점은 없다.


책 소개에는 슬랩스틱 코미디라고 하고, 3권 뒷부분에는 동물귀 자매의 데스 코미디라고도 하나, 3권까지 읽어 본 입장에선

토하고 뱉고 다시 먹고 몸에서 물이 나오고 죽고 부활하고 다시 죽고 섹드립치는 내용이 반복되는게 전부.


코미디물로서 재미있는 상황이나 사건, 이야기, 캐릭터를 통해서 웃기는게 아닌, 뱉거나 토하거나 캐릭터가 죽어 영혼이 나와서 떠들거나 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물론 이런 가학적인 몸개그도 슬랩스틱이지만, 아쉽게도 이 만화는 이 부분에서 이러면 웃길것 같아서 슬랩스틱 요소를 배치한게 아니라 딱히 할게 없어서 슬랩스틱 요소를 억지로 집어 넣는 느낌이 강하다. 예컨데 넘어져서 연달아 발생하는 상황으로 웃기는게 아니라 그저 넘어진 것 하나만으로 웃기려고 하는 식이다. 만약 넘어지는 상황 하나만으로 웃길거라면 억지스럽더라도 집요 할 정도로 넘어지는 상황을 반복하여 강제적으로 웃음을 끌어내던가 해야 하는데, 이 만화는 별 재미도 없는 이야기에 적당히 토하고 뱉는 부분을 추가한 것 뿐이라서 개그물로서 재미를 중시한 형태는 아니다.

차라리 대상 연령층이라도 좀 명확했다면 이런 바보 같은 개그라도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했구나 싶을텐데, 군데군데 섹드립이 잦아 이 만화를 지속적으로 보거나 제대로 먹힐 대상을 고려하긴 한건지 의문이다. 작가나 편집자가 좋아하는 것만 집어넣고 어설프게 개그물로 미는 아마추어적인 수준의 결과물로 이런 퀄리티이니 3권에서 끝나는게 지극히 당연 할 정도다.


작화는 그냥저냥이지만 내용이 재미가 없고 캐릭터성이 미묘해서 작화 여부 이전에 매력을 느낄 부분이 없다. 단순히 여자 아이를 캐릭터로 삼은게 아닌 작은 동물귀 소녀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면, 그 캐릭터에게 매력을 느낄 만한 점을 주입시켜 호감을 갖게 해야 하는데 1화부터 구토 퍼레이드를 하고 있어 캐릭터에게 호감을 가질 부분이 없다. 조금씩이라도 캐릭터의 특징이나 성격 강화, 귀엽거나 호감을 가질 요소 등을 쌓아 갔더라면 좀 더럽더라도 귀엽네 싶었겠지만 그런 부분들을 제대로 쌓아가지 못 하고 내용을 낭비하는 바람에 결국 완결까지 남는게 없다. 하려면 1권부터 제대로 했어야 했는데 마지막 3권에 부랴부랴 특징을 쌓으려 하다보니 이야기는 급조 된 느낌에 작품의 분위기가 오락가락하는 등 영 좋지 못 하다.


짧게 끝나더라도 인상적인 요소가 남아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만화들도 있지만, 이 만화는 여러모로 상투적인 캐릭터 사용에서 벗어나지 못 한 한계점과 빈약한 내용, 사용 의도를 이해하기 힘든 구토류의 슬랩스틱으로 그다지 좋은 인상이 남질 않는다. 설령 이 구토 요소가 누군가의 취향이라 하더라도 보편적으로는 점수 깍아먹는 마이너스 요인에 불과한데 개그물이랍시고 넣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지극히 아마추어적이다.

개인적으로 출판사가 카도카와인 점도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 보통 재미없는 코미디 만화가 캐릭터도 못 건지고 방황하는 걸 보면 높은 확률로 카도카와인 적이 많아서 얘네랑 스퀘어에닉스는 진짜 편집자란게 일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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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화질] 내 마음의 위험한 녀석 11 - S코믹스 내 마음의 위험한 녀석 11
사쿠라이 노리오 지음, 조원로 옮김 / S코믹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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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라는 환경의 특수성이 있긴 하겠지만, 기껏해야 중학생 연예인 아이에게 지나친 세간의 관심이나 9권부터 시작된 고등학교 진학 문제로 3권 분량을 별 내용도 없이 이야기를 질질 끌기만 하는 것이 끝날 생각을 않는데, 고등학교 진학 시점에서 완결낼게 아니라면 좀 분량조절 실패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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