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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화질] 평화로운 나라의 시마자키에게 09 ㅣ 평화로운 나라의 시마자키에게 9
세시모 타케시 지음, 하마다 고우텐 원작 / 학산문화사 / 2026년 1월
평점 :
SATA와의 관계성을 회복하는 과정이 시시하게 마무리 되고 말았다. 이 이상 길게 끌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적당히 매듭지었는데, 그 적당히가 시시하다.
민간인으로서 시마자키에게 나타난 첫번째 악의이자 적의인 상점회 임원과의 문제를 떠안은 시마자키가 무리를 하면서 생기는 빈틈을 SATA가 제대로 커버 해 주었다는 느낌도 들지 않아, 이 문제 역시 어정쩡하게 정리가 된다.
LEL의 이념이 경제해방동맹으로서 빈부격차와 불평등을 절대악으로 규정하고 부당한 착취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인데, 상점회 임원이 시마자키에게 대하는 행동이 착취의 행동이었고, 시마자키 또한 LEL에 있는 동안 착취 당하는 입장이었던터라 이에 둔감한 성격이기에, 오히려 루파소나 액션 프로덕션의 사장이 불평등을 문제 삼으며 LEL의 이념과 비슷한 이야기를 했기에 이를 어떻게 풀려나 지켜봤지만 어떤 것도 제대로 설명 하지 못 했다. 단지 '마음에 안 들지만 그런 녀석이 존재하는 것도 지금의 일본이지' 란 한마디로 정리 해 버린채, 새로운 인물이 루파소에 합류하러 할 뿐인데, 이 모든 과정이 매끄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후 분위기를 바꿔 시미자키가 외국의 요인을 LEL에게서 구출하는 임무를 수행하나 솔직히 매우 아쉽다.
아마 한 6개월 전에 이 이야기를 읽었더라면 좀 그럴싸하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그저 시큰둥하다.
이 만화가 처음 연재를 시작한 것은 일본에서는 2022년, 국내에서 e북으로는 24년 3월쯤에 만나게 되었는데, 그때까지는 매우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스릴러물이란게 결국 공포를 느껴야 할 대상이 그만큼 무서워야 성립이 되기 때문이고, IA같은 테러 단체는 불명확함과 무차별적인 자살테러가 두려움을 불러 일으키기 쉽기 때문이니까.
하지만 약 1년간, 아니 1년도 아닌 거의 3달 사이의 이야기지만, 공포의 대상은 바뀌고 말았다. 이제는 IA같은 테러 단체를 두려워 하기에는 더욱 명확하고 뚜렷한 공포의 대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불명확함이 주는 두려움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 너무나도 명약관화한 두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이 죽을때까지 마약을 먹인 범죄조직 있는걸 알게 되고, 태국과 캄보디아의 분쟁이 일어나고, 순식간에 일어난 마두로의 납치, 밀입국을 단속한다며 조직된 무장 인원이 시민을 죽이거나 끌고 가고, 타국의 영토를 매우 뻔뻔하게 대놓고 가지려고 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인터넷 통신망을 차단하여 정보를 막고 국민들을 학살하고, 국가간 긴장도가 매일 최고 수준을 달리며 무장을 하고 군을 강화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나마 평화로운듯한 우리 나라도 원화 가치가 바닥을 찍는다며 다시 제 2의 IMF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 픽션에서 모국가의 요인이 납치가 되었네 어쩌네 해 봐야 매일 들려오는 전쟁 이야기와 사람이 죽어 나가고, 분쟁을 일삼고, 하루 하루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는 상황에선 그저 무심해지게 된다. 마두로가 미국에 끌려 갔을 때에 비하면 그리 흥미롭지도 않다.
현실은 소설보다 기이하다고 했던가. 평화로운 나라의 시마자키에게는 말 그대로 평화로울 때 매력적인 이야기다. 현실이 픽션보다 기구하고 비참해지면 매력을 잃게 된다. 만화에서 시마자키가 화려하게 곡예를 하며 활약을 하고 악인을 처벌해도, 이제는 그냥 그래서 뭐 라는 느낌이 들고 말았다.
지금은 불명확한 테러 단체보다 더욱 확실하게 야욕을 드러내는 독재자들의 정복 야욕이 더 두렵다. 대놓고 타국을 침범하고 정복하려 하고, 사람이 국민이 죽어 나가도 아무 감정조차 없는 괴물들이 지금 세계에 국가의 수장이란 위치에 있는데, 그깟 테러 단체가 난리를 쳐 봤자, 실제 전쟁이 일어나고 죽는 것에 비하면 별 감흥이 들지 않는다.
몇달만에 상황이 더욱 나빠지기만 하고 있고, 또 몇달 후에는 어떨지 알수 없다. 오히려 시마자키가 있는 픽션속의 세계가 더 안전하고 평화롭다 느껴질지는 모를 일이다.
작가가 LEL이란 조직과 가치관, 평화로운 세계에서 묵인되는 문제들을 시마자키를 통해 제대로 끌어 낼 생각이 없다면, 그저 시마자키가 원맨아미로서 활약하는 것을 반복 해 봐야 시큰둥하게 느껴질 것 같다. 일본에선 11권까지 나왔으니 거의 후반부에 다다랐을테니 크게 방향이 바뀔 일은 없을테니, 그나마 쭉 지켜본 입장에서는 이야기의 마무리와 테마는 잘 지켜 줬으면 할 뿐이다.
만화가 시대를 조금 잘못 탔다. 트럼프가 두번째로 대통령이 된지 1년안에 픽션이 시시해져 버릴 상황들이 연달아 일어날 줄은 예상하기 힘들었겠지. 세상이 조금만 더 평화로웠어도 재미있었을텐데, 세상이 평화롭지 않으니 시시하게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