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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화질세트] 정반대의 너와 나 (총8권/완결)
아가사와 코챠 / 학산문화사/DCW / 2026년 4월
평점 :
타니 유스케를 향한 좋아하는 마음을 숨긴 채 상관도 없는 잡담을 툭툭 던지던 스즈키 미유. 어느 날 우연히 기회가 닿아 용기를 내어 같이 하교하던 중 타이밍 맞게 부딪힌 두 손, 타니가 먼저 손을 잡아 주며 기회가 오는 듯 했지만,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지 않은 채 지나간 하루. 다음날 생각없이 던지는 친구 야마다의 사귀냐는 질문에 부정을 하다 타니가 들어버리고 상황은 꼬이고 만다. 끝도 없는 고민 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진심을 전하기 위해 타니에게 고백을 하고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커플을 시작하는 이야기.
마치 어린이 방송에서 튀어나온 듯한 쾌활하고 밝고 명랑하고 씩씩한 마스코트 캐릭터 같은 여주인공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매우 긍정적인 분위기의 청춘 학원 러브 코미디.
러브 코미디는 로맨스 장르의 하위 장르 신조어로 만들어 진 후 여러 곳에서 자주 사용되어지곤 한다.
본래 순정만화의 주 장르인 로맨스물을 소년 만화 잡지에 사용하는 과정에서 변형을 주어 지금까지 발전되어 왔는데, 이 장르를 대표하는 것은 아마도 클리셰를 정립한 타카하시 루미코의 만화일 것이다.
그러나 클리셰라는 것은 정립되고 나면 남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이후 비슷하지만 수준이 떨어지는 유사 매체의 난립으로 질적 수준이 하락하곤 한다.
러브 코미디는 그렇게 초기의 클리셰를 따라 하렘물, 서비스 신 난무, 서로의 마음을 모르는 바보 캐릭터, 변태 남주인공, 폭력적이거나 공격적인 히로인, 주인공 커플을 띄워주는 것 외에는 의미가 없는 조연과 인식이 정상적이지 않은 부모 등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점들을 클리셰라는 이유로 남발하곤 해 왔다. 그러나 그런 의미없는 찌꺼기 거품 같은 클리셰들을 걷어내면 정작 내용이 없다. 어째서 좋아하게 되었는지, 무엇이 둘의 사이를 특별하게 만드는지, 어째서 그 두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설명하지 못 하는 클리셰란 빈 껍데기로 감춘 얄팍하고 깊이 없는 무성의힌 상상력의 알맹이 밖에 보여주질 못 한다.
이 작품은 그런 클리셰 범벅인 수준 낮은 러브 코미디와는 결을 달리 하며, 정형화된 클리셰를 사용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시대가 달라진 만큼 신세대의 경향에 맞춘 형태를 띈다.
과거 러브 코미디의 공통적인 부분은 서로 쉽게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점이었다. 일본의 혼네와 다테마에와도 닮아 있고, 작법론으로도 등장인물들은 눈치 채지 못 했지만 독자만 아는 정보를 흘려 흥미를 유발하는 장점도 있었고, 그런 솔직하지 못 한 것을 청춘이라 여기던 시대가 있었기에 이에 호응하고 맞추기 위해, 쉽게 고백하지 않는 것이 주된 흐름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시대가 달라지고 독자의 성향과 연애관이 점점 바뀌어 갔는데, 아주 오래전 연애에 대한 인식이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라는 말처럼 저돌적이거나 사랑만 있으면 뭐든 극복할 수 있다거나, 연애로 인생을 고치거나 식이었던 흐름이, 이후에는 분위기가 침착해져 서로 거리를 두거나 소통을 중시하기도 하고, 초식남처럼 합리적이고 효율에 기반한 상처나 손해를 피하는 형식의 주인공이 나오거나, 서로의 가치관을 존중하며 공감대를 우선시 하는 식의 여러 형태로 변해 왔다.
이 만화는 자신의 감정에 매우 솔직한 편이다. 다른 만화 같으면 중후반에나 했을 고백을 1권에 하고 바로 커플이 된다.
1권부터 커플이 되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려고 그러는거지? 싶을수도 있지만, 1권부터 커플이 되기에 불필요한 부분이 적다. 보통의 러브 코미디가 가까워 지기 위해 불필요하고 오해만 반복하는 과정을 쌓는 반면, 이 만화는 커플이 된 후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실수도 오해도 하지만, 솔직하게 대함으로서 벽을 허물고 간격을 줄여 나가며 비밀이 없다.
그래서 이 만화는 거리감이 독특하다. 가까워지고 싶어서 무의미한 대화를 던지던 스즈키나, 그 대화를 전부 받고 기억 해 주는 타니나, 스즈키랑 커플이 되었다고 금새 쉽게 터놓는 스즈키의 친구들이나 서로 어울리지 않을법한 아이들이 쉽게 솔직해지고 거리를 좁히고 이야기를 원만하게 주고 받는다.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보면 사람마다 생각과 성향이 달라 최소한의 거리를 두는 것이 보통이나, 이 만화는 조금 비현실적으로 등장인물들의 거리감이 적고, 솔직하여 한편으로는 보통의 러브 코미디,로맨스에서 느꼈던 답답함을 해소하며 더욱 친밀하게 다가가게 만든다. 친구이기 때문에 솔직할 수 있는 점이 보고 있는 독자를 같은 친구 테두리 안에 집어 넣어 내적으로 동질감을 느끼게 만든다.
여기에 매력을 더하는 것은 리액션이 찰진 스즈키 미유의 반응이다. 보통의 만화에서 여주인공은 예쁘고 매력적이고 특별한 느낌을 내려 하는 반면, 이 만화의 여주인공은 사진을 찍으면 표정이 이상해지고, 남친의 행동 하나하나에 온갖 상념들이 머리속을 가득 채워 어쩔줄 몰라 하고, 감정의 높낮이가 요동을 치고, 정숙함과는 거리가 먼 요란법석한 모습이지만 긍정적이다. 포지티브의 끝판왕인 여주인공은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통해 벽을 허물고 거리감을 줄인다. 남주인공 타니가 아무것도 안 해도 먼저 다가오는 여주인공을 통해 진짜 풋풋함이 무엇인지, 설레는 마음이 무엇인지를 떠올리게 만든다.
타니 또한 과묵하고 표현을 잘 안 하는 평범한 남자 주인공 같으면서도 적절한 타이밍에 다가가고 표현을 하고 여주인공을 놓지 않으려 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면서 단순한 캐릭터에 그치지 않는다. 어설픈 러브 코미디의 캐릭터가 꿔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상황이 주어져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렇긴 해도 모두가 스즈키 타니 커플 같지는 않다. 서로 가까워지는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고백하고 점점 더 좋아하게 된 니시 야마다 커플은 경박한듯한 야마다도 속으로는 생각이 많고, 니시 또한 내성적이고 수동적이지만 지킬건 지키는 자기만의 선을 지니고 있는가 하면, 끝까지 확정 지을 용기가 없어 친구의 선에서 머무르는 아즈마와 타이라도 있다.
이 만화는 솔직하기에, 그 속마음을 솔직하게 독자에게 전부 보여주기에,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들었다 놨다 하며 혹시나? 하는 생각과 에이 설마 아니겠지 하면서도 다시 의혹을 놓지 못 하는, 서로의 관계를 무너뜨리기 어려워 서로에게 솔직할 수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도 적나라하게 다룬다. 학생이기에 하는 고민들과 스쳐 지나가는 생각과 만약 그 시절로 돌아가면 어떻게 했어야 하는 물음에 대한 답 등 이야기의 주인공인 학생들의 입장에서 철저하게 제대로 된 이야기를 그려낸다.
그래서 더욱 더 공감하고 이해하고 그럴만 하지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렇게 매우 생생하게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등장인물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하기에 청춘물의 현실적인 이야기와 감성을 충분히 전달한다.
이 만화는 리얼한 청춘의 한 자락을 전달하며 공감하고 떠올리고 두근거리게 하여 그 때로 돌아가게 한다. 무성의한 클리셰 범벅으로 공감 따위 없이 이해하기 힘든 상황과 억지 전개를 통해 만들어낸 헛웃음이 아닌, 그 기분을 알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진짜 웃음으로 러브 코미디를 그린다.
최근에는 이렇게 학원물의 리얼한 감정, 생각, 입장과 반응을 다루는 러브 코미디나 로맨스물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이 만화처럼 내용이 얄팍하지 않고, 학생의 입장에서 제대로 된 고민과 생각과 방법을 찾아가는 만화는 아직 그리 많지 않다.
진짜 청춘을 경험하지 못 한채 형식적인 틀만 빌려 어설픈 연극을 하는 듯한 러브 코미디를 보면 종종 이것을 러브 코미디라 부르기에는 뭔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이 만화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좀 더 현실적이고 진지한 청춘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들이 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