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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화질세트] 약속의 네버랜드 (총20권/완결)
시라이 카이우 지음, 데미즈 포스카 그림 / 학산문화사/DCW / 2021년 2월
평점 :
고아원 그레이스 필드 하우스라는 곳에서 자란 주인공 엠마, 고아원이라기엔 특이하지만 자유롭고 건강하게 지내는 환경 속에서 입양되어 새 가족을 맞이하기도 하는 그런 곳인줄 알았지만, 입양되어 가는 코니가 놓고 간 인형을 가져다 주기 위해 쫓아간 문 너머에서 마주한 끔찍한 현실. 고아원은 농원이고 아이들은 식용으로 길러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유를 찾고 탈출하기 위한 여정을 그린다.
그레이스 필드 농원을 탈출하는 5권까지만 재미있던 만화.
식용아, 농원, 사육, 귀신, 엄마라는 관리자의 감시, 분리된 세계, 버려진 자들, 충격적이고 독특한 설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작화는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듯하지만 세심하고 뚜렷한 선, 뛰어난 공간감에 더해지는 역동적인 인체,동작 묘사, 작품 내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적절하게 뿌려지는 음영과 농담 묘사로 수채화 느낌을 주며 깊이감을 끌어 올려 매우 높은 수준의 작화를 보여주지만, 연재 중후반부터는 선이 더 거칠어지고 이전보다 미려하지 않아진다.
뛰어난 지능과 높은 수준의 신체 능력을 지녔지만 어디까지나 인간 아이의 수준이고, 아이들보다 더 뛰어난 감시자인 엄마와 귀신들 사이에서 약자인 아이들이 두뇌와 심리전을 통해 상황을 극복하고 어떻게 이겨내는가가 흥미로운 이야기
였다.
농원을 탈출하는 상황까지만 보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살아남을지 흥미진진하고 궁금하여 기대가 되지만 막상 농원을 빠져 나온 뒤의 전개는 이에 미치지 못 한다.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못 하지만, 꾸준히 외부의 힘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가 이어진다.
농원을 탈출 할 때까지만 해도 약자인 아이들이 자신들만의 힘으로 강자인 엄마와 세상에 대한 지식을 모으고 대처하고 계획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었던 반면
농원을 빠져 나간 이후로는 꾸준히 외부의 존재에 힘을 빌리고, 주변의 지식을 모으고 상대를 파악하고 계획적으로 행동하기에는 외부의 요인이 많이 개입하여 상황이 복잡해진다.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까지는 그럴수 있는데, 문제는 이야기의 진도가 원활하지 않다. 약속을 다시 하기 위해 일곱개의 벽을 찾고 목표를 찾기 위해 탐험하는 과정은 날아가고, 귀신과 인간의 대립과 갈등에 치중한다.
아이들이 자유를 찾기 위한 과정이란 전체 목표 관점 하에서 어긋나는건 아니지만, 그 동안 아이들이 생존을 위해 싸우고 지식을 모으고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어지는 전개로 이어진다. 원체 인간보다 강한 귀신이란 존재를 상대해야 하는 문제와 아이 측의 인명 피해를 줄이면서 전개를 해야 하는 탓에 이야기 전개는 전투가 가능한 엠마와 레이 위주로 흐르고, 그 이후로도 전투를 담당하는 외부인이 늘어날 뿐 아이들은 이야기에서 소외되어만 간다.
캐릭터는 많지만 전체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또한 세계관이나 설정이 거창한듯 하지만 실제 묘사되는 부분은 적고 설명이 부족하여 납득이나 이해를 돕기에 부족하다. 캐릭터의 행동 원리나 반응은 뻔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요소가 부족하다.
딱 여기까지만 별 한점만 깎고 끝났겠지만....
추가로 별점을 깎을 수 밖에 없던 이유는 결국 결말마저 외부의 절대적인 힘에 의존하는 식으로 내가 가장 싫어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식의 결말이 되었기에 점수를 추가로 깎을 수 밖에 없었다.
세상은 잔혹하고 인간과 귀신이 아니더라도 인간끼리도 대립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먹고 먹히는 관계 , 살기 위해서는 사냥해야 하는 절대적인 구조 속에서 귀신과 인간은 어떻게 답을 찾을 것인가를 이런 식으로 정리를 해 버리면 결국 아무 해결도 나지 않는다.
거창하게 뭔가 주제를 던지고 이야기를 전개 해 놓고서는 정작 답을 유기 해 버리기에 이게 뭔가 싶은 것이다.
해답은 있다. 그런데 그건 고생하고 노력하고 깨달아서 찾은 답이 아니라 그냥 이미 주어진 답이고, 이 답을 맞추는데 방해가 되는 상황을 헤쳐나가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해답이라는 것 조차도 작위적인 요소에 불과하기에 절대로 현실에 대입 할 여지가 없다.
비단 해답, 문제를 해결하는 것 외에도 문제는 많다. 그간 결말까지 달려온 긴장감을 맥없이 놓아버리는 허술한 전개와 흐름이 넘쳐난다. 서로 죽일듯이 긴장을 부풀리더니 마지막에 와서는 아무 일도 아니게 되어 버린다. 장래가 기대되던 서스펜스물이 흔해 빠진 소년 만화 수준으로 전락한다.
딱 시작만 좋고 거창하기만 했을 뿐이다. 농원이라는 작은 공간 안에서는 아이들의 꿈만큼 가장 거창했지만 네버랜드라는 세상 속에서 약자인 아이들 입장만큼 제일 보잘것 없는 이야기다.
추천은... 좀 미묘하다. 기준을 어디다 두느냐에 따라 다른데, 서스펜스물을 기준으로 하면 별 1~2개 수준이다. 반대로 흔해빠진 소년만화를 기준으로 하면 초반부가 흥미로운 독특한 구성이지만 결국 뻔한 소년만화로 흐르기에 별 3~4개 수준이다.
근래에 결말이 망가지는 만화들이 늘어나면서 원래라면 피할 생각으로 멀리하던 이 만화도 경계심이 풀려 구매하고 말았는데, 역시나가 역시나로 결말이 망가진 만화는 그리 구매 하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기대감을 낮춰도 그 이상의 만족을 주진 못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