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고화질세트] 째깍째깍 (총8권/완결)
호리오 세이타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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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세계인 '지계'라는 공간 안에서 납치된 가족을 구하러 주인공 가족이 납치 조직과 대립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주인공의 가족을 납치한 조직은 주인공 일가가 시간을 멈추는 기능이 있는 본석을 지니고 있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주인공 일행이 시간을 멈추는 행위에 대비를 해 지계 속으로 들어와 주인공과 멈춘 시간 속에서 추격과 쟁탈을 반복합니다.

시간을 멈추는 돌을 둘러싸고 단순하게 부와 힘을 원하는 자, 세계를 바꾸려는 자, 인간을 초월하려는 자, 가족을 구하려는 자, 힘을 봉인하려는 자 등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이 섞이면서 이야기는 끊임없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전개로 흐릅니다.

또한 이런 인물들과는 별개로 '카누리니'라 불리는 지계에 동화되어 버린 관리인의 간섭, '타마와니'라는 지계에서 활동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정신체 해파리 같은 요소들이 소수와 다수, 인간과 인간의 대립을 단순하지 않게 만듭니다.


이야기는 흥미로운 전개를 계속 풀어내기에 재미있게 볼수는 있습니다. 다만 좀 더 깊게 들어가서 만화가 보여주는 세계관에 깊게 들어가려고 하면 이내 실망하게 되는 엉성함이 드러나고 맙니다.

설정 자체는 그럴싸하면서도 정작 설명이 안 되거나, 그냥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식으로 넘어가거나, 아예 설명을 피하고 다른 사건으로 덮어버리는 식으로 명확한 구조를 보여주지 못 합니다. 예컨데 지계에 들어와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죽으면 그 안에 있는 타마와니가 멈춰진 다른 사람에게 붙어서 지계에서 움직이게 만드는데, 이 타마와니는 작가 입장에서 이야기 진행에 필요한 인물에게만 붙고 다른 사람에게는 붙지 않습니다. 지계 속에서 주인공과 가족은 특수한 힘에 눈뜨는데 이게 명확히 설명이 되지는 않고 그냥 같은 핏줄이라서 그렇지 않을까 정도로만 넘어가며, 왜 본석에서 손을 떼면 안 되는지, 본석은 대체 무엇인지, 왜 지계에서는 멈춰버린 존재를 공격하면 카누리니가 반응하는지 등등 세계내 시스템을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 합니다.

그래서 좀 더 치밀하고 납득할만한 시스템 내에서 소수가 독점하고 있는 지식이나 능력으로 다수를 이겨 나가는 구성이었다면 흥미로울 것이 적측 수장의 각성으로 인해 강력한 개인과 개인의 싸움으로 흘러가 지식이나 정보전 따위 별 의미가 없게 되어 이후 대립은 단순하게 결정적인 한방을 누가 언제 날리냐의 문제로 전락하고 그럴싸하던 흐름이 갑자기 시시해져 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가장 감점 요인이 큰 부분이라면 끝맺음, 마무리가 받아들이기 힘든 흐름으로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줄곧 가족을 위해서 사람도 죽일수 있냐며 주인공에게 각오를 물었고, 적측 수장은 단순 욕망이나 지식욕 때문에 사람을 가볍게 죽이는 사람이었기에 이 둘의 대립은 필연적으로 어느 한쪽의 소멸로 끝내야 깔끔했을 것입니다. 각오를 묻고 가족의 평화를 위해 필연적으로 멸해야 하는 존재를 그동안 대립을 통해 부각시켜 놓고는 정작 왜 살려두려 하는지, 왜 그런 전개로 흘러가야 했는지 작가의 도덕관과 책임감에 대한 기준을 납득하기가 힘듭니다. 존재가 변하거나 기억이 없으면 죄가 없어지거나 죄를 물을 수 없다는 식의 통념적인 인식으로 바라보기에는 사건의 무게가 다른데, 이야기를 마무리하기에 가장 껄끄럽고 찝찝하며 끝맛이 안 좋은 형태로 흘러가기에 좋게 평가를 주기가 어렵습니다. 대체 왜 그런 식으로 전개를 했는지 꼭 그렇게 해야만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주인공이 다른 인물들에 비해 지계에 대한 집착이 옅기에 탐욕으로 강화된 캐릭터성의 인물들과 대비되기 위해서 도덕적인 부분을 강조하려 한듯 싶은데 그걸 차근차근 누적해서 쌓아갔다기엔 지속적으로 살의에 대한 각오를 요구했기에 좀 아귀가 맞지 않는 점이 강합니다.

만화의 재미는 괜찮습니다. 다만 찝찝한 결말, 깔끔하지 않은 흐름을 싫어하신다면 추천하기 힘들고, 재미에 비해 세계관이 엉성하며 작위적이고 편의적으로 이용되어지는 설정으로 인해 흥미로웠던 이야기가 급격히 시시해지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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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화질세트] 밤이 되면 나는 (총4권/완결)
니노마에 카에루 / 학산문화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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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명의 미성년자 범죄자들에게 가족을 잃은 주인공 소년이 범죄자들이 출소 한 이후 그들을 쫓아 반성과 후회를 하는지를 묻고 그에 따라 보복을 결심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러나 주인공이 찾은 범죄자는 교화의 가능성이 없는 쓰레기였고 보복은 커녕 오히려 역공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됩니다.

그 후 병원에서 복수를 하겠다는 집념으로 유체이탈처럼 잠을 자는 동안 몸에서 벗어나 타인의 꿈에 간섭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고 이능력을 이용해 복수하는 전개가 이어집니다.


이 작품은 근래 보기 드문 철저한 복수극의 형태를 취합니다. 상당수 서브컬쳐들이 범죄자,가해자도 용서를 하거나 살려주는 등의 마무리 표현을 하지 않는 것에 비해 이 작품은 철저하게 주인공의 손으로 범죄자를 끝장내며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고뇌를 담지 않습니다. 오히려 보는 독자가 같은 생각을 가지게 하려는 듯이 작품에 등장하는 범죄자들은 각 범죄자를 만나는 순서마다 점점 갱생이 불가능한 사회에서 배제되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어필하듯 심각한 모습을 보입니다. 일본 서브컬쳐 특유의 어물쩡 넘어가기나 덮어두기를 싫어하시는 분이라면 그 부분에선 걱정 하실 것이 없습니다.

또한 이 작품은 주인공에게 풀어야 할 문제를 주고서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을 시시하지 않게 매력있게 풀어냅니다. 비장의 능력은 최대한 감추었다가 활용하고 주변 상황들을 최대한 활용 하는 등 복수극이 재미없고 시시한 이야기로 전락하지 않게 하며, 범죄자를 처단하는 방법도 복수라는 테마에 맞게 범죄자를 한계까지 몰아넣으며 처리하는 방법도 매력있게 표현합니다.

특히 이 만화에 좀 더 점수를 높게 주고 싶은 점이라면 짧은 권수 안에 필요한 이야기만 담아, 내용이 부족하거나 혹은 불필요한 부분이 들어가 있거나 하지 않습니다. 깔끔한 복수극과 함께 마무리되는 형식이 매우 안정적입니다.


그러나 좋은 작품이긴 하지만 단점이 없진 않습니다.

일단 작가가 원하는 이야기의 흐름에 맞추기 위해 다소 무시되거나 편의적으로 타이밍 좋게 상황이 주어지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심하게 신경쓰이는 요소들은 아닌데 깊게 따지가 보면 조금 아쉬운 정도입니다. 특히 초반에 주인공이 보복을 위해 범죄자를 찾아가는 부분은 지능적이거나 주도면밀한 느낌이 들지 않은데 이것이 이후 흐름을 위해 필요하긴 하겠지만 그 때문에 주인공이 지능형 주인공이란 느낌이 별로 안 들게 합니다. 능력에 대해 설명이 부족한 부분들도 다수 있어서 판단을 분위기 흐름에 맡기게 하는 점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서 불편한 정도는 아니다 보니 심하게 따지긴 좀 애매하네요.

작화는 뛰어나고 각 캐릭터를 분간하기 쉽게끔 각 캐릭터간의 특징이 뚜렷하긴 하지만, 주인공을 비롯한 많은 캐릭터들이 빠져드는 매력은 없습니다. 좋게 생각하면 별 매력이 없으니 독자가 캐릭터에 심취해 따라 할 일은 없어서 모방범죄의 가능성은 낮겠네요. 하지만 표지 그림이 어필을 못 하기 때문에 구매까지 상당히 망설이게 만드는 건 좀 아쉽습니다. 주인공이 복수하려는 범죄자도 사연이 복잡한 캐릭터를 피하고 단순한 악인의 형태를 띄고 있어서 인간군상을 보는 맛은 떨어집니다. 이능력은 오로지 주인공만 가지고 있고 이능력 배틀도 아니어서 주인공이 여러모로 유리한 위치라 아무래도 주인공 위치이며 능력 보정까지 있는 상황에서 복수물로서 끝나니 다행이지 능력을 악용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게 캐릭터 구성의 약점이기도 합니다. 이게 작중 문제로 드러나진 않으니 그냥 넘어갈 뿐이지요.

점수를 주자면 4~5점 사이의 작품인데 구성이 깔끔해서 추가점을 받는 형태입니다. 불필요한게 없고 부족한게 없다는 점이 독자 입장에선 여러모로 읽기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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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화질세트] 드래곤볼 풀컬러 피콜로 대마왕편 (총4권/완결)
TORIYAMA Akira / 서울미디어코믹스/DCW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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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오공과 미래의 오반 돌보미 피콜로 이야기. 급박한 파워 인플레이션에 뒤따라가지 못 하는 조연들의 미래가 벌써부터 조짐이 보이는 에피소드. 모험보다 배틀물 위주로 흘러가며 이야기가 단순해져 보는 맛은 없지만 제작비화 이야기는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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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화질세트] 거짓말쟁이 유리코의 영광 (총4권/완결)
타나카 우츠토 / 서울미디어코믹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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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주목받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는 소위 관심병 기질의 허언증을 가진 소녀 유리코를 제목으로 그녀에게 영광이란 표현을 덧붙인 거짓말쟁이 유리코의 영광. 허언증 관종 소녀가 어떻게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가 그녀의 거짓말 이야기를 다룬 만화입니다.

이 만화는 여러모로 진입장벽이 앞뒤로 좀 쎈 만화라 그 점을 먼저 이야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주인공인 유리코는 평범한 여주인공 상이 아닙니다. 앞머리로 가리고는 있지만 넓다는게 티가 나는 이마, 양쪽의 귀를 원숭이처럼 훤히 드러내 보이며 단정하긴 하지만 매력없는 촌스런 머리 스타일, 시바견 느낌처럼 굵고 짧은 눈썹, 삼백안과 사백안을 오가는 과도하게 과장된 눈, 얼굴 크기에 비해 말도 안 되게 얇은 목 등 전체적으로 이목구비가 주인공의 상을 거부하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비호감은 아니지만 절대 호감형은 아닌 매력없는 형태입니다. 여기에 추가로 그녀가 가진 정신적인 문제. 허언증과 관종 요소로 인해 그녀에게 쉽게 공감하지 못 하게 만듭니다.

이는 허언증 관종 소녀에게 섣부른 선입견으로 동정의 시선이 개입되지 않게끔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볼수 있게 하는 요소이지만 동시에 이야기에서 독자가 쉽게 이탈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을 긍정하며 공감하기 어렵다보니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여차하면 제3자인 방관자 입장에서 이야기가 마음에 안 들면 나가버리면 되는거니까요.

또 다른 문제로는 이게 4권 완결. 충분히 이야기가 완성된 형태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만화가 순정이 아닌 인간 드라마로 되어 있는데 그 점은 맞다고 봅니다. 얼핏 순정만화처럼 보이는 도입부에서 과정을 거치고 결과에 다다르면 이건 순정이 아닌 유리코라는 소녀의 이야기로 끝납니다. 1권에서 이에야스의 가족 문제가 언급되었기에 아마 이야기 형태는 초반에 구상한 그대로 진행된 것 같습니다. 다만 충분히 담기에는 페이지가 부족한 느낌을 주는 보통 3~4권 완결 만화가 가지는 공통점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 만화처럼 독특한 캐릭터, 독특한 형태의 이야기를 사용 할 경우에는 더더욱 두드러지는 문제입니다.

유리코를 중심으로 거짓말이 어떻게 이야기를 확장시키는가, 이에야스의 약혼녀라는 유리코의 거짓말을 이에야스가 받아주고 둘의 관계는 핑퐁게임처럼 서로 주고 받으며 흥미롭게 흘러가다 이에야스의 가족 문제에 얽히면서 방황합니다. 유리코가 느끼는 자신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듯한 느낌은 스토리상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유리코가 중심이라기 보다는 주변인물들이 툭툭 튀어나오고 그 사이에서 존재감을 잃지 않으려 유리코가 발악하는 상황이 자주 나옵니다. 그러나 이 상황들, 이 이야기의 주체는 이에야스인지라 유리코는 순수하게 타인에 불과하죠. 보통 창작물에서 이야기의 중심은 주인공이어야 좋은건데 그런 점에서 이 이야기는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그렇긴 해도 주인공인 유리코를 중심으로 끌어낼 요소는 많았습니다. 예컨데 지금까지 자신을 위해서 관심받기 위해 주역이 되기 위해 거짓말을 하다가 타인을 위한 거짓말을 하며 느낀 새로운 감정이나, 허언증 관종이 된 심리적인 문제, 엄마와의 관계 문제, 단순히 관심을 받기 위한 목표를 달성 후 그 다음엔 무엇을 할 것인가란 목표 설정이나 인생의 주인공이란 추상적인 이미지에서 유리코가 깨닫는 진짜 자신이라거나 등등 여러가지가 있었을 것이지만 유리코를 중심으로 전개 할 수 있었을 여러 소재를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 하고 여전히 제 3자에 의해 자신의 환경을 침범 당하는 식으로 문제와 유리코가 자연스레 얽히는게 아니라 문제가 유리코에게 갑작스레 뛰어드는 처리를 합니다. 확실히 이전까지는 이에야스만의 문제였다면 권 후반에 들어서는 유리코의 문제로 확장되긴 합니다. 문제는 그렇게 일을 키워 놓고는 마무리가 상당히 엉성해서 대부분 뜬금없이 얼렁뚱땅 문제가 생기고 해결되거나 유리코 독무대로 혼자 다 수습을 해 버립니다. 제일 아쉬운 점은 동류의 대결 요소인데 의심받는 거짓말쟁이와 신뢰받는 거짓말쟁이로서 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여주며 유리코가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가를 보여주었어야 할 것을 유리코가 그냥 해결 해 버리니 결말에서 전해져야 하는 쾌감이나 감동 같은게 없습니다. 할애된 내용도 부족하지만 결말도 엉성하게 급하게 마무리지어서 지금까지 끌어온 긴장감이나 과정에 비해 결말이 안 좋습니다.

그리고 유리코가 주변 인물들에게 휘둘리는 것에 비해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성이 너무 가볍고 얄팍해서 이야기에서 중요도나 존재감이 떨어지는 점도 단점입니다. 이에야스의 양부모만 해도 생명의 위협을 받았지만 이야기가 흘러가는 도중에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어졌고, 이에야스와 대립하는 존재들도 유리코에게 쉽게 끌려다닐 뿐이라 왜 유리코를 흔드는 인물들로서 이런 서브캐릭터가 필요했는지 수긍하기가 힘듭니다.


아마 제대로 이야기를 진행한다면 장르가 인간 드라마이니까 유리코가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요소도 넣고, 유리코의 문제가 이에야스의 문제에 비추어지면서 풀리거나 스스로 풀어내거나, 이에야스의 문제에서 이에야스의 주변인들에게 유리코가 거짓말쟁이로서 신뢰받는 과정 등 흐름상 설명과 표현이 필요한 전개까지 넣으면 4권 완결이 아닌 5~6권 완결 정도로 추가 페이지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그런 점들을 포함하지 못 했기 때문에 허언증 관종 소녀라는 특별한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 한 점이 많이 아쉽습니다.

거짓말을 하거나, 진실을 숨기거나, 주목을 받고 싶어하거나 등등 유리코가 가진 문제는 사실 해체해서 나눠 보면 많은 캐릭터들이 가지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것을 한 캐릭터에 몰아주고는 그 문제들을 풀어내는 해법까지는 따라오지 못 했기에 완성도에서 부족하지 않았나 합니다. 독특한 캐릭터,소재는 흥미롭지만 완성도면에서는 좀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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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화질세트] 바쿠만(BAKUMAN) (전20권/완결)
오바 츠구미 지음, 오바타 다케시 그림 / 대원씨아이/DCW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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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를 꿈꾸는(?) 타카기,모리타카 두 중학생이 모인 아시로기 콤비가 만화를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이 만화는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일단 절반 정도인 10권까지는 정말 재미가 없습니다. 이렇게 나눈 이유는 전반부인 10권은 프로로서 자리매김 하기 위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과정에 가깝고, 11권부터 20권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만화를 그릴수 있게 되어 자신들이 만들고자 하는 만화를 그리는 과정인데, 전반부의 갈등 구조는 지나치게 순위 타령만 하는게 문제입니다. 후반부도 순위 타령은 하지만 최소한 그 과정 속에서 본인들이 작품에 어떤 변화를 줄 것인지를 고민하는 반면 전반부에서는 그저 순위가 떨어지고 올라가는 것에 일희일비하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몰라 초보 만화가,원작자,편집자가 모여서 갈팡질팡하는게 대부분입니다. 특히 순위 타령은 끝도 없이 언급되는 것에 비해 순수하게 어떤 작품이 어떻게 재미있거나 재미없다는 것인지는 어필하지 못 하므로 만화를 소재로 한 것 치고는 만화가 가진 매력을 전달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주인공인 타카기,모리타카의 캐릭터성도 애매한게 타카기는 뭘 만들고자 하는 이미지가 없이 단순히 만화가가 돈을 잘 번다는 이유로 만화를 잘 그리는 모리타카를 부추겨 만화가가 되려 합니다. 만들고 싶은 작품이 있어서 만화가가 되려 하는 것이 아니라서 동기가 매우 빈약합니다. 반면 모리타카는 만화가가 될 생각은 없었지만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고백을 하고 결혼을 하기 위해 만화가가 되어 히트작을 내고 애니메이션화 된 작품에 여자아이가 성우로 데뷔하는 것을 약속한 그 때가 올때까지 만화를 그리려 합니다.

두 캐릭터의 동기는 만화를 만들고 싶다가 아니라 부자가 되고 싶다,좋아하는 아이와 결혼하고 싶다이며 이는 지속적으로 갈등 구조에서 주인공을 끌어올리는 동기로서 작용하지만 제 3자의 독자 입장에서 볼 때는 매우 빈약하고 공감이 되지 않을 뿐더러 불필요할 정도로 과도한 집착으로 인해 분위기마저 저해하는 안 좋은 형태의 동기입니다. 만화업계를 그린 만화의 다른 캐릭터들이 순수하게 만화를 그리고자 하는 것은 달리 이유가 없어서 그저 그리기만 하는게 아니라 그것 이상으로 이유를 달아봐야 전달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꿈이 순수할수록 이해하기 쉽고 공감하기도 쉬운데 바쿠만은 불필요하게 꼬아놓은 스타트라인이 지속적으로 작품의 분위기를 저해합니다.

또한 주인공 외의 다른 캐릭터들도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것이 주인공을 직접적으로 도와주는 몇 캐릭터들을 제외하면 이야기에서 필요없거나 또는 그 이상으로 불필요하게 이야기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인물들 밖에 없습니다. 남성 캐릭터는 과도하게 여성 캐릭터에 집착하고, 여성 캐릭터는 여성 캐릭터대로 남성 캐릭터에게 신경을 쓰거나 히스테리를 부리는 등 긍정적인 캐릭터의 모습도 아니지만, 그 자체로 작품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지도 못 합니다. 많은 캐릭터를 제대로 다루지를 못 하면서 주기적으로 그들에게 페이지를 할애하는 것이 되려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캐릭터를 만들어 놓고 공기취급 하는 것 보다 더 안 좋은 케이스입니다. 주기적으로 나쁜 이미지를 표출하는 서브 캐릭터보다 초반에 주인공 만화와 겹치는 장르로 나온 뒤 무소식이었다가 후반부에 반짝 재등장한 원로 만화가가 더 이미지가 강할 정도니까요.

그리고 이 만화를 즐기는 타겟을 심하게 타는 것도 여러모로 허들이 높습니다. 만화속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어느 정도 공감과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유사한 경험이 필요한데, 잘 보던 만화가 갑자기 급완결이 되거나, 장르가 바뀌거나, 안 하던 이상한 짓을 하거나, 연재가 중단되거나 하는 일을 경험한 적이 있어야 상황에 대한 재미가 높아지고, 공감하게 쉬워집니다. 반대로 그 경험이 없다면 별로 의미가 와닿지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이 만화가 어느 정도는 일본의 소년만화지인 점프를 고발? 지적하는 경향이 강해서 그만큼 일본 만화의 구조를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강합니다. 지나친 순위 집착 구조, 순위가 떨어지면 작품의 마무리는 어찌되든 상관없이 연재 중단, 강력한 편집자의 권한에 비해 만화가의 작품의 생명은 책임지지 않는 문제, 만화는 재미있으면 된다지만 정작 순위 때문에 작품 본연의 재미보다 보편적인 재미에 매달리는 구조, 잘 팔리는 작품만 밀어주고 그렇지 못 한 작품은 기회를 주지 않는 경향 등 출판 만화는 사장되고 웹툰으로 옮겨간 국내에서도 어느 정도 비슷한 상황이 많긴 해도 점프만의 시스템은 온전히 이해하기가 어려운 편입니다. 국내를 기준으로는 출판보다는 방송쪽이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많이 사랑 해 줬으면 왜 없어집니까" 라는 말처럼 시청률 안 나오는 프로그램 폐지나 장수 프로그램의 변질, 출연진이나 pd가 바뀔때마다 요동치는 분위기, 물의를 일으킨 출연진의 하차 등 여러모로 그쪽이 더 비슷한 느낌입니다.

그래서 바쿠만의 에피소드들은 너무 점프를 기준으로만 하는 이야기 위주라 만화 업계를 소재로 한 만화들 중에서는 범위가 너무 좁고 얄팍합니다. 예컨데 만화 '중쇄를 찍자'에서 초보 만화가에게 원작의 만화화를 의뢰하며 과도한 수정이나 철야를 요구하며 만화가의 심신을 망가뜨리는 에피소드는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어서 여러모로 납득이 가는 반면, 바쿠만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대부분이 순위 경쟁의 과정 뿐이고 그나마 편집자의 취향 강요나 잘 팔리는 작품의 연재 중단을 막으려는 등 드물게 편집자의 변명,아집,탐욕 정도만이 드러나는 정도에 그쳐 별로 와닿지가 않습니다. 특히 작중에서 점프에 대한 비판이 종종 나오는 것에 비해 소위 말하는 좀비 작품을 끝낼수 있는 권한을 두고 이야기를 펼치는 것은 만화가의 편을 들어줘야 할 동료 만화가들이 방해를 하려는 구조는 이해하기 힘든 형태입니다. 편집부가 만화의 깔끔한 결말을 방해하는 문제를 왜 만화가가 동조하여 협력하는 것인지, 또 편집자의 아집으로 인해 작품의 가능성이 줄어들고 재능을 가로 막는 것이 대체 왜 만화가의 재능 부족이란 비판으로 이어지는지, 점프를 비판하고자 하는 것인지 옹호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요소들로 인해 점프 위주의 편협한 소재 선정 뿐만 아니라 그 소재 조차도 제대로 다루지 못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오히려 작품 속에서 꾸준히 타카기에게 어울리는 작품은 사도격 작품이다 라며 왕도와 사도를 나누며 둘을 구분하려 하는데, 개그를 못 하는 사람에게 개그를 강요하며 못 하니 재능이 없다고 하는 것 보다 사도는 만들어도 왕도를 못 만드는 원작자야말로 더 재능이 없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왕도의 정점에 있는 점프야말로 왕도에 대한 데이터베이스의 보고인데, 도식화된 점프 왕도의 공식을 보며 왕도 작품을 만드는 것과 공식이 정립되지 않는 사도 작품을 만드는 것 둘 중 어느것이 더 난이도가 높은지는 말할것도 없는 일입니다. 납득하기 힘든 전개와 논리로 인해 특히나 생소한 만화 업계를 소재로 하는 이야기를 공감을 못 하고 튕겨나가게 만듭니다.

만화업계를 소재로 하는 만화로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입니다. 재미도 없고 업계 소재도 대체로 점프로 한정되고 특히 별 재미도 없는 순위 경쟁에 매달리는게 가장 지루하고 의미가 없습니다. 어차피 픽션에서의 순위 경쟁이란 한발짝 뒤로 물러나서 보면 결국 창작자가 정해 놓은 대로 흘러갈 뿐이고 독자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결국 창작자가 정해 놓은 대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을 몰입하며 보는 것은 순위 경쟁의 결과가 아닌 과정에 있는 것인데 바쿠만의 과정이란 만화 없는 만화 제작 이야기에 난리법석을 떠는 것에 불과한터라 과정을 재미있게 포장하지 못 합니다.

업계에 대한 이야기는 중쇄를 찍자가 더 낫고, 순수하게 만화가 이야기의 재미만 본다면 호에로펜이 더 나은데, 호에로펜 시리즈가 e북은 커녕 예전에 내놓은것 외에 출판을 하지도 않는 상황이라 국내에서는 별 선택권이 없다는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추천하지 않는 만화이고 그나마 2점 준 이유라면 이야기 퀄리티에 비해 작화는 뛰어나긴 합니다. 특히 배경은 이렇게까지 공들일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에요. 이야기와 별로 상관도 없는 배경이 많은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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