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고화질세트] 거짓말쟁이 유리코의 영광 (총4권/완결)
타나카 우츠토 / 서울미디어코믹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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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주목받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는 소위 관심병 기질의 허언증을 가진 소녀 유리코를 제목으로 그녀에게 영광이란 표현을 덧붙인 거짓말쟁이 유리코의 영광. 허언증 관종 소녀가 어떻게 원하는 것을 쟁취하는가 그녀의 거짓말 이야기를 다룬 만화입니다.

이 만화는 여러모로 진입장벽이 앞뒤로 좀 쎈 만화라 그 점을 먼저 이야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주인공인 유리코는 평범한 여주인공 상이 아닙니다. 앞머리로 가리고는 있지만 넓다는게 티가 나는 이마, 양쪽의 귀를 원숭이처럼 훤히 드러내 보이며 단정하긴 하지만 매력없는 촌스런 머리 스타일, 시바견 느낌처럼 굵고 짧은 눈썹, 삼백안과 사백안을 오가는 과도하게 과장된 눈, 얼굴 크기에 비해 말도 안 되게 얇은 목 등 전체적으로 이목구비가 주인공의 상을 거부하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비호감은 아니지만 절대 호감형은 아닌 매력없는 형태입니다. 여기에 추가로 그녀가 가진 정신적인 문제. 허언증과 관종 요소로 인해 그녀에게 쉽게 공감하지 못 하게 만듭니다.

이는 허언증 관종 소녀에게 섣부른 선입견으로 동정의 시선이 개입되지 않게끔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볼수 있게 하는 요소이지만 동시에 이야기에서 독자가 쉽게 이탈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주인공을 긍정하며 공감하기 어렵다보니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여차하면 제3자인 방관자 입장에서 이야기가 마음에 안 들면 나가버리면 되는거니까요.

또 다른 문제로는 이게 4권 완결. 충분히 이야기가 완성된 형태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만화가 순정이 아닌 인간 드라마로 되어 있는데 그 점은 맞다고 봅니다. 얼핏 순정만화처럼 보이는 도입부에서 과정을 거치고 결과에 다다르면 이건 순정이 아닌 유리코라는 소녀의 이야기로 끝납니다. 1권에서 이에야스의 가족 문제가 언급되었기에 아마 이야기 형태는 초반에 구상한 그대로 진행된 것 같습니다. 다만 충분히 담기에는 페이지가 부족한 느낌을 주는 보통 3~4권 완결 만화가 가지는 공통점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 만화처럼 독특한 캐릭터, 독특한 형태의 이야기를 사용 할 경우에는 더더욱 두드러지는 문제입니다.

유리코를 중심으로 거짓말이 어떻게 이야기를 확장시키는가, 이에야스의 약혼녀라는 유리코의 거짓말을 이에야스가 받아주고 둘의 관계는 핑퐁게임처럼 서로 주고 받으며 흥미롭게 흘러가다 이에야스의 가족 문제에 얽히면서 방황합니다. 유리코가 느끼는 자신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듯한 느낌은 스토리상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유리코가 중심이라기 보다는 주변인물들이 툭툭 튀어나오고 그 사이에서 존재감을 잃지 않으려 유리코가 발악하는 상황이 자주 나옵니다. 그러나 이 상황들, 이 이야기의 주체는 이에야스인지라 유리코는 순수하게 타인에 불과하죠. 보통 창작물에서 이야기의 중심은 주인공이어야 좋은건데 그런 점에서 이 이야기는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그렇긴 해도 주인공인 유리코를 중심으로 끌어낼 요소는 많았습니다. 예컨데 지금까지 자신을 위해서 관심받기 위해 주역이 되기 위해 거짓말을 하다가 타인을 위한 거짓말을 하며 느낀 새로운 감정이나, 허언증 관종이 된 심리적인 문제, 엄마와의 관계 문제, 단순히 관심을 받기 위한 목표를 달성 후 그 다음엔 무엇을 할 것인가란 목표 설정이나 인생의 주인공이란 추상적인 이미지에서 유리코가 깨닫는 진짜 자신이라거나 등등 여러가지가 있었을 것이지만 유리코를 중심으로 전개 할 수 있었을 여러 소재를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 하고 여전히 제 3자에 의해 자신의 환경을 침범 당하는 식으로 문제와 유리코가 자연스레 얽히는게 아니라 문제가 유리코에게 갑작스레 뛰어드는 처리를 합니다. 확실히 이전까지는 이에야스만의 문제였다면 권 후반에 들어서는 유리코의 문제로 확장되긴 합니다. 문제는 그렇게 일을 키워 놓고는 마무리가 상당히 엉성해서 대부분 뜬금없이 얼렁뚱땅 문제가 생기고 해결되거나 유리코 독무대로 혼자 다 수습을 해 버립니다. 제일 아쉬운 점은 동류의 대결 요소인데 의심받는 거짓말쟁이와 신뢰받는 거짓말쟁이로서 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여주며 유리코가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가를 보여주었어야 할 것을 유리코가 그냥 해결 해 버리니 결말에서 전해져야 하는 쾌감이나 감동 같은게 없습니다. 할애된 내용도 부족하지만 결말도 엉성하게 급하게 마무리지어서 지금까지 끌어온 긴장감이나 과정에 비해 결말이 안 좋습니다.

그리고 유리코가 주변 인물들에게 휘둘리는 것에 비해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성이 너무 가볍고 얄팍해서 이야기에서 중요도나 존재감이 떨어지는 점도 단점입니다. 이에야스의 양부모만 해도 생명의 위협을 받았지만 이야기가 흘러가는 도중에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어졌고, 이에야스와 대립하는 존재들도 유리코에게 쉽게 끌려다닐 뿐이라 왜 유리코를 흔드는 인물들로서 이런 서브캐릭터가 필요했는지 수긍하기가 힘듭니다.


아마 제대로 이야기를 진행한다면 장르가 인간 드라마이니까 유리코가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요소도 넣고, 유리코의 문제가 이에야스의 문제에 비추어지면서 풀리거나 스스로 풀어내거나, 이에야스의 문제에서 이에야스의 주변인들에게 유리코가 거짓말쟁이로서 신뢰받는 과정 등 흐름상 설명과 표현이 필요한 전개까지 넣으면 4권 완결이 아닌 5~6권 완결 정도로 추가 페이지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그런 점들을 포함하지 못 했기 때문에 허언증 관종 소녀라는 특별한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 한 점이 많이 아쉽습니다.

거짓말을 하거나, 진실을 숨기거나, 주목을 받고 싶어하거나 등등 유리코가 가진 문제는 사실 해체해서 나눠 보면 많은 캐릭터들이 가지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것을 한 캐릭터에 몰아주고는 그 문제들을 풀어내는 해법까지는 따라오지 못 했기에 완성도에서 부족하지 않았나 합니다. 독특한 캐릭터,소재는 흥미롭지만 완성도면에서는 좀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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