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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그림 속 의학 이야기 - 고대의 주술사부터 미래의 인공지능까지
이승구 지음 / 생각정거장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의료와 뱀.
세계보건기구의 마크를 살펴보면 긴 지팡이를 휘감고 있는 한 마리의 뱀을 볼 수 있다.
의료행위와 뱀?
얼핏 생각해보면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뱀이 의료보건기구의 마크라니 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한의사협회의 마크는 한 마리도 아니고 무려 두 마리나 되는 뱀이 지팡이를 휘감고 있다.
뱀.뱀..뱀...뱀....
도대체 이 마크의 유래는 어디서 시작했을까?
고대 의사들은 뱀이 휘감고 있는 지팡이를 의사의 특별한 상징으로 여겼다. 이것은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라 불리는 것이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의학의 신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기원전 550년 경, 실존했던 인물이다. 그는 히포크라테스보다 100년 전에 존재했던 사람으로 의학 실력이 너무나 출중했기에 신으로 추앙받게 된 것이다. 아스클레피오스는 항상 뱀이 휘감고 있는 지팡이를 들고 다니다가 환자에게 들이밀어 놀란 환자가 자가 치유를 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지팡이가 의학의 상징이 된 것이라고 한다.

의학과 미술.
의학과 미술은 전혀 동떨어진 곳 같지만 두 세계를 연결해주는 독특한 미술의 거장들이 몇 명 있다. 그 중에서 빈센트 반 고흐와 에드바르트 뭉크는 아주 특출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현대인들의 단조로운 반복적 삶과 무기력으로 황폐해져 가는 정신 변화를 표출한 화가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실제로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특히 뭉크의 ‘절규’라는 작품은 실존의 고통을 형상화한 19세기 말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여겨지지만 죽음이라는 공포와 불안에 본인이 시달렸기에 가능했던 작품이기도 했다.
남들과 다른 세계... 그것은 창작의 고통을 느끼는 예술가들이 원하는 세계일 수 있다.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과거 우리나라의 몇몇 예술가들이 대마초나 마약류에 손을 대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은 쇠고랑을 벗어날 수 없었다.
오늘의 교훈 : "죄짓지 말자..."

제왕절개(帝王切開)... 왕들만 할 수 있는 수술법인가?
산모가 자연분만으로 출산이 불가능할 때 산모의 복부를 갈라 태아를 꺼내는 수술 방법을 제왕절개(帝王切開) 수술이라고 한다. 이는 로마의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제왕절개로 태어났기에 그의 이름(Caesar)에서 따온 것이라는 설이 있으나 확실치는 않다. 제왕절개술은 영어로 cesarian section인데 영어이름 caesar가 제왕을 뜻하기도 하므로 제왕절개라고 우리나라에 번역되었다.
제왕절개술의 최초 기록은 기원전 6세기경에 있다.
히말라야 산맥의 카필라바스투성에서 하얀 코끼리로 변신한 신이 마야 부인의 배 속으로 들어가 부처로 잉태되고, 후에 오른쪽 옆구리로 고통과 고뇌 없이 태어났다는 전설이 바로 그것이다. 1869년 보스턴의 호라리토 스토러에 이르러 정식 마취에 의한 개복 수술이 성공하면서 현재적인 제왕절개술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과거의 제왕절개술은 많은 산모의 사망을 가져왔다. 영국의 조지프 리스터(1827-1912)가 석탄산 용액으로 수술 도구 등을 소독하는 효과적인 살균방법을 제시하기 까지 많은 사람들이 외과수술 후 감염으로 죽어갔다. 살균법으로 유명해진 리스터는 미국인들의 대표적인 구강철결제 리스테린 Listerine에 자신의 이름이 사용되는 등 추앙을 받았다.
중세시대의 교과서나 삽화를 보면 질병이나 환자를 악마나 괴물들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과거부터 질병은 사람의 몸에 악마가 깃드는 것이고, 암이나 종양도 악마의 장난으로 인한 신생물이며, 의사는 이러한 병을 막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하는 존재라 생각해왔기 때문인 듯 싶다.
중세시대에는 정신병에 걸린 여자들을 마녀로 몰아 고문하고 화형에 처하는 일이 많았다. 또한 여자가 유전적 질환이나 사회적 질병 등으로 기형아를 낳으면, 악마와 관계한 것으로 몰아 탄압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1800년대에 들어와서 인체 해부학과 병리학, 생리학 등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질병과 암의 병태 생리가 밝혀지기 까지 질병은 악마라는 개념으로 많은 사람들이 부당한 대우와 억울한 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고대로부터 내려온 의학은 대부분 종교적 힘에 덧붙여진 민간요법들이다. 그 틀을 깨고 새로운 발전을 보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일단 부정적이고 배척하는 인간의 속성상 오랜 적응 기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의학도 마찬가지였다. 중세시대의 의학은 비록 무지했지만, 확고한 종교적 신뢰를 바탕으로 오랜 기간 오용되고 무모하게 실행되었다. 이런 무모한 중세의 의학은 해당 분야 선각자들의 끊임없는 의구심과 탐구력, 그리고 개인적 천재성과 추진력을 통해 진실된 의학의 길로 조금씩 바꿔졌던 것이다.
현대의 의학은 어쩌면 질병이 아닌 오랜 편견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금자탑이라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가장 큰 적은 AIDS나 암과 같은 질병이 아닌 편견에 사로잡힌 우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리뷰는 리앤프리책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