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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행33훈 - 삼성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
김용준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5년 6월
평점 :
‘지행33훈’은 이건희 회장이 한 발언을 33개의 카테고리로 집대성한 책자이다.
여기서 지행은 지행용훈평(知行用訓評)의 줄임말로 알고(知), 행하고(行), 사람을 쓰고(用), 가르치고(訓), 평가하는(評) 것으로 이건희 회장이 생각하기에 경영자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다섯가지 능력을 말한다.

지행 33훈은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을 ‘경영자’, ‘사업전략’, ‘경영인프라’, ‘인사조직’, ‘연구개발’, ‘제조생산’, ‘마케팅’, ‘글로벌’, ‘기업문화’와 같이 9개 분야로 나눠 정리하고 있다. 지행 33훈 중에서 이건희 회장이 가장 중요시 했으며 또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인사조직(인재경영)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 하고자 한다.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모셔 와야 한다. 삼고초려로 모셔 와서 그 사람을 우리 회사에 맞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사람한테 맞추어야 한다.”
2002년 6월 이건희는 삼성 순혈주의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면서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할 때 필요한 자세를 제시했다.
“S급 1명을 가지고 있는 것이 A급 10명 가지고 있는 것보다 낫다. A급 1명이 B급 10명보다 낫다. 이는 경영의 아주 기본이다.”
“S급 인력이라고 하는 것이 꼭 기술자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경영자에도 필요하고 인사, 재무, 총무에도 다 필요하다.”
이건희 회장은 인재에 관한 정책을 전략의 수준으로 격상시켰다.
그가 인재경영을 중요시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가장 이상적인 국가를 이야기 할 때, 덕치주의 국가를 손으로 꼽는다.
덕치주의 국가를 손꼽는 것은 이를 현실적으로 시행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나관중의 삼국지에는 수많은 영웅들이 나오는데, 이들 중에서 덕으로 인재를 등용하고 세상을 다스린 이가 있다. 바로 유비 현덕이다.
아마 삼국지에서 유비만큼이나 많은 영웅의 사랑을 받은 인물은 없을 것이다.
그가 나중에 촉한을 세웠을 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진심으로 기쁨의 눈물을 흘렸던가?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그가 세운 나라는 3국 중에서 가장 먼저 패망했다.
가장 이상적인 국가가 2세대를 가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다.
유비를 주위에서 보필했던 호걸들과 제갈공명이라는 천하의 책사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촉나라가 이렇게 쉽게 무너진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유비 평전(민음사 출판사, 장쭤야오 지음, 남종진 옮김)을 보면 그 이유를 이렇게 이야기 한다.
“수많은 백성의 마음을 얻은 촉한이 삼국 중 가장 먼저 패망한 것은 능력 있는 신하와 지략 뛰어난 장수를 길러 내는 일에 소홀했던 유비와 제갈량의 책임이다.
유비는 제갈량만을 너무나 신봉했고, 제갈량은 너무나 능력이 뛰어난 나머지 여러 분야를 직접 관장하다보니 재능이 있는 이들을 키워내지 못한 것이다.”
제갈공명은 뛰어난 인재였지만, 재능이 있는 이를 쓰고, 가르치고 평가하는 데 약했던 것이다.
사람은 유한한 존재다. 제갈량은 앞을 내다보는 뛰어난 인재였지만, 그 인재가 죽자 ‘촉’의 위대함도 같이 사망했던 것이다.
인재를 키우지 못한 나라는 결국 망할 수 밖에 없었다.
20세기 삼성의 플랫폼은 ‘추격의 플랫폼’이였다.
1등을 벤치마킹하고 따라잡는 것이 전략이었다.
그들의 노력은 결심을 맺는다. 2000년대 초 삼성의 기술은 일본, 미국을 거의 다 따라잡았으며 일부 분야는 오히려 앞서 가기도 했다.
삼성의 추격전이 끝나갔고 있었지만 이건희 회장은 오히려 혼란스러웠다.
세상은 급속히 변해가는 과정에서 더 이상 10년 후를 보여줄 수 있는 기업도, 국가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건희는 새로운 길을 보이며, 해법을 찾아야 했지만 그 해법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공개적으로 한계를 실토했다.
“5년 후, 10년 후 뭘 먹고살지 고민했다. 그러나 바로 이거다 하는 사업이 떠오르지 않았다. 환경과 기술의 변화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은 너무나 빠른 환경과 기술의 앞날을 혼자 예측하기 힘들어 했다.
결국 그는 말했다. “내가 볼 수 없는 미래를 볼 수 있는 사람을 준비하라.”
이때부터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혼자서는 볼 수 없는 미래를 함께 보고, 세계적 경쟁에서 선두로 치고 나가는 ‘추월의 플랫폼’으로 전환됐다.
지행33훈에서 이건희가 내세운 새로운 인재경영은 앞이 보이지 않는 절박함의 소산이었던 것이다.

삼성 임원들에게만 공개되었던 지행33훈이 지금 이 시기에 책으로 세상에 나온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지행 33훈은 ‘삼성의 긍정적인 측면만을 부각시키려는 영웅주의 적 태도에서 왔다’라고 벌써부터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도 분명히 배울 점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최고 경영자의 생각을 공유함으로서 서로의 비젼을 하나로 일치시키게 하는 힘은 회사의 능력을 몇 배로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이다.
나라가 힘들어 하고 있고, 전세계가 힘들어 하고 있다.
세대와 세대가 갈등하고 정부와 국민이 반목하고 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까?
다시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