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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징비록 - 전시 재상 유성룡과 임진왜란 7년의 기록
이재운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5년 2월
평점 :
징비록은 서애 유성룡 대감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으면서 기록한 전쟁 기록물이다.
당시 유성룡 대감은 전시 재상으로 불릴 만큼 7년 전쟁 내내 조선군의 중심과 핵심의 자리에 있으면서 많은 전투와 전쟁 외교, 전술전략 등을 직접 세우거나 체험했다. 명군과 일본군 사정에 대해서도 가장 많이 아는 위치에 있었는데, 유성룡 대감은 정사를 돌보면서 당시의 일들을 틈틈이 기록해 두었던 것을 모아 나중에 편집한 것이 바로 징비록이다.
징비록은 전쟁 외교와 전술전략에 대한 귀중한 내용도 많았기 때문에 조선에서는 1712년 ‘징비록’의 일본 수출을 금하기도 했다.
‘소설 징비록’은 ‘징비록’과 관련하여 올해에 내가 읽은 3번째 책이다.
첫 번째 징비록은 ‘서해문집’에서 출간한 ‘징비록’이었다. 이 책은 징비록 상하 2권과 녹후잡기로 이루어진 판본을 번역 원본으로 삼았던 것으로 역사적 기록물로서 시대를 생각해 가며 담담히 읽을 수 있었다.
두 번째 징비록은 ‘알마’에서 출간한 ‘징비록’으로, 국방군사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을 역임한 임홍빈님의 해설이 달린 것이었다. 징비록은 전쟁에 대한 기록물이어서 군사운용과 지리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이 책은 각 챕터 중간 중간에 당시 격전지에 대한 지도와 전략적 측면에서의 설명이 있기 때문에 징비록의 배경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 세 번째가 바로 ‘소설 징비록’이다.
저자는 이재운으로 ‘소설 토정비결’, ‘소설 열하일기’ 등등 수많은 책을 저술한 저명한 소설가이다.
‘소설 징비록’이 내가 읽었던 다른 두 권의 책과 차이점이 있다면 이 책은 ‘징비록’뿐만 아니라 ‘호종일기’를 참고하여 소설형식으로 ‘소설 징비록’을 그려내었다는 점이다.
호종일기는 임금과 왕세자를 모시고 피난 다니면서 매일 기록한 일기로서 저자는 개인적으로 선조 이균과 왕세자 광해군을 처음부터 끝까지 호종한 예조 참판 이관, 예조 좌랑 이효원 부자의 후손이라고 한다. 그는 이 책을 저술하기 전에 집안에서 전해져오는 <호종일기>를 탐독했다고 한다.
‘소설 징비록’은 다른 어떤 책보다 선조 이균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이는 ‘호종일기’에 기록되어 있는 선조 이균에 대한 성향이 반영된 것인지, ‘선조’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이 반영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소설 징비록’에서 ‘선조’는 임금으로서 자질이 없는 자로 그려진다.
과연 그럴까?
그것은 이균의 출생에 대한 비화를 살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선조 이균은 왕권의 정통계승자가 아니다. 그는 중중과 명빈 밀양박씨의 소생 덕흥대원군의 셋째 아들로, 명종이 후사를 남기지 못한 채 죽자 양자로 들어와 왕위에 오르게 된다.
정통계승자가 아닌 선조는 지지 세력이 약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그는 자신에게 온 행운을 지키기 위해 신하들을 붕당정치로 몰아넣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그에게 자신을 노리는 가장 위협적인 제1의 적군은 바다 건너 왜군이 아닌 신하들이었던 것이다.
그런 까닭에 그는 ‘임진왜란’ 당시 자신보다 명성이 뛰어난 신하(의병을 포함)들을 경쟁자로 여겼고, 그들을 제거할 대상으로 생각한 것 같다.
‘소설 임진록’을 읽으면서 사람들을 다스리는 대표자의 자질과 태도에 대해서 다시 깨닫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