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

징비록 - 유성룡이 보고 겪은 참혹한 임진왜란
김기택 옮김, 임홍빈 해설, 이부록 그림, 유성룡 원작 / 알마 / 2015년 1월

   KBS에서 대하드라마 징비록을 방영 중입니다.

  그런 까닭인지 요즘 들어 징비록에 관한 많은 책들이 출간되고 있네요. 

  저는 이번 주말에는 지난 번에 읽었던 징비록과는 또 다른 출판사에서 번역된(알마 출판사) 징비록을 읽었습니다.

   제목 : 징비록(유성룡이 보고 겪은 참혹한 임진왜란)  

   유성룡 대감의 징비록을 기초로 하여 김기택님께서 번역, 임홍빈님께서 해설을 달았고, 이부록님께서 그림을 그려주셨습니다.

   징비록은 조선에서 발발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 대한 회고록 성격의 책입니다.    다들 임진왜란하면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손꼽지만, 사실 일본, 명나라, 조선이라는 큰 그림에서 당시의 왜란을 가장 잘 묘사한 책 중에 하나는 바로 이 징비록입니다.    징비록을 쓴 유성룡 대감은 전쟁 당시 영의정이며 도체찰사(전시의 최고군직)로서 조선에서 벌어진 모든 사건들을 보고 받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이 징비록을 통해 당시의 국방, 군사, 정치, 외교, 민사 등 모든 분야를 세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시점의 차이를 두고 번역자가 각기 다른 두 권의 징비록을 읽다보니 기존의 다른 번역책을 읽었을 때는 미처 몰랐거나 이해되지 않았던 점이 계속 생겨나는데요, 그것은 바로 지리와 관련된 내용이 나올 때입니다.
   징비록은 전쟁에 대한 기록물이기 때문에 정치와 군사적인 내용도 많이 나옵니다. 따라서 당연히 군사운용과 지리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요, 제가 우리나라 지리에 취약해서 위치나 지형에 관한 내용이 나오면 ‘그곳은 어디일까?’라며 많이 궁금하기도 하고 한번에 와닿지 않아서 이해하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예를 들면 모든 전략가들이 문경새재는 천혜의 요충지라고 했는데, 문경새재는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왜 신립장군은 문경새재를 버리고 탄금대에서 싸웠을까? 과연 신립은 그토록 멍청했을까? 

   조선은 왜군의 침입을 막고자 조령, 죽령, 추풍령에 각각의 장군들을 보냈는데, 무슨 근거로 왜군들이 이쪽으로 진군할 것이라 생각했나? 등등 말입니다.  

   하지만 이 징비록은 임홍빈님께서 이에 대한 해설을 넣어주었기 때문에 이를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임홍빈님께서는 국방군사연수소 선임연구원 등을 역임했기 때문에 군사적인 측면에서 징비록에서 잘 이해 안되는 부분을 주석 등을 통해 잘 설명해 주셨습니다.)
   또한 이 책은 각 챕터 중간 중간에 지도를 보여줌으로써 왜군의 이동경로나 우리 군사들과 격전했던 곳을 알 수 있어 징비록의 배경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림. 충주탄금대 전투위치]

   신립의 부대는 요새인 문경새재 방어를 포기하고 물릭가 많은 습지대인 탄금대에 배수진을 친다. 북방에서 기마전술로 효과를 봤던 신립의 판단 착오로 조선군은 일본군의 조총 공격에 대응하지 못하고 결국 참패한다.  

   지난 번 KBS 징비록 제6화에서는 일본에 갔다가 복귀한 통신사의 보고가 있었는데요.  ‘당장이라도 일본은 쳐들어 올 것이다’라는 황윤길 정사와 ‘왜구는 쳐들어 오지 않는다’라는 김성일부사의 각각 다른 보고가 있어 혼란에 빠진 조정을 방영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김성일부사는 왜국이 쳐들어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을까요?
   이 책, 징비록에는 이 사건 이후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나(유성룡)는 나중에 김성일을 만나 물었다.  

  “앞으로 정말 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려고 그렇게 말했는가?” 

  “일본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거라고 어떻게 확실하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황윤길의 말에 온 나라가 놀라고 백성들의 마음이 크게 흔들릴까봐 이를 막으려고 한 것뿐입니다.”

​   (출처: 징비록(유성룡이 보고 겪은 참혹한 임진왜란), 알마출판사)

   글은 말을 한 사람의 뜻과 의도를 정확하게 기록하기가 힘들어서 김성일부사의 의중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기록에 의하면 김성일 부사도 왜국이 조선에 위협적인 존재라고 평가는 한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위태로움을 너무나 작게 간과한 것이 문제였던 것이죠.  

  이에 대한 보고가 자신들의 당파에 큰 위협이 될 것 같아서 축소보고 한 것일까요? 아무튼 지금에 와서 보면 참으로 아쉬운 보고였습니다.  

  과거를 회고하면서 징비록을 쓰던 유성룡 대감은 이때의 보고를 더욱 안타깝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