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에 숨겨진 101가지 진실 기업 경영에 숨겨진 101가지 진실 1
김수헌.한은미 지음 / 어바웃어북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날,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타 부서의 A차장님이 개인적인 일로 나를 호출한 적이 있었다.

".. 다름이 아니라, 내가 주식을 조금 하는데, 재무제표를 잘 볼 줄 몰라서 조언을 좀 얻고자 해서..."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 회사는 어떤 것 같아?"

그는 내게 B회사의 재무제표를 슬쩍 내밀면서 간략하게나마 회사를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글쎄요? 저도 재무제표를 깊게 분석하지는 못해서..."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마지못한 마음으로 재무제표를 받아보았다.

"... 일단 재무제표만 보면 단기차입금이 많고, 영업 이익률이 매우 낮아서 우량회사라고 생각되지는 않네요... 물론, 회사의 실체는 더 시간을 두고 분석해 보아야겠지만 말입니다."

 

많은 단기차입금은 유동성에 대한 심각한 문제를 가져온다.

단기차입이 많은 회사가 영업이익 마저 낮다면 자칫하면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도산한 가능성이 높다.

나는 이러한 우려감을 우회적으로 돌려 이야기했다.

 

"그래?" "이 회사가 이번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겠다며 전환사채를 발행한다는 공시를 띄웠는데.. 어떻게 생각해?"

"글쎄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면 많은 자금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 전환사채가 그리 쉽게 팔리겠어요? 그리고 B사의 최근 공시를 보면 얼마 전에 대표이사도 바뀌었던데..."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너무 없어서 정확히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기업사냥꾼에게 팔린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조금 들기도 합니다."

 

우려감을 표시한 나의 조언에 A차장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아무래도 A차장이 B회사의 주식을 대량 보유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만약 본인이 이 회사의 주식을 산다면 어떻게 하겠어?"

"저요? 만약 저라면 이 회사의 주식은 안 사죠, 그리고 혹시 B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빨리 팔아버릴 거에요"

"그래도 만약에 새로운 대표이사가 신규아이템을 가지고 온 것이라면 대박 날 수도 있잖아"

"신규아이템? 대박? ... 물론 가능성은 있죠... 하지만...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너무 위험이 큰 것 같아요."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내 예상대로 A차장은 B회사의 주식을 꽤 많이 가지고 있었다.

하락세를 타고 있다고 느낄 때 손절매를 해야 했지만 그 타이밍을 놓쳐서 고민하고 있던 차에 내게 조언을 구한 것이었다.

A차장은 결국 차일피일 주식매도시기를 놓쳐 애를 먹고 있다가 B회사의 작전세력에 걸려든 불쌍한 개미들에게 주식을 냉큼 팔아 치워서 B회사로부터 겨우겨우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사건을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A차장은 손절매를 하지 않고 오랫동안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개미들은 왜 B회사의 주식에 걸려들었을까?

그것은 아무래도 전환사채에 대한 덫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전환사채는 복불복인 경우가 많다.

잘하면 대박이고 못하면 쪽박을 찬다.

전환사채는 타인으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해서 발행하지만, 기업사냥꾼들이 알짜 기업의 단물을 빼먹기 위해서 발행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그러나 많은 순진한 사람들은 전환사채가 그저 경영상의 순방향(투자) 목적으로 발행된다고만 알고 있다.

왜냐고?

책에서는 전환사채의 순방향에 대해서 쓰여있지, 역방향에 대해서는 적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돈을 벌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든다.

하지만 쓴맛을 본다.

주식시장이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은 주식에 대해서 공부를 한다.

그리고 또 뛰어든다.

그러나 또 실패한다.

왜냐하면 주식시장에서는 법을 초월한 악한 방법으로 순진한 사람들의 돈을 갈취해 가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달콤한 사탕발림으로 덫을 쳐놓는 무리들이 많다.

테마주? 재벌3? M&A?

이런 것들은 이들이 주로 써먹는 주요 재료들이다.

그러나 오늘도 많은 개미들은 이러한 독이든 사탕을 찾아 온다.

 

그들이 쉽게 꼬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선 사례처럼 전환사채를 악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것들을 경험으로 배울 수 있었지만, 세상의 모든 사례들을 내가 다 경험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 무분별한 대박의 성공사례가 들리는 분야에 대해서는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러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이 적혀 있는 책들을 통해 간접적인 경험을 쌓는 것이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이 책의 공동저자인 김수헌씨는 1993년부터 기자생활을 하면서 경제전문기자로 활약을 했다.

SK-JP 모건 주식 위장 이중거래와 금호그룹의 검은 머리 외국인 유치 사건은 그가 파헤친 특종기사이다.

그는 자신이 익힌 주식과 회계에 관한 지식, 기타 경험담을 아낌없이 이 책에 쏟아 부었다.

셀트리온의 공매도 세력 죽이기 작전, 극동전선 유상감자의 마술, LG유플러스 눈물의 자사주 소각 등 기업경영과 주가의 비밀을 푸는 사례들을 이 책에 아낌없이 펼쳐놓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공부를 하는 이유 중 그저 지식을 자랑하기 위함만은 아니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함이다.

이 책을 통해서 나를 지키는 힘을 길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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