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미각 - 설렁탕에서 떡볶이까지, 전통이 살아 숨쉬는 K-푸드 가이드
강설금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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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로미각》은 대한민국 맛집 1번지 ‘종로’를 무대로, 근대에서 현대까지 이어진 K-푸드의 문화사를 인문학적 시선으로 풀어낸 책이다. 그 중에서 치킨편은 명동의 전기구이통닭에서 대학로의 림스치킨, 그리고 양념치킨과 치맥 문화에 이르기까지 치킨 한 마리에 담긴 한국의 산업화와 세대 변화를 생생히 보여준다. 미군정기의 ‘아메리칸 드림’이었던 KFC가 한국인의 손에서 ‘코리아의 K’로 재탄생한 과정은 현지화와 자존의 상징이 된듯 하다. 




언제 어디서나 즐거운 청춘의 맛 - 치킨편 


지구상에서 가장 널리 소비되는 육류이자 종교나 민족에 구애받지 않는 식재료가 바로 닭이다.


 특히 '치킨공화국'이라 불리는 한국에서 2023년 기준으로 1인당 한 해 평균 26마리의 닭을 소비했다고 한다. 인간이 전 지구의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를 인류세라 하는데, 어쩌면 인류세의 화석이 닭뼈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1) 분단의 잔해 위에 튄 기름 : KFC에서 ‘코리아의 K’로



치킨은 분단이 가져다준 음식이다. 


미군정과 전쟁 이후 유입된 프라이드 치킨은 1970년대 식용유 · 품종개량 · 대량생산 정책을 만나 서민 음식으로 자리 잡는다. 초기의 ‘통닭’은 닭다리를 누가 집느냐에 따라 집안의 서열을 확인할 수 있는 음식이었지만, 조각내기와 튀김옷이라는 KFC만의 조리법은 어떤 부위를 먹든지 입에 대는 순간 동공에 지진을 일으킬 정도로 고소하고 바삭한 맛을 선사하면서 치킨의 모든 부위가 골고루 맛있는 만인의 음식이 되었다. 이어 1980년대 한국식 양념치킨은 수입 문화의 모방을 넘어 현지화 - 재창조 - 역수출로 이어지는 K-컬처의 원형을 보여준다. 이는 “켄터키의 K는 결국 코리아의 K가 되었다.”



2) 대학로: 치킨은 청춘의 기름냄새, 치맥은 사회 공동체의 문법



대학로는 치킨의 무대였다. 림스치킨, KFC, OB호프의 등장은 ‘맛의 유행’이 아니라 세대 문화의 형성이었다. 치맥은 메뉴가 아니라 사회적 언어였다. 함께 마시고 나누며 토론하는 경험이 민주화·대중문화·공동체 감각과 뒤엉켜 하나의 리듬을 만들었다. 종로의 종소리가 새해를 공평하게 알리듯, 종로의 치킨은 청춘의 표준시간을 만들었다.





3) ‘원조’보다 ‘변신’: 한국형 근대화의 미각



치킨에는 두 가지가 없다고 책은 말한다. 원조 숭배와 노인 우대. 


이는 치킨이 권위를 중시하는 음식이 아니라 변신을 업으로 삼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새롭고 늘 젊다. 동시에 메뉴판 끝에 남아 있는 ‘오리지널’은 머나먼 기억의 닻이기도 하다. 



5) 종로, 맛의 확장로—한 도시의 맛이 국가의 정체성으로



종로의 음식은 서울을 넘어 한국의 얼굴이 되었다. 치킨 서사는 그 흐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음식이다. 분단 - 산업화 - 민주화 - 세계화의 이정표를 치킨이 건너왔다. 


분단의 아픔이 가져온 음식이었으나 젠 세계인의 입맛을 연결해주는 대표적인 K-푸드로 문화 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치킨. 그 길이 어디까지 뻗어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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