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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돌, 그리고 한국 건축 문명 - 동과 서, 과거와 현재를 횡단하는 건축 교양 강의
전봉희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평점 :

건축이란 무엇인가?
나무, 돌, 그리고 한국 건축 문명이라는 주제 속에서 건축의 개념과 유래를 찾아가 보자.
건축이란 철학과 종교, 예술이 함께 어울어져 표출된 하나의 상징이다.
건축은 어떤 무엇인가를 세우는 일로서,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인 돌이나 나무를 쌓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하늘을 두려워 했기에, 하늘의 뜻을 깨닫고 그것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하늘에 가까이 하려했던 인간의 욕망은 좀더 크고, 높고, 화려한 형태의 건축기술로 발전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건축기술은 점차 인간이 사는 생활환경으로 그 지경을 넓혔으리라 생각된다.
인간 속에서의 건축.
건축이란 인간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형태의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구조적으로 안전하고 미적으로 아름답고 쾌적한 공간환경을 이루어 내는 종합예술이다.
맹수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추위와 더위를 피하기 위해 움집 형태의 주거형태가 인류 최초로 생겼다. 인류문명의 태동기에는 생존을 위한 건축이 이루어졌으나 시간이 흐르고 삶의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건축은 그 시대의 생활상과 역사적 가치를 담으며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건축은 집을 짓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집은 하부구조이며 그 집 속에 담기는 사상이 그 시대를 반영한다. 건축은 그 시대의 사상과 같이 지어진다.”
마루에 대하여...
우리가 전통적으로 살았던 한옥에는 항상 마루가 있었다.
이 마루의 기원은 어디서 왔을까?
유적과 문헌을 통해 선사시대에도 말뚝 위에 집을 짓는 형태로 살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말뚝 위에 바닥을 만들고 집을 지었으니 이것이 마루집이자, 마루의 기원이라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원두막이나 망루, 그리고 누각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마루에는 또 다른 기원이 있다. 권력장치로서의 마루다.
바닥을 아주 조금 들어 올리는 것만으로도 그 위에 오른 사람의 지위를 돋보이게 하는 장치가 된다. 교단이나 강단, 설교단 같은 것이다. 강단이 더 극단적으로 얇아지면 돗자리나 카페트를 예로 들 수 있다. 다른이와의 차이를 두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지위를 달리 만들 수 있다.
높은 마루 전통는 기본적으로 지면에서 오는 불리함을 피한다는 점에서 실용적이다. 지면의 물, 짐승, 벌레 등을 피하기 위해 바닥에서 띄워 공중에 설치를 하였다. 또 멀리 내다보고 적을 감시하거나 조망을 즐기는 목적에서도 높은 바닥이 유리했다.
이와달리 낮은 마루는 주변과 구분해 더 위엄 있고 격식 있는 공간을 만든다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한뼘 남짓의 높임으로 더 시원해지는 것도 아니고 더 멀리 보이는 것도 아니고 짐승이나 벌레의 위협으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올라선다는 것 자체가 상징적인 의미여서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았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높고 낮은 마루의 전통이 우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이런 인식은 전 세계에 퍼진 아주 보편적인 공간 장치이자 공간 인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