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어떻게 부자의 무기가 되는가 - 알면 벌고 모르면 당하는 '재벌법'의 10가지 비밀
천준범 지음 / 부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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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은 핸드폰을 많이 팔거나, 자동차를 많이 팔아서 돈을 벌지 않는다.


그렇게 번 돈은 회사로 들어가는 것이지 재벌의 호주머니에 들어가는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회사의 돈 = 재벌의 돈”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법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여러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회사의 돈을 법적테두리 속에서 내 마음대로 쓴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잘못했다간 주주총회에서 큰 망신을 당하거나 배임죄로 형사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



그래서 그들은 회사를 이용하여 재벌이라는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풍족하게 만들 방법을 항상 찾는다. 물론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말이다.




이 책에서는 초급, 중급, 고급 3단계를 통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재벌들이 어떻게 돈을 벌었는가를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






1. 초급과정 : 밀어주기, 몰아주기, 끼워넣기.


2. 중급과정 : 주식을 이용하는 방법. 합병과 분할, 자기주식, 지주회사의 마법, 전환사채


3. 고급과정 : 상장과 상폐




중급, 고급과정으로 들어갈수록 주식회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조금 더 필요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초급과정만 살짝 살펴보자.







회사가 이익이 나면 그 이익은 누구의 것일까?


이익의 일부는 세금을 내야하기에 정부의 것이다.


그 밖의 나머지 이익은 모두 주주, 즉 투자자의 것이다.


그러나 그 이익은 얼마든지 빼돌릴 수 있다.




대박치킨 주식회사가 설립되었다.


대박치킨 주식회사의 지분은 다음과 같다.


주주 갑(대표이사 겸임, 20%), 주주 을(30%), 주주 병(25%), 주주 정(25%).



갑이 치킨사업에 대한 경험이 풍부했기에 다들 만장일치로 갑을 대표이사로 선임하였으며 경영에 대한 모든 것을 위임하기로 한다. 나머지 을, 병, 정은 주주로서 나중에 회사에 생기는 이익금을 배당으로 가져가기로 하였다.



대박치킨은 1년 동안 사업을 하여 2억원의 이익(매출 10억원, 비용 8억원)을 내었다.


첫 해, 이들은 2억원의 이익을 배당금으로 그 비율에 따라 분배하기로 한다.


갑은 4천만원, 을 6천만원, 병 5천만원, 정 5천만원을 가져갔다.



그 다음 해, 갑의 아내가 식용유를 납품하는 회사(A회사)를 만들어서 대박치킨에게 식용유를 납품하기로 한다. 어차피 대박치킨의 입장에서 식용유는 누구에게든 구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갑의 아내(A회사)는 대박치킨에 납품하는 식용유의 가격을 조금씩 올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박치킨이 가져가야할 이익이 조금씩 새고 있다.



두 번째 해, 결산을 마치고 나니 대박치킨의 매출이 2배가 되었다. 물론 비용도 그만큼 늘어났다.


매출도 2배, 비용도 2배...


그렇다면 예상되는 이익은 2억원?


그러나 실제이익은 작년과 동일하게 1억원이 남았다.



대박치킨에 납품하는 식용유 가격이 조금씩 올라갔기 때문이다. 1억원이라는 이익이 갑의 아내(A회사) 주머니로 고스란히 들어간 것이다. 속칭 밀어주기다.




밀어주기란...


어떤 회사가 대표이사 또는 대표이사의 지분이 많은 회사와 거래하면서 비싼 것을 싸게 팔거나 싼 것을 비싸게 사 주는 방법으로 그 회사에 이익을 넘겨주는 방법이다.


물론 이 방법은 부당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 또는 형사책임을 질 수 있다.



이 방법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자,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비싼 것을 싸게 팔거나... 싼 것을 비싸게 사 주는 것’, 이 지점을 피하면 된다.






대박치킨의 매출이 점점 늘어나면서 300억원이되자, 공급의 안정성을 위해 대박치킨에 식용유를 납품하는 곳이 더 생겼다. A회사 이외에 B사, C사도 식용유를 납품하고 있었다.



앞서 A사의 ‘밀어주기’가 부당거래법 위반으로 위법한 상황이 되자 A사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step1 ; A사는 식용유의 가격을 일반 가격으로 동일하게 낮춘다.


step2 ; 그리고 B사와 C사의 공급을 빼앗아 납품하는 방법으로 매출액을 늘리는 것이다.



이름하여 몰아주기 방법이다.


비싸게 사거나 싸게 파는 것이 문제였다면.... 가격을 정상적으로 돌려놓고... 물건을 많이 팔아주는 방법으로 변경한 것이다. 박리다매...


이로인해 성실하게 대박치킨에 식용유를 납품하던 B사와 C사는 갑자기 매출이 줄어들게 된다.



몰아주기란...


어떤 회사가 회사에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대표이사 또는 대표이사의 지분이 많은 회사로부터 대부분 공급받으면서 그 대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부당거래법 위반으로 판단되기 어렵다.




하지만 ‘몰아주기 방법’도 다음에 나오는 ‘끼워넣기 방법’에 비해선 양반급 방법에 속한다.


몰아주기 방법보다 더 빨리 자기 주머니를 채우고 싶은 대표이사 갑은 “이제부터 식용유의 품질균등을 위해 모든 식용유는 A사에게만 공급을 받는다”는 발표를 한다.


B사와 C사의 순식간에 물건을 팔 판매처가 사라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B사와 C사는 자신의 식용유를 A사를 통해 대박치킨에 납품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A사는 B사와 C사에게 통행세의 명목으로 일정수수료를 받는다.


물론 그 명목은 '식용유의 품질관리'라는 항목이다.



그 수수료는 어디에서 나올까?


B사와 C사의 이익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끼워넣기란... 어떤 회사가 회사에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공급받으면서, 원래 공급하던 다른 회사로 하여금 회장 또는 회장의 지분이 많은 회사에 공급하도록 하고 자신은 회장 또는 회장의 지분이 많은 회사로부터 다시 공급받는 것이다.


물론 부당거래법에 금지하는 규정이 있지만 추상적인 요건이 많아서 위반으로 판단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아주 기초적인 방법 몇 가지를 통해 재벌들이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방법이 매우 불공정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유경쟁 시장 원리를 무너뜨리며 교묘하게 위법과 적법의 선을 넘나들고 있음을 알게 된다.



물론 지금은 위와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가지 법률에서 이를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얼마든지 빠져나가자면 빠져나갈 수 도 있다.



재벌의 부자되는 법...


금수저만이 가능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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