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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1 (특별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주인공 르네는 최면술사 오팔의 공연에 참가하여 최면의 문에 들어서게 된다. 르네는 최면을 통해 심층 기억에 도달하지만 원치 않는 전생의 끔찍한 기억을 마주하면서 고통을 느끼고, 공연장을 도망치듯 빠져나온다.
어두운 밤 센강 근처에서 마음을 추스리고 있는 그는 강도의 습격을 받게 되고, 몸싸움 끝에 실수로 강도를 죽인다.
갑작스럽게 살인자가 된 르네는 당황하며 시체를 강바닥으로 버리면서, 그날 저녁의 살인 사건은 르네의 머릿속을 계속 지배한다.
그날 이후, 르네는 자신의 미래가 살인으로 망쳐진 것은 최면술사 오팔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면술사가 자신의 내면에 원친 않는 암시를 넣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주인공 르네는 최면술사에게 자신의 내면을 치유하라고 위협하면서 전생의 기억을 하나 하나 불러오는 과정을 경험한다.
전생이 과연 존재할까?
나는 전생을 믿지 않는다. 전생이 존재한다면 계속 증가하는 인구를 어떻게 설명 할 수 있을까? 전생이 존재한다면 인구의 증가폭은 멈췄거나 둔화되었어야 할 것이다.
전생은 정신 분석의 한 면인 것 같다. 내가 실제 경험했던 기억과 바램들이 만들어 낸 가공의 기억일 것이다. 현대인들이 전생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것은 인류의 DNA에 들어있는 호기심 때문이다. 인류는 끊임없이 왜?라는 이유를 찾고 자 한다. 그러한 상상은 보지 못한 것을 예측케 하여 풍성한 과학의 발달을 이끌어 내기도 하지만, 나쁜 측면에선 정신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전생을 통한 최면치료?
주인공 르네는 최면술사인 오팔을 통해 기분 좋았던 전생의 기억을 회상시키면서 자신의 내면을 치유케 하는데.. 과연 좋은 방법이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전생을 통한 최면 치료는 일종의 정신 분석이자, 정신 치료라고 생각된다. 정신분석은 과거를 다룬다고만 생각하지만 사실 현재도 다루고 있다.
현재 사람들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다루다 보면 자연스럽게 과거 중요한 인물들과의 관계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현재를 다스리기 위해선 과거 경험을 잘 다룰 필요가 있다. 과거로 인해 현재가 아프고 불편하다면 과거를 잘 해소시키면 다른 관계나 일도 잘 해나갈 소지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생? 그 자체가 믿음직 스럽지 않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승자만이 살아남았기에 기록할 수 있었고, 기록된 것은 진실로 받아진다.

우리가 잘 아는 그리스 신화를 보면 그리스 영웅 테세우스가 에게해 남단에 위치한 크레타섬의 괴물, 미노타우로스(반인반우의 괴물, 인간의 몸에 황소의 머리와 꼬리를 지니고 있다)를 물리치는 내용이 있다.
이 신화를 읽은 사람들은 어떤 감정을 느낄까?
사람마다 조금은 다르겠지만, 아마도 크레타 섬은 야만적이고 미개하다. 크레타 섬에는 악한 무리가 있다. 따라서 그리스는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고대 크레타는 그리스보다 앞서 평화롭고 세련된 문명을 꽃피웠으며, 그리스 보다 막대한 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폭력성이 그리스인보다 낮았기에 그리스의 침략을 받았고 약탈을 당하고 멸망당했다. 그 후, 승자인 그리스인들은 자신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그리스 신화에 미노타우로스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든 것이다. 승자의 역사는 그렇게 만들어 진다.

출처 : pixabay / 반인반우의 괴물, 미노타우로스의 신화는 승자의 측면에서 만들어진 거짓 신화다.
그리스 신화에서 뿐만 아니라 승자가 자신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상대방을 악의 존재로 만든 역사적인 사건들은 사실 너무나 많다.
게다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라는 유명한 말을 우리는 직접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의 정설이 과연 정설일지는 항상 생각해 봐야 한다.
또한 우리의 역사를 어떻게 하면 왜곡시켜 자신의 입맛대로 바꾸려는 자들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그들의 음흉한 모략과 계략에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
주인공 르네는 자신이 준비해온 강의를 스크린에 띄우면서 학생들과 토론한다.
강의 제목은 <공식 역사 속 거짓말과 밝혀져야 할 진실>
그것이야 말로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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