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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4 : 구미호 카페 ㅣ 특서 청소년문학 30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2월
평점 :
박현숙 작가님의 구미호 식당 시리즈는 청소년 문학 장르이지만 신간이 발간될 때마다 선택하게 되는 책이다. 책의 장르에 나이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구미호 식당 시리즈는 읽을 때마다 어릴 적 동화를 읽은 것처럼 영혼이 조금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망각의 강을 건너기 전, 이승에서 꼭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기 위해 머무는 49일을 그린 서호의 구미호 식당을 시작으로 스스로 삶을 저버린 이들의 사연을 만났던 저세상 오디션,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음 생을 포기할 수 있는 사랑을 만났던 만호의 약속 식당까지 지금까지 만났던 구미호 식당 시리즈를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졌던 기억이 떠오른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잔뜩 날을 새우고 고슴도치처럼 버티는 어른들에게 잠시나마 사랑하는 이들과의 시간을 되짚어 보게 한다.
지금까지의 구미호 식당은 죽은 이들이 이승에서의 인연을 마무리하기 위한 여행이었다면, 구미호 카페는 살아있는 사람들이 죽은 이들의 시간을 빌어 마음속 이야기를 전한다. 그래서인지 어스름한 저녁 하늘에 떠 있던 초승달이 어느 틈에 보름달이 되어 한낮을 밝히고 있다.
보름달이 뜬 어느 날, 낯선 이에게 건네받은 전단지와 함께 구미호 카페를 찾은 성우. 의뭉스러운 구미호 카페 종업원들은 이것저것 질문을 하는 성우에게 대답은 고사하고, 그들이 판매를 의뢰받은 죽은 사람의 물건을 사지 않으면 카페의 비밀을 이야기할 수 있다며 구미호 카페가 궁금하다면 원하는 물건을 구매할 것을 권한다.
죽은 이의 물건을 구매한다면 그들의 시간을 빌어 정해진 시간 동안, 잠깐이지만 간절히 원했던 삶을 살아 볼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 망설이기만 하던 성우는 짝사랑하던 지레가 구미호 카페에서 털장갑을 구입하는 것을 보고- 지레를 돕기 위해 - 카페 주인 심호와의 거래를 통해 성우의 눈길을 끌던 다이어리를 구입하고 그 댓가로 죽은의 시간 18일을 얻게 된다. 간절하게 원하던 '돈'이 있는 삶을 살수 있는 18일이라는 시간을 얻었지만 수수께끼 같은 시간은 덧없이 흐르기만 하고 급기야 스스로가 원했던 삶인지조차 알 수 없다,,,
서로 다른 삶을, 시간을 꿈꾸며 구미호 카페를 찾은 이들은 죽은 이의 시간을 잠시 빌어 자신이 스스로 원했던 시간을 찾아간다. 성우가 다이어리속 죽은 이의 시간을 통해 진심으로 원했던 것은 돈이 아니라, 지레의 마음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남에게 빌려온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닌,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소중한 추억을 깨닫게 된다.
""나는 있잖아, 성우야. 지금과 같은 이런 시간이 오래오래 계속되었으면 좋겠어. 어느 날 갑자기 무 자르듯 뚝 끊어지지 않고. 며칠 지나고 무가 잘리듯 이런 시간이 잘려 나가지는 않겠지?" 지레가 말했다. 내가 지금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바로 그거다. 특이사항의 날짜가 지나고 지금과 같은 시간이 신기루처럼 사라지면 어쩌지? 방금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p.125)
책을 읽다 문득, 내 마음을 숨길 수 있는 낮달이 뜬 어는 날, 내 앞에도 구미호 카페의 전단을 나눠주는 사람이 나타났으면하고 상상해본다. 나는 어떤 이의 시간을 빌어, 나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까,,, 다른 이의 시간이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이의 시간을 탐내는 탐욕스러운 마음은 감출 수가 없다. ㅋㅋㅋ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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