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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
로리 넬슨 스필먼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6월
평점 :
어쩌다 보니 요즘 딸들에 관한 책을 자주 읽게 된다. 아무래도 - 개인적인 편견을 담아 - 싸움에서 전쟁으로 이어지는 아들들의 서사보다는 다양한 소재를 가진 딸들의 서사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길가에 마구잡이로 피어있는 들꽃을 보고도 책 한 권을 만들 루 있는 게 딸들의 힘 아닌가~ (에구,,, 너무 갔네)
"둘째 딸들은 영원히 사랑을 찾지 못할 거야"
토스카나의 한마을, 동생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긴 소녀의 저주.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저주를 퍼붓던 소녀의 마음이 단단히 틀어져 있었는지 그 후로 200년간 폰타나 가문의 둘째 딸들은 진정한 사랑을 만나지 못하는 운명을 이어가고 있다.
포피 할머니의 80세 생일을 맞아 200년간 이어진 끔찍한 저주를 깨뜨리기 위해 시작된 폰타나 가문 둘째 딸들 포피, 에밀리아, 루시아나의 이탈리아 여행.
"너는 할머니랑 다리아 옆에서는 발끝으로 살금살금 걸을 정도로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행동하잖아. 그저 두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해주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언젠가 버림받아 홀로 남게 될까 봐서. 딱 네 이모 포피처럼" (p.87)
"언니가 할머니 말을 따르는 거랑 마찬가지지. 우리는 심장이 우리에게 하는 말을 무시하잖아. 그러면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p.182)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베이커리에서 파티쉐로 일하는 에밀리아에게 만나는 것조차 금지된 포피 할머니와 함께 가는 여행은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다. 포피 할머니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반대하는 로사 할머니를 설득해야 하고, 은근히 에밀리아를 마음대로 부려먹는 다리아 언니를 넘어서야 한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살던 에밀리아는 로사 할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여덟 살 어린 소녀 시절부터 폰타나 가문의 저주를 깨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루시아나를 설득해 여행길에 오른다.
"베니스는 미로 같은 곳이야. 방향을 절대 못찾을 거야. 내가 늘 말하듯이, 길을 잃은 것 같거나 혼란스러우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돼. 마음이 야말로 가장 믿음직스러운 길잡이란다." (p.153)
말도 안 되는 저주를 깨뜨리기 위해 나선 여행이었지만, 지금껏 자신의 마음을 감춘 채 살아가던 폰타나 가문 둘째 딸들의 유쾌한 반란이다. 80살의 생일 진실한 사랑을 찾아 나선 포피 할머니를 비롯해 믿지 않는다고 자신을 세뇌하고 있었지만 지금껏 저주에 휘둘리고 있던 에밀리아가 자신을 삶을 당당히 선택하기 시작하고, 저주를 깨뜨리기 위해서라지만 저주에 쫓기는 삶을 살았던 루시아나는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그렇다. 처음부터 저주는 없었다. 단지, 저주에 휘둘리는 폰타나 가문의 둘째 딸들이 있었을 뿐이다.
비밀을 간직한 긍정 파워 80세 포피 할머니의 로맨스, 껍질을 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에밀리아 그리고 서서히 속력을 줄여가며 정상괘도를 찾고 있는 루시아나까지,,,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벽돌 책을 넘기며 말도 안 되는 저주지만 평생을 속박한 저주를 벗어나기 위한 그녀들의 여정을 응원하게 된다.
키워드 같달까,,, 동화책 같은 표지라고 생각했는데 책장이 넘어갈수록 표지에 많은 내용이 담겨 있다. 에피소드를 이어보는 재미가 있는 표지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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