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이야기 나비클럽 소설선
김형규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재인가 싶으면 미래이고 미래인가 싶으면 과거인 시점을 통해 진짜 모든 것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조선족, 전쟁, 신분 사회, 계급갈등, 군대문제, 노조 등등... 읽으면서 소름이 돋았고 책을 잡고 놓지를 못했다. 우리 사회의 곳곳에 만연해 있는 갈등과 그 갈등을 유발하는 차별을 그만의 방법으로 우리에게 보여준다. 참여문학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라고 소개되어 궁금했는데 사회적 비판과 이야기를 잘 아주 잘 버무린 모든 것의 이야기이다.

 

자본의 논리 속에서 철저히 분리된 계급으로 살아가면서도 또 다른 계급을 차별하는 우리 시대의 민낯을 보게 함으로써 부끄러움을 느끼게도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이야기가 재미있다. 그중 <구세군>은 특히나 인상 깊었다. 다가올 미래의 기본소득이 이루어지고 무직자들이 많아지는 세계. AI가 모든 일을 하며 인간이 하는 일은 아주 적은 시대. 여기까지는 우리가 꿈꾸던 사회이다. 그러나 AI가 통제하고 우리는 보여 지는 것만을 보고, 인간이 더 로봇처럼 생각하지 않는 세상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가져야 할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강조한다. 각자의 단편 속에 사회성 있는 메시지들이 담겨 깊이 고민한 작가님의 생각이 녹여나오는, 정말 소중한 이야기들이다. 이야기가 주는 힘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 내가 알고 있지만 몰랐 던 세계에 한 발 들여놓게 된 책 <모든 거의 이야기>이다.

 

이번 생은 내 책임이 아니다. 삶은 그저 살아가는 것이다. (p.17)

 

삶은 그런 것이다. 누구도 믿을 수 없고 삶 자체도 썩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p.22)

 

삶은 끝났다. 그리고 새 삶이 시작될 것이다. (p.92)

 

-말만 동포라면서 차별하지 마시오. (P.97)

 

대림동은 아파트가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그 성벽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여기서 누가 뭘 하면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지 못하는 거예요.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거죠. 제대로 된 이름도 없고요. 조선족, 중국 동포, 그런 이름들도 웃기잖아요. (P.113)

 

나는 절망 때문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현실이 절망적일수록 더 간절히 희망을 꿈꾸는 법이잖아요. 더 나은 세계,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희망이요.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으니까. 그리고 그 희망의 힘으로 새로운 세계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거고요. (P.164)

 

-비정규직 혐오, 노조 혐오가 심해진 건 맞는 거 같아요. 다들 비정규직한테 무슨 해코지라도 당했나요? 비정규직 근로조건이 개선되고 고용안정이 보장되면 자기들한테 털끝만큼이라도 피해가 오나요? 인터넷만이 아니에요. 회사에서도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대학 때 친구들도 언젠가부터 확 달라졌고요. 사방이 벽으로 꽉 막힌 거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많이 외롭단 생각도 들고요. (P.204)

 

게임에서의 자살은 불가능한 일도 드문 일도 아니다. 미르 같은 게임은 하나의 캐릭터만을 허용하기 때문에 유저들은 캐릭터가 싫증이 나면,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를 자살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마지막 문장이 시선을 붙들었다.

자살하는 캐릭터의 유저는 모두 무직자들이고 그들은 현실에서도 자살합니다.” (P.223)

 

-모든 것의 가치나 의미는 원래부터 있는 게 아니라 스스로 부여하는 겁니다. (P.242)

 

#모든것의이야기

#대림동에서,실종

#가리봉의선한사람

#코로나시대의사랑

#구세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낙원은 창백한 손으로
박영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들을 왜 죽여야만 했을까요?

알고 싶다면 오늘 자정, 그곳으로.

 

연명치료를 중단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에덴 병원 병원장이 의문의 살인을 맞는다. 사건을 맡으러 서울에서부터 두 형사가 강원도의 옛 탄광촌이었던 선양을 방문하고, 살해 용의자를 변호하라는 협박으로 차도진 또한 15년만에 고향인 선양으로 향한다.

 

강력반 형사인 정연우와 병원장의 아들이자 변호사로 이 사건의 주요키를 쥐고 있는 차도진. 둘의 챕터를 현재와 15년 전을 교차로 보여주며 몰입감 있게 전개된다. 범인은 왜 차도진을 불러들였을까. 과연 15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선양에서 덕망 높기로 유명한 에덴 병원의 병원장 차요한. 병원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의문의 비명소리에 시달린다며 괴기스러운 소문이 돌았지만 병원은 베일에 철저히 싸여 있다. 호기심 많은 5명의 고등학생은 어느 날 병원에 잠입해서 비밀을 캐내려 하는데......

 

진실을 드러내기 위한 오랜 사투와 그것을 덮으려는 이들의 이야기. 과거의 어두운 기억을 잊고 현재를 살아가다가 다시 과거로 회귀되어지는 이들을 보며 매듭지어지지 않는 것은 미래를 불러올 수 없음을 느끼게 한다. 폐광이 있는 좁은 동네 선양에서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 낸 범죄가 시작되고 그 끝을 보기 위해 책 속으로 빠져든다.

 

죽음을 결정하는 것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의미 있는 죽음이라는 건 없다. 죽음은 그 자체로 슬픔이고 모든 것의 끝이다. 누가 누구의 죽음을 결정하는가. 너무 오만하고 끔찍한 발상에 무서움이 느껴졌다.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읽으며 더는 이런 추악하고 끔찍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길.

 

, 나는 또 범인을 추리해 내지 못했다.

 

 

 

선양은 몹시 좁은 동네였다. (p.90)

 

그 실체를 캐내면 통쾌할 줄 알았다. 그러나 기대와는 정반대의 기분에 휩싸였다. 무서웠다. 그 사실을 알기 전의 삶으로 다신 돌아갈 수 없을 거란 예감이 들었다.(pp.234~235)

 

그런 자들은 그렇게 해서라도 사회에 도움이 되었으니 의미 있는 죽음을 맞이한 거다.”(p.250)

 

이제 모든 것이 깔끔해진다. 지금 내리는 눈이 선양의 모든 추악한 진실을 덮을 것이다. (p.304)

 

자신은 멀리 갔어야 했다. 다시는 선양에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다. 모든 것을 잊었어야 했다. 어쩌면 자신은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잊기 위해 복수에 중독되었던 게 아닐까? (p.3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직도 존재하는 개 - 개 도살, 그 끝나지 않은 이야기
파카인 지음 / 페리버튼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 도살, 그 끝나지 않은 이야기

 

*2023년 기준, 전국의 개 농장은 약 6,000개로 추정된다.

*한국에서 식용을 목적으로 도살당하는 개는 매년 100만 마리로 추정된다.

 

반려동물 동행도시로 선포된 지 2년 된 강원도 춘천에서는 최근 개 불법 도축 문제가 지역사회의 뜨거운 감자라고 한다.

동물보호단체와 대한육견협회의 불법 개 도축장 폐쇄하라”, “국민 먹거리 막을 권리 그 누구에게도 없다.” 가 팽팽하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개 식용을 둘러싼 관련 법과 현실의 괴리로 이 문제는 오랜 기간 공회전을 하고 있다고 한다.

개 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 , ‘개 식용 금지 및 폐업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등을 국회의원들이 발의하였으나 뚜렷한 대책이 없는 지금 실효성이 있는 법안을 마련하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2023.09.12. 연합뉴스 발췌>

 

책 속의 개들은 저마다 다른 개들이고 모두 언론을 통해 보도된 개들이다. 작가는 촬영 당시 실제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표지의 개는 20173월 모란 개 시장에서 촬영된, 도살장으로 끌려가던 어린 누렁이다. 저자는 우리가 망각하고 있는 어딘가의 잔인한 살생을, 공포감 속에서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는 생명 들이 아직 존재함을 알리고자 한다.

 

1장에는 다른 개의 죽음을 목격하는 모습이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2장에는 구조되어 새로운 삶을 사는 개의 모습이 그려지고, 3장에는 아직도 구조되지 못한 개들의 모습이 있다.

 

책의 개들을 만나면서 나는 개 식용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암울한 느낌의 책 속의 개들을 보면서 집 주변 공원에서 산책하는 개들을 떠올렸다. 자유롭지 못한 개와 자유로운 개. 책장을 쉽게 넘기지 못하는 나를 본다.

누군가의 반려견이자 삶의 의미가 되기도 하는 개를 우리는 반려견이라고도 하고 불법 도축된 개고기를 먹기도 한다. 어딘가 이상하지 않은가. 생명을 소중히 여기면서 인간 이외에의 것에는 우리는 왜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지.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으로 벌어진 일들을 보며 다음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인간중심사고에서 벗어나는 것부터가 아닐까.

 

느리지만 개 시장은 변하고 있다고 한다. 여러 이권 개입으로 쉽사리 바뀌지는 않겠지만 희망을 가져본다. 자신이 죽을 것을 알고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것을 기다리는 생명 들이 아직 있다. 많다. 우리는 아직도 존재하는 개더는 존재하지 않는 개가 될 수 있도록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은 제법 쓸 만한 사람 - 무엇을 하든 그 이상을 하는 작가 생활의 모든 것
김민섭 지음 / 북바이북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하는 작가 생활의 모든 것

 

저자는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대리 사회>,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아무튼 망원동>등을 썼고, 1인 출판사를 운영하며 당신의 강릉이라는 서점을 운영 중이다. 내가 처음 만난 책은 <대리 사회>였고 그다음 책이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였다. 한 참 당사자 에세이, 노동관련, 사회과학책을 파던 시절. 읽고 또 읽었던 저자의 에세이가 나왔다.

 

작가와 김동식작가와의 인연, 그의 책을 기획하고 출판하며 매체와 SNS를 통해 기록적인 판매 부수를 만든 이야기. 자신의 책을 쓰게 된 계기와 쓰는 삶 안에 녹여낸 그의 이야기들은 진솔하다. ‘책은 작가와 출판사가 함께 파는 것이다라는 챕터에 나는 활발한 SNS를 통한 작가님들의 분투를 엿볼 수 있었다. 글을 쓴다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작가 생활의 진짜 모든 것을 낱낱이 보여준다. 집필, 계약, 인세, 생활, 그 외 대외 활동 등등 우리가 몰랐던 작가의 세계를 알려주어 나는 오히려 그들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

 

그가 가장 행복해하는 것은 글쓰기이다. 그것을 위해 1년 동안 경제활동은 쉬면서 글만 썼던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저자는 나는 괜찮은가라는 질문으로 ’,‘이 사회는 괜찮은가’, ‘이 시대는 괜찮은가라고 확장되어가는 글로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주변을 바라보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준다.

 

사실 나는 글을 쓰라고 강요하는 것 같은 요즘이 싫었다. 뭐든 힘들다 하면 글을 쓰라고, 자기 자신을 찾으라 하는 통에 좀 버겁고 힘들게 느껴졌다. 글을 써야만 자기 자신이 완성된다고 유행처럼 번져나가는 모습에 뒤로 물러서고 싶었다. 꼭 글을 써야 하나? 글을 쓰는 게 좋으니까 다들 권하는 거겠지 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그로 인해 들불처럼 번지는 글쓰기강좌, 책 만들기 강좌 등은 끊임없이 자기를 계발하라는 것 같아 불안을 준다. 자기 계발을 위해 글을 쓰는 것은 본인 선택의 몫이지만 권하는 사회는 되지 않았으면. 글쓰기가 죽기보다 싫은 사람도 있지 않을까? 읽는 것으로도 만족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나에게 이 책은 꼭 글을 써라 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라 라고 말해 주는 다정한 책이기에 마음 편히 읽었다. 그리고 읽음으로 인해 이런 사람이 글을 쓰는 거구나 하고 진솔하게 와 닿았다. 진짜 매일 글을 쓰는 사람. 좋아서 글을 쓰고 하루에도 200개가 넘는 짧은 글들을 읽어 내는 사람. 나는 독자로 만족하기를 얼마나 다행인지. 좋은 사람이 쓴 글을 읽으며 편안한 독서 생활을 영위하리.

 

자신을 기록하는 동안 나라는 타인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돌아볼 수 있게 된다. 결국 자신의 몸에 새겨진 글들을 발견하지 않으면 나는 영원히 알 수 없는 가장 먼 타인으로 남게 될 수 밖에 없다. (p.9)

 

잘 살아가고픈 모두는 글을 써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계속쓰는 것이다. (p.51)

 

타인에게 이해받기 위해서는 오히려 자신에 대한 과한 드러냄과 평가를 지양해야 한다. 너무 비장해지거나 가벼워지지도 않아야 한다. 그런 사람들을 더 만나보고 싶고 그런 사람들의 글이 계속 읽어보고 싶어지는 법이다. (p.116)

 

매일 쓰는 삶이란 결국 좋은 하루를 살아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것이다. 좋은 사람으로 나로서 하루를 살아내야 우리는 계속 글을 쓰고 자신의 세계 안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며 성장 할 수 있다. (p.201)

 

돈이 되는 일보다 어제보다 조금 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이 우리의 삶에 필요하다. 앞으로 내가 살아갈 쓸 만한삶의 방식이다. (p.2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테랑의 몸 - 일의 흔적까지 자신이 된 이들에 대하여
희정 글, 최형락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 희정의 글을 <일할 자격>으로 만났다. 일터의 정상성을 질문하고 노동할 자격을 규정짓는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나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책이어서 깊이 가슴에 남았는데 또 다른 책으로 만나니 기뻤다. 그의 자취를 따라가 보면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노동자, 쓰러지다>,<아름다운 한 생이다>,<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 등등 제목만으로도 어떤 글을 써왔는지 보인다. 자신을 기록노동자, 살아가고 싸우고 견뎌내는 일을 기록한다고 하는 저자의 글이 나는 좋다.

 

1부 균형 잡는 몸 에서는 세공사, 조리사, 로프공, 어부로 일하는 베테랑을 소개한다.

2부 관계 맺는 몸 에서는 조산사, 안마사, 마필관리사, 세신사로 일하는 베테랑을 소개한다.

3부 말하는 몸 에서는 수어통역사, 일러스트레이터.전시기획자, 배우, 식자공으로 일하는 베테랑을 소개한다.

 

베테랑들이 말하는 베테랑이란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는 해 준 것이 없는데 이렇게 자기 자리를 지키는 이들이 있어서 굴러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긴 시간과 노력들을 보니 그들의 자부심은 당연하다 못해 존경스럽다.

하나하나 소중한 노동자인 우리. 안전으로부터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하고 제때 쉬지 못하고 먹지 못해서 생기는 질병들, 일로 인한 몸의 변형을 고스란히 개인이 안고 가는 모습들을 보며 안타까웠다. 생계를 위해, 가족을 위해 일하는 이들이 복지가 보장된 사회에 살았다면 이렇게나 힘들게 일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 역시도 경제활동을 하는 배우자를 보며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 위의 안정이 불안하기에. 당연하다고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 개인이 책임지지 않고 연대하여 개인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혼자는 살 수 없으니까. 우리는 노동자 이전에 사람이니까.

 

이들 중 인상 깊었던 베테랑은 조산사 김수진이다. 산모를 환자가 아닌 출산의 주체가 되도록 조력하고 이끄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는 그의 말에 뭉클해졌다. 첫 아이가 예정일이 지나도 나오지 않아 유도분만을 하자는 병원에 말에 입원해서 유도제를 맞고 23일 만에 아이를 제왕절개수술로 출산했다. 56일을 입원했고 회복은 더디고 출산의 경험은 내게 신비롭고 경이로운 것이 아니라 고통 그 자체였다. 눈 뜨면 관장하고 유도제 맞고 내진하면서 자궁이 얼마나 열렸는지 확인하고 저녁이면 밥 먹고 자고 다시 일어나면 도돌이표. 조산사 김수진의 글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출산 문화에 의료가 깊이 개입했고 병원에 많이 의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산모는 환자가 아니다.

 

이 직업을 유지하는데는 어떤 능력이나 기술이 필요한가요?” (p.8)

 

베테랑 한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 장인, 달인, 고수라고 불러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p.9)

 

몸은 일의 기억을 새기는 성실한 기록자이다. 이른 아침 작업장, 주방, 목욕탕, 출산실,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간 그의 성실은 성실하게 몸에 새겨진다. 일하는 사람은 자신의 성실이 자신과 가족을 먹이고 입히고 살린다고 믿지만, 몸에 성실히 새겨진 노동의 기록은 대가를 요구한다. (p.12)

 

자신만의 원칙이 무엇이건, 모두 견디고 버티고 인내하며 꼴을 갖춘 몸가짐과 마음가짐이었다.

가짐은 때로 이해의 영역을 넘어가기도 했다.

노동은 내내 헤아리고, 읽어 내리고, 귀를 여는 일이었다.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연결된 노동의 속성으로 인해, 나는 그가 다채로운 마음가짐을 가다듬는 것을 본다. (p..13~14)

 

이렇게 한길로 살아온 자기 자신에게 고맙다는 그 말이 좋았다.

한 사람이 한길로 살아온 여정을 쫓으며 건전지가 아닌 사람의 존엄을 본다. 수모와 존엄 사이에서 단련되고 쌓여 가는 숙련의 질감을 더듬었다. (p.73)

 

법에 우리는 없어요. 한국에서 로프공은 법적으로 자격증이 필요 없는 직종이라. 안전 교육도 따로 없죠.”(p.97)

그렇다. 일은 좋아서 하고, 인정받고 싶어 하고, 잘살고 싶어 한다. 이 성실하고 재주 많은 로프공이 내 안전은 내가 지키는 것을 베테랑의 덕목으로 여기지 않는 세상을 바란다. (p.98)

 

저는 오랫동안 일하면서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 별것 아닌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베테랑을 꿈꾸거나 이미 베테랑이 되었다며 내 앞에 앉아 자신의 일을 설명해주던 사람들이 입 모아 하는 말이었다. 이곳에서 오래, 잘 일하고 싶다.(p.3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