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
강재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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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나무를 친구삼아 자주 찾아가서 사진을 찍고 말을 건다.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나무는 거짓이 없고 그 자리에 서서 자신을 묵묵히 반겨준다고 한다. 그런 나무들과 교감하며 위로받은 이야기들을 사진과 함께 담담한 글로 표현했다.

 

좋은 사진을 위해 눈으로 보기에 앞서 마음으로 보기를 반복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눈앞의 사물에 얽매이지 않고 그 사물의 본연의 모습을 향한 깊이 있는 사색을 함으로써 그것이 곧 명상으로, 명상은 치유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사진을 통해 저자의 삶에 대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바라보는 사물이 무엇이든 그것이 어떤 것이든 본질을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가만히 조용히 멈춰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경쟁적이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장면을 보는 정적인 활동이라고만 생각했던 사진은 내게 어려운 예술이라고 느껴졌었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사진은 우리의 삶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지켜보고,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사진에 담아 바라보는 그것이 삶이고 사랑이니 말이다.

 

저자는 친구 나무를 정해서 자주 들여다보고 인사하는 것을 추천했는데 꼭 해보고 싶어졌다. 느리지만 변화가 있음을 느끼고 그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때, 친구에게 격려의 말을 함으로써 위안이 될 것이라 한다. 내일 집 주변 탐색해 반려목이자 치유목을 찾아보리!

 

여름의 푸르른 나무의 사진, 눈이 오는 곳에 홀로 서 있는 나무의 사진, 강가의 나무 한 그루 등 그의 사진은 마치 말을 거는 것 같아서 다 읽은 책을 덮지 못하고 또다시 펼치게 된다. 마음이 평안해지는 글과 사진으로 나를 위로하는 시간이었다.

 

저자의 책 중 100여곳의 분교와 그곳의 아이들을 사진으로 기록한 책 <분교>를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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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논객 - 우리 사회를 읽는 건축가의 시선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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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도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도시와 건축을 통해 한국 사회의 변화된 모습을 조명한다. 토기로 읽는 도시, 정치로 읽는 도시, 역사로 읽는 도시, 선거로 읽는 도시, 건축으로 읽는 권력, 건축으로 읽는 사회, 공간으로 읽는 일상, 주거로 읽는 사회, 시대로 읽는 건축가, 책으로 읽는 건축으로 10개의 챕터에 빼곡히 담긴 도시에 대한 저자의 시선을 따라서 흥미로운 도시 여행을 떠나본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도시에서 자랐으나 도시를 객관적으로 바라본 적이 있던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도시는 어떤 도시인지, 살기 좋은 도시는 어떤 도시이고, 누구를 위한 도시 설계이며 과연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이 책을 보고 깊이 생각하게 한다.

 

현 정권에서 재건축규제가 풀렸다고 뉴스에서 들었다. 내가 사는 지역도 대단위 아파트들이 조성된 지 30년이 넘어서 여기저기 재건축 현수막을 걸고 재건축을 하고 싶어 몸살이 난 모습이다. 인구는 점점 줄어드는 데 용적률을 높여서 아파트를 재건축하면 누가 들어가서 살까 궁금해진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자기 부담금이 5억이라는 재건축단지가 오늘 아침 뉴스로 나왔는데 과연 누가 그 돈을 내고 들어가 살지도.

 

개발과 발전을 말하는 지금, 우리는 아파트가 가득한 역세권에 살면서 답답한 마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보러 혹은 숲을 찾아 떠난다. 내 주변에 녹지가 있고 걷기 좋고 공기가 좋은 곳이면 답답할 일이 덜 하지 않을까. 집값과 힐링 사이에 나는 어디에 있을까.

 

도시 안에 보이는 다양한 건축물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재미있고, 미래 세대를 위해 도시의 남겨진 빈 공간이 있어야 함에 공감이 갔다.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선 도시에서 지금도 답답함이 느껴진다. 날카롭지만 위트 있는 글로 도시를 비틀어보고 뒤집어 보는 흥미로운 책 <도시논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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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헌터 - 어느 인류학자의 한국전쟁 유골 추적기
고경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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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오늘도 봄을 기다린다. 겨울의 이야기를 마친다.”

 

한국전쟁이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곳에 남은 민간인 대량학살에 관해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난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조사한 민간인 학살은 군. 경찰의 지시와 집행으로 이루어졌는데 토벌과 같은 공식 작전과 공식 명령계통으로 처형되고 학살되었다. 또한, 비공식적으로도 민간인 간 대량 폭력과 학살 등이 우익청년단, 향토방위대, 치안대 등의 이름으로 자행되었다. 그 전쟁의 피해들이 마을 여러 곳에서 이뤄져 희생된 민간인의 수는 아직도 정확하게 파악되지 못했다.

 

이 책에서는 충남 아산에서 발생한 부역 혐의 민간인 희생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이 사건들은 1950‘9.28 수복이후 국면과 1951‘1.4 후퇴사건에서 발생했는데, 주민들이 인민군 점령 시기에 부역했다는 혐의와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감금당했다가 집단 학살당했다. 노인과 여성은 물론 갓난아이를 포함하여 일가족 전체를 몰살하고 때려서 죽이거나 생매장하는 참혹함을 보였다고 한다.

 

발굴된 유해와 유품, 생존자, 유가족, 조사관, 유해발굴단원, 학살 가해자의 이야기와 유해 발굴을 지휘한 체질인류학자 박선주의 삶을 교차로 저자 고경태가 엮었다. 앉아 있는 모습 그대로 발견된 A4-5의 유해로 시작하는 글을 시작으로 진행되는 역사의 참혹한 현장의 이야기는 읽어내기 어려웠다. 사진 자료로 머리카락이 감긴 비녀를 보면서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선감학원, 세월호 유해 발굴 작업까지 다뤄지는 부분에서는 화가 나기도. 진실화해위원회와 민간단체의 합작으로 이루어진 여러 유해 발굴현장과 발굴을 지휘하는 박선주의 노력에 고개가 숙여진다.

 

전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시민에게 전가되는 것에 화가 난다. “공산 전체주의 세력을 말하는 현 정권이 너무 무섭다는 사람들. 이승만 정권 때의 악행이 떠올라 인터뷰한 글을 삭제해달라는 말을 하는 유족의 글을 보니 암담했다. 진실과 우리는 과연 화해하고 있는지. 차가운 땅속에서 오랜 시간을 견딘 그들의 진실에 따스한 봄이 어서 오기를 기도하게 된다. 더 알고 알려 할 진실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책 <본 헌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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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 번식장에서 보호소까지, 버려진 개들에 대한 르포
하재영 지음 / 잠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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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주변에 개를 키우는 사람이 많아졌음을 느낀다.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우리 주변에 이렇게 개를 사랑하는 이들이 많은데 개를 아직도 많이 먹고 그것이 산업으로 크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이 책은 개 번식장에서 보호소까지 버려진 개들에 대한 르포이다.

 

인간 중심적인 사고로 모든 것을 보는 우리를 저자는 더 날카롭게 지적한다. 나조차도 개 식용화를 합법적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에 깊이 반성하게 된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우리는 잘 알려 하지 않고 보이는 대로 그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쉽게 단정 짓는다.

우리는 누군가의 연대자인 동시에 다른 누군가가 당하는 폭력의 방관자이자 심지어 가담자인지 모른다. 동물 문제에 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대부분의 경우에 그렇다.’ (p.59) 서늘한 감각이 등골을 타고 내려온다. 나는 방관자이자 가담자가 아닌가.

 

책을 읽고 나눈 토론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말은 이 책을 읽고 나서 개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좋아하지 않았고 무서워하기도 해서 길에서 개를 만나면 피해 다녔다는 분도 이제는 그러지 않은 자신을 발견했다고. 몰랐던 것에 대해 그리고 알려 하지 않았던 것에 많은 경험담을 나누었다.

 

이 책을 누구나 읽고 모두 알고 다시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개의 죽음에 책임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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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사람이다 - 꽃 내음 그윽한 풀꽃문학관 편지
나태주 지음 / 샘터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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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그렇게 살그머니 소리 없이 왔다가 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말한다. 아직도 봄이 오지 않았노라고. 봄이 빨리 지나간다고. 이제는 봄이 점점 짧아진다고. 그렇지만 봄은 분명히 이렇게 우리 가까이 왔고 흐드러진 황금빛으로 영춘화 꽃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눈여겨보는 사람에게만 봄은 봄이고, 미세하게 느끼는 사람에게만 봄은 봄이고, 또 마음을 다해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봄은 봄이다. (pp.37~38)


어릴 적 상봉동 단층 양옥집 옥상을 올라가면 작은 화단이 있었다. 고추, 상추가 있고, 해바라기꽃, 채송화꽃, 맨드라미꽃, 분꽃, 사루비아꽃, 봉숭아꽃이 즐비했다. 해바라기의 씨앗이 까맣게 익으면 까서 먹고, 키 작은 채송화를 따서 소꿉 놀이를 했었다. 분꽃의 씨앗을 반으로 갈라 곱고 하얀 분을 만져보고, 사루비아꽃에 꿀을 빨아 먹었던 기억도 난다. 그중 제일은 역시 봉숭아꽃이다. 여름날 밤, 낮에 미리 백반을 넣어 찧어 둔 봉숭아꽃, 잎을 손가락마다 고이 얹어 물을 들이고 진하게 만든다고 며칠 후에 또 들이던 기억이 난다. 매년 하던 연례 행사였는데.

내내 잊고 살았던 이다. 내 어린 시절을 꽃으로 물들여주던 엄마의 기억과 함께 새록새록 살아나는 꽃들의 추억이 참 소중하다. 가장 예쁜 때 좋은 때라는 것은 언제일까. 엄마에게는 언제였을까. 우리 삼 남매와 함께 살던 그 시절이 엄마는 행복했을까. 꽃을 바라보듯 엄마를 바라봐주지 않았던 아빠를 원망하며 꽃을 가꾸었을까. 봄이 오면 엄마가 키우던 꽃을 사서 베란다에서 키우며 엄마를 보듯 바라봐야겠다. 엄마가 보고 싶다. 나에게 꽃은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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