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사람이다 - 꽃 내음 그윽한 풀꽃문학관 편지
나태주 지음 / 샘터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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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그렇게 살그머니 소리 없이 왔다가 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말한다. 아직도 봄이 오지 않았노라고. 봄이 빨리 지나간다고. 이제는 봄이 점점 짧아진다고. 그렇지만 봄은 분명히 이렇게 우리 가까이 왔고 흐드러진 황금빛으로 영춘화 꽃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눈여겨보는 사람에게만 봄은 봄이고, 미세하게 느끼는 사람에게만 봄은 봄이고, 또 마음을 다해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봄은 봄이다. (pp.37~38)


어릴 적 상봉동 단층 양옥집 옥상을 올라가면 작은 화단이 있었다. 고추, 상추가 있고, 해바라기꽃, 채송화꽃, 맨드라미꽃, 분꽃, 사루비아꽃, 봉숭아꽃이 즐비했다. 해바라기의 씨앗이 까맣게 익으면 까서 먹고, 키 작은 채송화를 따서 소꿉 놀이를 했었다. 분꽃의 씨앗을 반으로 갈라 곱고 하얀 분을 만져보고, 사루비아꽃에 꿀을 빨아 먹었던 기억도 난다. 그중 제일은 역시 봉숭아꽃이다. 여름날 밤, 낮에 미리 백반을 넣어 찧어 둔 봉숭아꽃, 잎을 손가락마다 고이 얹어 물을 들이고 진하게 만든다고 며칠 후에 또 들이던 기억이 난다. 매년 하던 연례 행사였는데.

내내 잊고 살았던 이다. 내 어린 시절을 꽃으로 물들여주던 엄마의 기억과 함께 새록새록 살아나는 꽃들의 추억이 참 소중하다. 가장 예쁜 때 좋은 때라는 것은 언제일까. 엄마에게는 언제였을까. 우리 삼 남매와 함께 살던 그 시절이 엄마는 행복했을까. 꽃을 바라보듯 엄마를 바라봐주지 않았던 아빠를 원망하며 꽃을 가꾸었을까. 봄이 오면 엄마가 키우던 꽃을 사서 베란다에서 키우며 엄마를 보듯 바라봐야겠다. 엄마가 보고 싶다. 나에게 꽃은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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