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작은 세계에서 발견한 뜻밖의 생물학 - 생명과학의 최전선에서 풀어가는 삶과 죽음의 비밀 서가명강 시리즈 35
이준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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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 생명과학의 가까운 예는 최근 팬데믹으로 겪은 코로나19 백신이다.

팬데믹 1년만에 백신이 만들어진 것은 거의 기적 같은 일이다.

과거에는 백신이 만들어져 상용화되려면 10년 가까이 기간이 소요되었는데, mRNA 백신은 수십 년간 진행되어 축적된 연구결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조금은 낯선 학문인 생명과학으로의 초대를 함께 가보자.

 

태어나고 성장하고 늙고 죽는 삶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생명 현상은 결코 우연이 일어나지 않는다. 책은 이런 생명 현상의 비밀을 풀기 위해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생명 현상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생명 현상은 왜 일어나는가?’

 

바다에 사는 가시고기와 호수에 사는 가시고기의 예를 보자. 바다에 사는 가시고기는 다른 어류에 비해 몸집이 작은데 단단한 가시가 있어 포식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반면 호수에 사는 가시고기는 위협이 되는 큰 포식자들이 바다만큼 없고 잠자리 유충이 가시를 붙들어 가시고기를 잡아먹는다.

이에 가시고기는 생활환경의 변화에 따라 생존에 유리한 조건을 선택한다. 이처럼 아무런 의미 없는 생명 현상은 없다.

 

책 속에는 모델생물이 나오는데 생물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생물학은 인간이라는 생명체를 연구하는 학문인데 인간을 실험대상으로 할 수 없으므로 대체제로 모델생물이 등장한다.

이에 다양한 모델생물들이 있는데 초파리, 제브라피시, 생쥐, 예쁜꼬마선충 등이 있다.

특히 예쁜 꼬마선충의 활약은 읽는 내내 너무 재미있었다. (히치하이킹을 위한 예쁜꼬마선충의 닉테이션)

이들이 있어 다양한 연구들이 가능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다양한 연구 기법이 개발되면서 모델 생물과 비모델생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비모델생물에서 돌연변이를 만드는 일은 유전자가위의 개발로 가능해졌다.

빠른 기술의 발전으로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해야 할 점이다.

또한, 노화에 관련된 유전자로 노화를 늦추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임에 인간이 가진 영원한 삶을 꿈꾸는 욕망의 실현이 한 발 다가왔음을 느껴져 다소 씁쓸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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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 스펙트럼
신시아 오직 지음, 오숙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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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전은 꿈이에요. 그 이후는 농담이고. 오직 진행 중인 것만 있을 뿐이죠. 그리고 그걸 삶이라 부르는 건 거짓말이에요.” (p.92)

 

폴란드인인 로사는 마그다라는 노란 머리카락의 아기와 조카 스텔라와 함께 수용소에 살고 있었다. 굶주림으로 젖이 나오지 않고 추위에 온몸이 떨린다.

숄로 마그다를 감싸서 데리고 있는데 마그다는 숄을 부비고 빨고 겨우 생존 중이다.

어느 날 추위를 견디다 못한 스텔라가 숄을 가져가 덮는 바람에 마그다는 독일군에게 발견되어 죽게 된다...

 

이야기는 <>에서 <로사>로 연작처럼 이어진다. 살아남은 로사와 스텔라는 미국에 산다. 마그다에게 편지를 쓰는 로사. 자신의 행복했던 기억을 곱씹고 힘겹게 삶을 이어나가는 로사의 모습은 너무나 안타깝다.

스텔라에게 숄을 받아 마그다를 되살리는 그녀를 보고 책장을 넘기기가 두려워진다.

 

도둑맞은 그녀의 삶. 전쟁의 피해자로서 로사의 시간은 여전히 홀로코스트의 시간 속에 멈춰있다. 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역사는 반복되고 끝나지 않는 비극으로 또 다른 로사가 도처에서 나온다.

뉴스를 통해서 보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너무나도 무섭게 느껴진다.

무언가 타는 듯한 연기가 느껴지는 듯한 이 책은 읽는 내내 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피해자의 삶을 살아가는 로사를 통해 전쟁이라는 거대한 공포와 공허감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얇지만 너무나도 묵직한 책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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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듣는다
루시드 폴 지음 / 돌베개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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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인다는 말을 좋아한다는 저자는 귀를 기울일 때 자신의 귀가 만화에서처럼 크게 부푸는 상상을 한다. 세상에 있지만 숨어 있는 소리로 음악을 만들어 귀를 기울이면 타자의 아픔을 조금 더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에 타인에 대한 연민이 보인다. 저자는 어떤 소리든 귀 기울이고 음악으로 만들어낸다. 반려견 보현의 음악과 귤나무의 소리도, 공사장의 소리들도 말이다. 잠시 나를 멈추고 몸을 낮춰서 누군가의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몸과 마음을 기울이는 과정이며 그래야 다른 세계를 들을 수 있다고 조용히 말한다. 글을 읽으며 다감한 시선이 느껴져 가슴이 저릿해 온다.

 

몸을 기울여 낮은 자세로 세상의 다른 소리를 듣고 그가 빚어낸 음악은 모두가 들을 수 있다. 우리가 힘들 때 일수도 기쁘거나 휴식 중일 수도 있다. 음악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그럴 때 그의 음악이 마음을 두드린다면 기꺼이 마음의 소리와 함께 어디론가 다른 세상으로 떠날 수 있지 않을까.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만든 음악을 나를 좋아했고, 이제 더 좋아하게 되었다. 책 속에 나온 음악들을 찾아서 들어본다. 눈 오는 날의 하루는 음악을 들으며 그렇게 흐른다.

 

책 속 QR을 통해 루시드폴의 새로운 앨범 <Being-with>를 들어 볼 수 있다.

저자는 공사장의 소리들을 모아서 만든 음악인 <Meter Dolorosa>를 통해 정화하고 치유하는 방법을 생각했다고 한다. 듣다 보면 다양한 소리들이 들리는 이 음악은 전혀 새로운 음악이고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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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괜찮아 - 어느 실직 가장의 마라톤 도전기
김완식 지음 / 훈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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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가장의 갑작스러운 실직. 여기까지만 읽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외벌이 가장의 실직이라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무엇을 뜻하는가.

 

어떻게든 살아야 하고 살아내야만 했던 그의 인생이었다. 내가 누구인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왜 살아가는지 생각해 볼 겨를 없이 앞만 보고 살아왔을 저자의 모습에 남편이 겹쳐진다. 남편은 맞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달려왔는데 자신을 뒤돌아보니 잘못 산 것 같다는 고백을 했다. 이제부터라도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고. 나를 찾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명확히 하고 싶다고. 그런데 그것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해보지 않았으니까. 뭔가를 하고 싶어도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는 남편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이 감정이 책 안에서 오롯이 느껴져서 더 안타까웠다.

 

달리기를 통해 자신을 가족에게 알리고 싶은 저자를 보며 여러 번 울컥했다. 아이들 마음속 구석진 곳이라도 스며들고 싶다는 말에는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이 났다. 자신을 찾기 위해 선택한 마라톤에 일념을 불태우는 저자의 모습이 반짝거렸다. 달릴 때마다 아파지는 무릎을 마사지하면서도 달리는 그를 어느새 읽으면서 응원하고 있다.

 

잊혀진 존재가 아닌 각인된 존재가 되어가는 그의 한 걸음 한 걸음을 뜨거운 응원과 박수로 격려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아빠들은 괜찮지 않다. 그런데 자꾸만 괜찮다고 한다. 모두 괜찮아지는 사회로 가야 하지 않나. 평생을 가족에게 헌신한 이가 가족에게 미안하지 않고 괜찮기를, 그래도 되는 사회로 가야 하는 데 갈 길은 멀다. 2024년에는 제발 모두 괜찮기를 책을 덮으며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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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가의 오후 - 피츠제럴드 후기 작품집 (무라카미 하루키 해설 및 후기 수록)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 엮음, 서창렬 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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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가 되기 전부터 나는 그의 작품을 사랑하고 부지런히 번역해왔다. 피츠제럴드는 나의 출발점이자 일종의 문학적 영웅이다." 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위대한 개츠비>라고 노르웨이의 숲에도 실을 정도이니. 어느 부분을 읽어도 좋다는 그의 말은 피츠제럴드 찐 덕후 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 소설 8편과 에세이 5편으로 엮어진 <어느 작가의 오후>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피츠제럴드를 향한 사랑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믿고 읽는 작가의 찐 사랑의 표현으로 완성된 책이다. 피츠제럴드는 이른 성공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인생이 낭만적이라는 믿음이야말로 너무 이른 시기에 거둔 성공의 대가이다’(p.354) 라고 표현한다. 이른 성공을 하고 차기작으로 여러 작품들을 내놓았으나 문단의 주목을 받지 못한 그의 마음 또한, 에세이와 단편들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만 알던 나에게는 여러모로 생경한 그의 모습이었다. 작가의 소설에는 그의 사생활과 내면의 이야기들이 녹아져 있어 이 책을 읽음으로써 피츠제럴드를 조금이나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얼마 전 소설을 읽고 내가 경험한 것이 아니고 내 나이도 아닌데 이렇게나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나간 것 같은 글을 쓴다고, 작가는 역시 다른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나눴었다.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예민한 감각으로 보고 읽고 쓴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쓰는 사람으로서의 두 사람, 스콧 피츠제럴드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쓴다는 것에 대한 마음까지 생각하게 된다. 닿아 있지 않음인데 닿아 있는 그 마음이 이 책을 있게 하지 않았을까. 계속 독자에게 닿도록 쓰는 이들을 나는 마음 깊이 좋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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