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법 - 생존을 위한 두 가지 요건에 관한 이야기
장혜영 지음 / 궁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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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저자는 사랑과 법은 사회를 구성하는 토대이자, 사람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 요건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검사 시절에 다루었던 사건들을 통해 사랑과 법에 대한 생각을 엮은 책이다. 사랑의 부재와 변사, 능력과 책임, 착오와 사기, 방법과 학대, 순위와 합의, 효율과 중독, 기한과 시효라는 주제를 가지고 법이 개인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사랑이 법적 결정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다룬다.

 

주요 내용으로는 법적 갈등 속에서의 인간관계, 사랑의 복잡성과 법적제재, 그리고 이 두 요소의 상호작용도 보여준다. 또한 저자는 사랑이 법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말한다. 실제 사건들이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검사로서 저자가 느끼는 감정과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느끼는 감정을 담담한 문체로 그려 더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그로 인해 법과 사랑의 사이에는 어떤 격차가 존재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지금 우리 사회의 법은 존재하는데 그 법적 결정에 사랑이 도대체 어떤 역할이길래 이 지경인지에 화가 났다. 최근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46개월 수사 끝에 무혐의 처분했다. 외국에서는 살인사건보다 주가조작 사건을 더 큰 죄로 인식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법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개인을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가조작은 말 그대로 조작으로 작정하고 계획하는 것인데 그것으로 피해를 본 많은 이들,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을 많은 이들의 가슴에 정말 큰 상처를 남겼다. <사랑과 법>을 읽으며 저자의 담백하고 솔직한 글로 잠시나마 희망을 꿈꾸었는데 현실의 사건으로 꿈이 산산이 부서지는 느낌이다. 지금 사랑 부재중인 거 맞지 않나.

 

사랑의 부재가 죽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면, 사랑의 존재는 생존의 근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p.27)

 

사랑의 부재가 개인의 삶을 고립시키고 때로 자살이나 고독사로 이끈다면, 이는 그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는 그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구성원들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사랑의 부재, 그 결과인 고독을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로부터 가난, 실업, 질병, 장애 등 그러한 고독을 초래할 수 있는 여러 요인에 대한 정책을 마련하고 실행할 구체적인 의무가 도출된다고 할 것이다. (p.33)

 

공소시효가 가해자의 가벌성에 기한을 정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고통에 기한을 정한 것이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면 사랑도 추억도 변하는 것처럼, 고통도 고통이 아닌 것으로 변하는 그런 기한 말이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 고통이 사라질 수 있다면, 모든 범죄의 공소시효는 짧을수록 좋을 것이다. (p.198)

 

@ekida_library #이키다랑독토 로 함께 읽었습니다.

@kungree_press 도서 지원 감사합니다.

 

#사랑과법 #장혜영 #궁리출판사 #사회과학 #법과생활 #평친클나쓰 ##책추천 #hongeunk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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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루코와 루이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윤은혜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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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거기 있나요?>

 

잘 있어요.

나는 이제부터 살아갈게요.”

 

남편 도시로에게 메모를 남긴 데루코는 45년의 결혼 생활을 박차고 나왔고, 실버타운을 도망치듯 나온 루이와 나가노로 떠난다. 남편의 BMW를 끌고.

중학교에서 처음 만난 데루코와 루이는 올해 일흔이 되었고, 다시 만나서 친해진 지는 40년이 된 친구 사이다. 남의 별장에 무단으로 들어가 5개여 월을 사는 동안 마을에서 일도 하고 마을 사람들과 교류도 나누며 그들은 자유로운 삶을 만끽한다. 일도 하고 서로를 돌보며 사는 삶은 하루하루가 선물 같다.

 

-데루코가 가출결별, 누구 때문덕분으로 바꿔 말하는 순간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경험을 했다. 부정적 의미의 단어를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마법을 부리는 데루코는 루이를 아끼는 마음이 있기에 가능했으리라.

 

서로 같이 있어서 좋은 존재, 서로의 눈을 보면 어떤 생각 하는지 아는 사이. 그들을 친구라고 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 오롯한 나 자신을 찾고 스스로 원하는 방향으로 삶의 키를 잡는다. 함께 떠난 둘의 발걸음은 거칠 것이 없다. 누군가의 눈치 보지 않는 삶,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루며 살 수 있는 진짜 언니들이 삶이다. 나이 따위는 숫자에 불과할 뿐.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물론 심장은 항상 뛰고 있었겠지만, 지금 처음으로 심장이 뛴다는 것을 인식한 기분이었다.()

지금까지도 루이와 함께 있을 때면 언제나 좋은 기운이 몸속에 들어오는 기분이 들었지만. 오늘은 특히 더 그랬다. (p86~.87)

 

여자들끼리 떠난 여행은 즉흥적이었고 갑자기 기차표를 예매하느라 각자 분주했다. KTX를 타고 강릉 당일치기라니! 남편에게는 말하지도 않고 표부터 얼른 예매했다. 그만큼 설렜다. 새벽에 탄 기차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그 안에는 흥분과 기대로 가득한 우리가 있었다.

 

기차에서 내려서 바닷가에 도착했을 때의 기쁨이란! 서울에서 두 시간 남짓이면 오는 이 바다를 그동안 왜 못 왔을까. 하고 싶은 것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함께 해변을 걷고 또 걸으면서 나눈 얘기들은 그 청량한 바닷바람처럼 우리를 까르르 웃게 했고 같이 먹었던 밥은 그 어떤 식사보다 맛있었다. 바닷가의 그네에 앉아 바라보던 바다와 해변의 등대를 뒤로 함께 찍은 사진을 슬쩍 열어본다. , 나 웃고 있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함께 떠날 수 있었던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다. 루이에게 열쇠가 되어 준 데루코처럼 서로에게 열쇠가 되어 준 우리들의 만남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다시 강릉의 바다를 함께 걸을 날을 손꼽아 본다.

 

데루코는 때때로 열쇠가 된다. 그 열쇠로 나는 지금까지 몰랐던 곳, 가본 적 없는 곳, 가고 싶어도 못했던 곳, 갈 용기가 나지 않았던 곳으로 갈 수 있지만, 그 열쇠는 내가 보이지 않는 척해왔던 곳으로 통하는 문까지 스르륵 열어버린다. (p.164)

 

도서 지원 감사합니다.

@hyejin_bookangel @feelmbook

 

#데루코와루이 #이노우에아레노 #윤은혜 #필름출판사 #일본소설 #장편소설 ##책친구 #hongeunk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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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정치적인 시골살이 - 망해가는 세계에서 더 나은 삶을 지어내기 위하여
양미 지음 / 동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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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동자이자 불안정 노동자이자 가난한 활동가로 살던 저자는 불안정한 임금 노동을 지속할 수 없었다. 삶의 가능성을 찾아 자본주의적 삶이 아닌 곳을 찾는다. 그래서 시골살이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실제로 행동에 옮긴다.

 

시골은 도시와 다를 거라 생각했는데 시골의 삶도 각자도생이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그러나 고백에 그친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저자는 보고 듣고 말하며 저항한다.

 

시골로 가기 위한 준비 과정을 시작으로 시골의 민낯을 보여주며 그에 따른 저자의 대안도 담았다. 시골의 이동권 문제로 진안군의 무진장운수를 이용하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이동권의 부재,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에 얽힌 공공재 이권 행사 개입, 그리고 버스 공영제로 바뀐 성공적 사례-전남 신안군, 정선군을 소개한다. 이런 제도가 도입되려면 관심과 권리 의식, 그에 따른 해결 방법 모색, 관리 시스템과 담당자의 배치라는 체계가 갖춰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이 움직이는 대로 시스템이 갖춰지기도 하지만 시스템으로 사람들의 생각이나 감정이 변하기도 한다. 권리는 제도를 통해 보장된다. 그러나 제도 이전에 권리를 인식하고 요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노력이 쌓여 권리가 제도로 확장될 수 있다. (p.112)

 

시골에 살아도 드는 돈은 마찬가지다. 오히려 공산품 가격은 비싸고 대중교통은 불편하고 일자리도 부족하다. 점점 도시화되어 가고 있어서 지방소멸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그렇다면 시골에 살아본 이들, 살고 싶은 실수요자들을 인터뷰하고 직접적인 제도를 만들고 이주시키는 게 맞다. 그러나 저자의 글을 읽어보면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청년층을 위한 지원에는 대출을 부추기고 있고 일자리는 시혜성이 강하며 계속 일할 수 있는 일자리는 없다는 것.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시골로 내려가는 그들에게 빚으로 시작하라고 하는 정책에 화가 난다.

 

삶의 문제는 곧 정치다. 정치가 삶을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따라 정책과 행정의 효과가 발휘된다.’(p.175) 고 저자는 말한다. 지금의 정치는 무능하고 정치와 경제에 대해서는 더 인식개선이 필요한 지점이다. 이에 저자는 멀리 있는 중앙정치에 관심을 더 많이 두기보다 가까이 있는 지자체에서는 뭘 하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나 역시도 뉴스로 접한 것에 열을 내면서 내 지역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갖지 않았음에 반성하게 된다. 혜택은 원하는데 직접 움직이지는 않고 불평만 하고 있었던 것. 찾아보니 주민 참여 창구로 주민 참여 대회, 각 동 주민회 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민주주의가 실종되고 있는 지금에서 투표만 잘 한다고 될 것이 아니라 실제로 눈으로 보고 움직이고 참여해야 함이다. 저자는 촘촘하게 운영되는 민주주의로 변한 모습의 미래를 꿈꾼다. 시골에서 좋은 공동체를 이루어 에너지를 자급하고, 먹을 것을 직접 키우며 기본소득으로 일자리 불안이 없고, 다양한 정책에 직접 참여하여 더 좋은 삶을 상상한다고.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되길, 개인의 삶이 모두 평등하고 안전하게 모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는 꿈을 꾸게 하는 책 <너무나 정치적인 시골살이>이다.

 

@dongnyokpub 동녘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너무나정치적인시골살이 #양미 #동녘 #사회과학 ##책친구 #시골살이 #민주주의 #책추천 #hongeunk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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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멜로디
조해진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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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부쩍 카메라를 들고 출사를 나가는 일이 많아졌다.

 

사진 찍기가 왜 좋아?”

보이는 것을 내 마음대로 다르게 보이게 할 수 있다는 게 좋아. 나만의 사진이 되니까.”

 

아이를 바깥으로 나가게 한 건 사진이었다. 똑딱이 카메라로 사진 찍는 게 유행이었는데 아이는 관심을 가졌고 마침 집에는 오래된 DSLR 카메라가 있었다. 카메라를 손에 든 아이는 눈에 띄게 변했다. 한강공원으로 성수동으로 집 근처 강으로, 능소화를 찍으러, 일몰을 찍으러 밖으로 나갔다. 집안에만 있던 아이를 살린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사진기 안에 보이는 것을 찍고 다시 들여다보고 편집하는 모습은 낯설었지만 어느새 익숙해졌다. 기쁜 마음 가운데 문득 어떤 일에도 쉽게 익숙해지는 건가 하는 서늘한 생각이 들었다.

 

피사체를 찍는 것. 프레임 안에 있는 것을 그 순간의 모습으로 남기는 사진을 우리는 기록용으로 주로 찍는다. 맛있는 음식이나 자연 풍경, 모임 때 등을 휴대폰으로 찍고 가끔 열어보고 추억에 잠기는 용도로만 사용했다. 그런 사진이 사람을 살릴 수 있다니. 단편 <빛의 호위>에서의 나와 권은의 이야기가 확장되어 <빛과 멜로디>가 나왔다. <로기완이 있었다>로 이미 작가님에게 홀딱 반한 나는 책이 나오자마자 구매했고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언제나 그래온 것처럼 일상을 살아가는 나에게 전쟁은 가슴 아프지만 먼 나라의 이야기다.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고통받는 이들이 많다. 이곳의 안락함 속에 잊고 있었던 그 마음을 떠올리게 한다. 추웠고 아팠으나 다정한 호의가 담긴 손이 나를 살렸고 나는 그것을 기억해야 한다는 걸. 그리고 그것이 계속 전해지는 방법은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야말로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이라고 나는 믿어요.”

 

국적과 나이대가 모두 다른 이들이 서로에게 내미는 호의는 약한 빛이지만 퍼져 나갔다. 누군지 모를 이에게도 그 빛은 공평하게 퍼져나가고 그 빛과 함께 멜로디는 계속 흐른다. 그런 기적이 일어나길 아니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죽음만을 생각하거나 죽어가는 사람들을 사진에 담아 뭐든 쉽게 잊는 무정하도록 나태한 세상에 타전하고 싶다는 마음, 그들을 살릴 수 있도록, 바로 나를 살게 한 카메라로……(p.86)

 

사람을 살리는 사진을 찍고 싶으니까요. 죽음만을 생각하거나 죽어가는 사람들을 잊히지 않게 하는 사진을 찍는 거, 그게 내가 사는 이유예요.”(p.128)

 

전원 스위치라도 켜진 듯 갑자기 빛을 발하는 별이 있는가 하면 수명을 다해가는 전구인 양 깜빡이는 별도 있었으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별과 속절없이 추락하는 별도 있었다. 인간의 셈법으로는 추정이 무의미한 먼 과거를 떠도는 별들이었다. 시간을 초월하여 지구의 밤하늘에 도달한 저 별빛들이 꺼지지 않는 한, 세상의 모든 아픔은 결국 다 사라질 것만 같다는 낙관을 품지 않을 수 없었던 밤……(p.171)

 

알마를 살린 장 베른의 악보와 권은을 방에서 나오게 한 카메라는 결국 사랑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둘은 다른 사랑이지만 같은 사랑이기도 하다고, 한 사람에게 수렴되지 않고 마치 프리즘이나 영사기처럼 그 한 사람을 통과해 더 멀리 뻗어나가는 형질의 사랑이라는 점에서 그렇다고. (pp.223~224)

 

, 코멘터리 북이 있는데 꼭 같이 읽어보길 추천한다. 작가님의 에세이와 인터뷰도 실려 있다.

 

#빛과멜로디 #조해진 #문학동네 #장편소설 ##책추천 #hongeunkyeong

전원 스위치라도 켜진 듯 갑자기 빛을 발하는 별이 있는가 하면 수명을 다해가는 전구인 양 깜빡이는 별도 있었으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별과 속절없이 추락하는 별도 있었다. 인간의 셈법으로는 추정이 무의미한 먼 과거를 떠도는 별들이었다. 시간을 초월하여 지구의 밤하늘에 도달한 저 별빛들이 꺼지지 않는 한, 세상의 모든 아픔은 결국 다 사라질 것만 같다는 낙관을 품지 않을 수 없었던 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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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상 위의 비밀 마음틴틴 20
최혜련 지음 / 마음이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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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지우개는 다 어디 갔을까?

 

다섯 편의 짧은 소설들의 소재는 모두 책상 위에서 보던 것들이라서 친근하다. 학창 시절 방학이면 매일 안 쓰고 몰아 썼던 일기장, 안경 쓴 친구가 부러워 눈 나쁜 척하고 얻어낸 안경, 그때는 없었지만 지금 아이들에게는 외부 장기라 불리는 스마트폰, 많이 써서 짧아지면 깍지를 끼워 쓰던 몽당연필, 쉬는 시간이면 본연의 업무보다 따먹기 놀이에 더 자주 소환되었던 지우개이다.

 

소싯적 지우개 따먹기 좀 했는데 그 많던 지우개는 다 어디 가고 지금 필통 속에는 아이들에게 얻은 지우개 딸랑 하나다. 시인이 된 지우개가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듯하다.

 

<물음표 일기장>

쓰고 싶은 말이 없으면, 진짜 쓰고 싶은 사람이 쓴 글을 보는 거야, 지금처럼.” (pp.23~24)

 

어느 날 내가 쓴 일기장에 마침표가 물음표로 바뀌어 있다. 다음 날은 말줄임표로! 문장부호가 바뀌는 신기한 경험은 결국 쓰기 싫었던 일기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마법이 된다!

 

<언니의 안경>

언니는 안경이 되었다. (p.34)

 

언니는 수백, 수천 가지 일을 할 수 없지만 단 하나의 일, 독서를 할 수 있었다. 나는 언니가 책만 읽어야 하는 마법의 주문에 걸린 것은 아닐까 상상했다. (p.37)

 

책을 좋아하는 언니는 어느 날 안경이 되고, 원하던 책을 마음껏 읽게 된다. 가족들은 안경이 된 언니와 사는 것에 익숙해지고 언니는 1년에 한 권씩 책을 내는 작가가 되는데, 과연 언니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까?

 

<나 대신 스마트폰>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편하긴 하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있어서 안 해도 되는 일까지 해야 하는 건 아닐까. SNS좋아요를 누르고, 게임 케릭터의 레벨을 올리고, 단톡방 메시지에 답장하는 것. 꼭 해야 하는 걸까. 그렇지만 확실한 건,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이다. (p.56)

 

반장인 상우는 스케줄 관리에 어려움을 느껴 나 대신이라는 앱으로 나 반장을 실행시킨다. 나 반장은 스스로 생각해서 실행하는 AI로 처음엔 도와주다가 점점 선을 넘기 시작하는데. 상우는 이대로 AI에게 주도권을 넘길 것인가?

 

<몽당연필에게>

그 연필이 나야.” (p.90)

나 대신 편지를 보내 줄래? 연필로 사는 건 이제 마지막일거야.”(p.95)

 

전학 온 날 책상 서랍 안에 있던 몽당연필로 수학 시험을 봤더니 100! 마지막 문제는 내가 푼 것이 아니라 몽당연필이 풀었다. 몽당연필은 왜 책상 서랍에 있었을까?

 

<지우개 시인>

선생님은 문장을 지웠지만 내 기억속에는 문장이 새겨졌지. 바람, 그늘, 그림. 시가 될 수 있는 말들. 연필은 시가 될 수 있을까? 필통은? 가위는? 그리고 지우개는? 나도 시가 될 수 있을까. 서랍 속에 스며든 어둠 속에서도 잠은 오지 않았어. (p.104)

 

나는 시를 써 보고 싶어.” (p.110)

 

지우개는 시인 선생님의 시를 읽으면서 단어의 의미를 생각하고, 책상을 벗어나 산에서 햇볕을 쐬고 하늘과 나무를 느끼는 경험을 한다. 바람을 맞으며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을 지우개는 시인을 꿈꾸게 된다.

누군가 써놓은 공책에 있는 글자들을 지우면서 숨이 차고 어지러웠으나 포기할 수 없다. 지울수록 점점 몸이 작아지는데, 과연 지우개는 시인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책 제목으로 아이들과 말하는 버릇이 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책 제목으로 대답을 하면 아이들이 에이~엄마~하다가 무슨 책인지 물어보는데 은근 재미지다. 그래서 얻어 걸리면 슬쩍 권해줄 수 있다. 책 기둥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결국 책을 읽게 된다는 것이 나의 작은 꿈인데 지우개는 글자를 지우다가 글을 익히고 시인이 되다니 너무 존경스럽지 않은가.

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 느껴져 이 책이 더 좋아진다.

 

책상을 둘러본다.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거는 아이는 없는지.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hyejin_bookangel @mindbridge_publisher

 

#내책상위의비밀 #최혜련 #마음이음출판사 #청소년소설 #마음틴틴 ##책친구 #hongeunk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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