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이야기
임경선 지음 / 토스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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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한 달 살기

광활한 로비의 카펫을 천천히 꾹꾹 밟으며 두리는 과거의 영광과 자존심은 여전히 포기 못 하면서도 이제는 끝을 받아들인 자들이 가지는 어떤 숙연한 공기를 감지했다. (p.22)

 

아쉽죠. 하지만 이래도 돼요. 변질될 바에는 차라리 존재를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이요. 이곳만큼은 바깥세상과 다른 속도로 시간이 흘러갔거든요.”( p.29)

 

-하우스키핑

이해 ...... 사람들은 항시 누군가로부터 이해받고 싶어했다. 그리고 때로는 용서를 구해야 할 상대에게 이렇게 터무니없는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p.105)

분명히 이해해주실 거야.’(p.110)

 

-야간 근무

메리 올리버의 <블랙워터 숲에서> 시구를 잊지 않고 떠올렸다.

 

강 건너편에는 우리가 영원히 그 의미를 알지 못할 구원이 있지.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세 가지를 할 수 있어야만 하지.

유한한 생명을 사랑하기.

자신의 삶이 그것에 달려 있음을 알고 그걸 끌어안기.

그리고 놓아줄 때가 되면 놓아주기 (p.159)

 

-초대받지 못한 사람

“......아무런 접점이 없어서 좋았던 거예요.”

.......”

아무런 접점은 없지만 상우 님과 저는 실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저는 저와 같은 유형의 사람을 잘 알아보는 편이에요. 타인에게 이해받으려고 애쓰기보다 많은 것들을 혼자 어떻게든 집어삼키는 유형의 인간들이죠.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더라도 그런 사람들끼리는 말없이도 통하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 사람을 만나는 건 귀하고 감사한 일이고요.” (p.191)


호텔이야기를 읽고 나니 극장에 앉아 독립 영화를 본 것 같다. 진짜 있는 이야기들을 담담한 시선으로 다룬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호텔이라는 장소를 중심으로 여러 인간 군상들의 모습으로, 혹은 제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올 여름 호텔 로비에 앉아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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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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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다. 친척 집에 맡겨지는 소녀의 마음속 감정이 느껴져 읽고 나서도 <맡겨진 소녀>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우리는 계속 걷다가 절벽과 암벽이 튀어나와 바다와 만나는 곳에 도착한다. 이제 앞으로 갈 수 없으니 돌아가야 한다. 어쩌면 여기까지 온 것은 돌아가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납작하고 하얀 조개껍데기가 모래밭으로 밀려 올라와 여기저기서 반짝인다. 나는 허리를 굽혀 조개껍데기를 줍는다. 내 손안의 조개껍데기가 매끈하고 깨끗하고 연약하다. 우리는 해변을 따라 걸어온 길을 돌아간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할 때까지 걸었던 것보다 더 먼 거리를 걷고 있는 것만 같다. 마침 달이 캄캄한 구름 뒤로 사라지는 바람에 우리가 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중략) 아저씨가 우리 발자국을 따라가려고 해변에 불빛을 비추지만 내 발자국밖에 보이지 않는다.

저기서는 네가 날 업고 왔나 보다.” 아저씨가 말한다.

나는 내가 아저씨를 업는다는 것이 너무 말도 안돼서 웃지만 곧 그것이 농담이었음을, 그 농담을 내가 알아들었음을 깨닫는다. (pp.73-74)

 

친척 집에 맡겨졌던 소녀가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아저씨와 소녀의 바닷가 산책으로 표현되어 더 가슴이 아려온다. 돌아가는 길은 온 길보다 더 멀게 느껴질 만큼 소녀는 아저씨, 아주머니가 좋고 이곳이 좋다. 집이 싫은 것이 아니라 다른 곳이 좋다는 양가감정을 느끼는 소녀는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소녀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부부와 보냈던 소중한 시간들.

가족보다 나를 더 배려하고 이해해주는 사람들을 보고 소녀는 어떤 감정이 들까.

 

가족이 제일 이해해주지 않는다며 가족 간에 불화를 겪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가깝다 보니 더 소홀하게 되고 다투어도 피는 물보다 진하다며 사과조차 안하는 경우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은 것이 아니라 더 곪는다. 그러다가 견딜 수 없이 힘들어지면 하고 터진다. 그러기 전에 배려하고 잘못하면 사과하고 고마운 것은 고맙다고 말을 해야겠다. 아저씨가 말씀하시길 말이 없더라도 필요한 말은 꼭 하고 입을 다물어야 할 때 다물어야 한다고~(큰 교훈)

나부터도 소원해진 가족에게 전화해봐야겠다. 오래 볼 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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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유산
미즈무라 미나에 지음, 송태욱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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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유산/미즈무라 미나에/복복서가>

 

어머니로부터 해방되었다는 느낌은 어머니와 맺은 관계가 서로 달랐던 만큼 자매에게 질적으로 많이 달랐다. 그러나 어머니로부터 해방되었다는 흥분이 온몸을 관통하는 점은 같았다.(p.15)

 

어머니로부터의 해방이라니. 다소 자극적이라는 생각으로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가쓰라가의 3대의 여성들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일본의 초고령화 사회의 여러 문제점들을 소설을 통해 보게 된다. 전후 세대인 외할머니와 어머니의 이야기와 지금 현재 일본을 살아가는 미쓰키와 나쓰키의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개된다. 소설 속에 살았던 외할머니, 허영과 사치를 일삼고 외도를 한 어머니, 어머니의 설계대로 결혼까지 한 나쓰키, 언니의 그늘에서 다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란 미쓰키.

가쓰라가의 여성들의 생애에 녹여진 일본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작가는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어머니의 죽음을 바라는 딸들의 마음을 다소 이해하게 된다. 애증으로 얽힌 여성들의 이야기 속에 우리의 이야기들이 있다. 우리나라 또한 초고령화 사회로 발을 딛은 상태라 그런지 이야기가 더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자식이 없으나 부모를 돌봄 해야 하는 세대로 나를 돌봐주는 세대는 없는 그런 미쓰키의 모습에서 오늘날 우리 모습이 보였다.

 

나 또한 돌봄은 하되 돌봄 받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여성의 자립도 이 소설에서 생각해 볼 문제이다. 내연녀가 있는 배우자를 두고 미쓰키가 어머니의 유산을 받고서 자립하게 되는 부분에서는 다소 씁쓸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것이 50대 여성 자립의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자립한 미쓰키에게 박수를 보낸다.

 

500페이지가 넘는 긴 호흡의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이유는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 같아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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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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