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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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다. 친척 집에 맡겨지는 소녀의 마음속 감정이 느껴져 읽고 나서도 <맡겨진 소녀>에서 빠져나오기가 힘들다.

 

 

우리는 계속 걷다가 절벽과 암벽이 튀어나와 바다와 만나는 곳에 도착한다. 이제 앞으로 갈 수 없으니 돌아가야 한다. 어쩌면 여기까지 온 것은 돌아가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납작하고 하얀 조개껍데기가 모래밭으로 밀려 올라와 여기저기서 반짝인다. 나는 허리를 굽혀 조개껍데기를 줍는다. 내 손안의 조개껍데기가 매끈하고 깨끗하고 연약하다. 우리는 해변을 따라 걸어온 길을 돌아간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할 때까지 걸었던 것보다 더 먼 거리를 걷고 있는 것만 같다. 마침 달이 캄캄한 구름 뒤로 사라지는 바람에 우리가 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중략) 아저씨가 우리 발자국을 따라가려고 해변에 불빛을 비추지만 내 발자국밖에 보이지 않는다.

저기서는 네가 날 업고 왔나 보다.” 아저씨가 말한다.

나는 내가 아저씨를 업는다는 것이 너무 말도 안돼서 웃지만 곧 그것이 농담이었음을, 그 농담을 내가 알아들었음을 깨닫는다. (pp.73-74)

 

친척 집에 맡겨졌던 소녀가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아저씨와 소녀의 바닷가 산책으로 표현되어 더 가슴이 아려온다. 돌아가는 길은 온 길보다 더 멀게 느껴질 만큼 소녀는 아저씨, 아주머니가 좋고 이곳이 좋다. 집이 싫은 것이 아니라 다른 곳이 좋다는 양가감정을 느끼는 소녀는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소녀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부부와 보냈던 소중한 시간들.

가족보다 나를 더 배려하고 이해해주는 사람들을 보고 소녀는 어떤 감정이 들까.

 

가족이 제일 이해해주지 않는다며 가족 간에 불화를 겪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가깝다 보니 더 소홀하게 되고 다투어도 피는 물보다 진하다며 사과조차 안하는 경우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은 것이 아니라 더 곪는다. 그러다가 견딜 수 없이 힘들어지면 하고 터진다. 그러기 전에 배려하고 잘못하면 사과하고 고마운 것은 고맙다고 말을 해야겠다. 아저씨가 말씀하시길 말이 없더라도 필요한 말은 꼭 하고 입을 다물어야 할 때 다물어야 한다고~(큰 교훈)

나부터도 소원해진 가족에게 전화해봐야겠다. 오래 볼 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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