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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방의 미친 여자들 - 여성 잔혹사에 맞선 우리 고전 속 여성 영웅 열전
전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822/pimg_7158381403988008.jpg)
-여성 잔혹사에 맞선 우리 고전 속 여성 영웅 열전
우리 역사 속에서 여성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족 안에서 곤경에 처한다. 이 책 안의 살아있는 여성 영웅들, 신들의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여성의 삶의 자유를 찾는 여정이다. 여성으로 태어남으로 인해 받았던 차별과 무시, 폭력 등을 다 각도로 조명하고 남성 위주의 가부장 제도의 비판을 서슴치 않는다. 여성이 안전하지 못했던 시대상과 가정 내에서조차 희생자이고 약자였던 그네들의 이야기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 안타깝고 화가 났다. 옛이야기조차 남성적 시선으로 읽어왔던 나에게 일침을 가하며 새로운 시각을 선사한다.
여자라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은 <바리데기>는 스스로를 구원하고 자신을 버린 부모를 살리고 신이 된다. 너무 멋지지 않은가.
<장화홍련전>과 <콩쥐팥쥐전>의 계모보다 무서운 무관심한 아버지들, 무능한 아버지 심봉사- <심청전> 등은 여성에게 닥친 아버지라는 숙명적 비극을 잘 보여준다.
다시 태어나 인생 2회차를 사는 <금방울전>은 요즘 유행하는 회귀, 환생 물이다. 당시 여성들이 꿈꾸었을 만한 이상적인 삶을 그려낸다.
운명에 도전한 궁녀의 사랑 이야기인 <운영전>안에는 시대의 변화와 흐름이 이야기에 녹아져 나왔고, <심청전>또한 계급을 뛰어넘은 사랑의 혁명이야기로 폭발적으로 사람들 사이에 퍼져 나갔다고 한다.
이처럼 역사 속 다양한 여성들을 통해 다시 신화를 보는 재미가 있는 <규방의 미친 여자들>이었다. 영웅 서사 이야기 구조 자체가 남성 위주임을 알려주고 새로운 시각으로 여성 영웅의 서사를 봐야 함을 일깨워 준다. 이 책을 통해 신화에 궁금증이 생기고 여성 서사에 관심이 더 깊어졌다.
<장화홍련전>이라 <콩쥐팥쥐전>같은 우리의 여성 원귀 이야기에서,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거나 살해당하거나 누명을 쓰고 자살하는 이들은 대부분 여종이나 신분이 낮은 처녀, 비구니, 어린 여성, 그리고 계모 슬하의 전처 소생 딸이었다. 이들은 가족 안에서 가장 무력한 존재들이자 폭력 앞에 노출된 약자들, 가정 내의 희생자였다. (p.64)
여성여웅의 경우, 아테나 여신처럼 어머니가 삭제된 ‘아버지의 딸’이 아닌 이상, 여성 영웅에게 더 중요한 이들은 어머니, 또는 어머니에 준하는 이다. 딸의 시련은 어머니의 상실에서 시작되고, 어머니에 준하는 존재들의 보호를 받아 성장하고, 어머니 여신의 인도를 받아 모험을 떠난다. 그리고 여신 어머니의 사랑과 가르침을 통해 성장해 모험을 마치고 돌아온 딸은, 한때 자신이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그 어머니와 화해하고, 그 상처를 감싸준다. 상처받은 어린 딸은 이 과정을 통해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성장한 개인으로서,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가는 [삶의 자유]를 손에 넣은 것이다. (pp.84~85)
우리의 신들, 특히 여성 신격들은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온갖 고난을 견뎌낸 뒤 신으로 좌정해 인간을 돌보았다. 이들이 주관한 것은 삶과 죽음이었고, 특히 성리학적 세계관에 기반한 가부장제 사회에서 돌보지 않는 여성들의 고난과 슬픔, 간절한 소망과 함께했으며, 여성들의 세계인 무속신앙의 세계에서 살아남았다. (p.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