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모자, 피노키오를 줍고 시체를 만났습니다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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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시체가 있었습니다.>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역시 시체가 있었습니다.>

넷플릭스 9월 영화 개봉 시리즈의 4번째 편인

<빨간 모자, 피노키오를 줍고 시체를 만났습니다.>이다.

빨간 모자가 탐정으로 등장하여 피노키오의 몸을 찾아주는 여정을 시작한다. 피노키오의 몸의 행방을 찾는 곳마다 일어나는 사건들을 천재적인 추리로 해결해 나가는 빨간 모자!! “당신의 범죄 계획은 왜 그렇게 허술해?” 하면서 모든 사건을 척척 해결해 나가는 옛이야기 × 본격미스터리 이다.

 

피노키오의 모험, 엄지공주, 백설 공주,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아기 돼지 삼 형제를 전혀 다르게 재탄생시켜 완전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 나는 범인을 한 번도 못 맞췄지만 재미있는 구성과 잘 짜여진 미스터리 소설이며, 빨간 모자의 재치와 지혜로 모험을 해나가는 재미를 느꼈다. 저자는 평소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이자 신념이라고 하는데 과연 이 책은 누구나 가볍게 읽고 이야기의 재미에 빠져 들 수 있다. 가볍지만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옛이야기 본격 미스터리 소설이었다.

 

 

1막 목격자는 목각 인형

2막 여자들의 독사과

3막 하멜른의 마지막 심판

막간 티모시 길거리 인형극

4막 사이 좋은 아기 돼지의 세 가지 밀실

 

 

 

그럼 오늘 한는 거짓말에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나?”

당연하죠. 물론 거짓말보다는 진실이 나아요. 하지만 가끔 거짓말도 필요해요. 왜냐하면......”

빨간 모자는 빙그레 미소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거짓말이 있는 곳에는 매력적인 수수께끼도 있으니까요.”(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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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방의 미친 여자들 - 여성 잔혹사에 맞선 우리 고전 속 여성 영웅 열전
전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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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잔혹사에 맞선 우리 고전 속 여성 영웅 열전

 

우리 역사 속에서 여성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족 안에서 곤경에 처한다. 이 책 안의 살아있는 여성 영웅들, 신들의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여성의 삶의 자유를 찾는 여정이다. 여성으로 태어남으로 인해 받았던 차별과 무시, 폭력 등을 다 각도로 조명하고 남성 위주의 가부장 제도의 비판을 서슴치 않는다. 여성이 안전하지 못했던 시대상과 가정 내에서조차 희생자이고 약자였던 그네들의 이야기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 안타깝고 화가 났다. 옛이야기조차 남성적 시선으로 읽어왔던 나에게 일침을 가하며 새로운 시각을 선사한다.

 

여자라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은 <바리데기>는 스스로를 구원하고 자신을 버린 부모를 살리고 신이 된다. 너무 멋지지 않은가.

<장화홍련전><콩쥐팥쥐전>의 계모보다 무서운 무관심한 아버지들, 무능한 아버지 심봉사- <심청전> 등은 여성에게 닥친 아버지라는 숙명적 비극을 잘 보여준다.

다시 태어나 인생 2회차를 사는 <금방울전>은 요즘 유행하는 회귀, 환생 물이다. 당시 여성들이 꿈꾸었을 만한 이상적인 삶을 그려낸다.

운명에 도전한 궁녀의 사랑 이야기인 <운영전>안에는 시대의 변화와 흐름이 이야기에 녹아져 나왔고, <심청전>또한 계급을 뛰어넘은 사랑의 혁명이야기로 폭발적으로 사람들 사이에 퍼져 나갔다고 한다.

 

이처럼 역사 속 다양한 여성들을 통해 다시 신화를 보는 재미가 있는 <규방의 미친 여자들>이었다. 영웅 서사 이야기 구조 자체가 남성 위주임을 알려주고 새로운 시각으로 여성 영웅의 서사를 봐야 함을 일깨워 준다. 이 책을 통해 신화에 궁금증이 생기고 여성 서사에 관심이 더 깊어졌다.

 

 

<장화홍련전>이라 <콩쥐팥쥐전>같은 우리의 여성 원귀 이야기에서,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거나 살해당하거나 누명을 쓰고 자살하는 이들은 대부분 여종이나 신분이 낮은 처녀, 비구니, 어린 여성, 그리고 계모 슬하의 전처 소생 딸이었다. 이들은 가족 안에서 가장 무력한 존재들이자 폭력 앞에 노출된 약자들, 가정 내의 희생자였다. (p.64)

 

여성여웅의 경우, 아테나 여신처럼 어머니가 삭제된 아버지의 딸이 아닌 이상, 여성 영웅에게 더 중요한 이들은 어머니, 또는 어머니에 준하는 이다. 딸의 시련은 어머니의 상실에서 시작되고, 어머니에 준하는 존재들의 보호를 받아 성장하고, 어머니 여신의 인도를 받아 모험을 떠난다. 그리고 여신 어머니의 사랑과 가르침을 통해 성장해 모험을 마치고 돌아온 딸은, 한때 자신이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그 어머니와 화해하고, 그 상처를 감싸준다. 상처받은 어린 딸은 이 과정을 통해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성장한 개인으로서,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서 살아가는 [삶의 자유]를 손에 넣은 것이다. (pp.84~85)

 

우리의 신들, 특히 여성 신격들은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는 온갖 고난을 견뎌낸 뒤 신으로 좌정해 인간을 돌보았다. 이들이 주관한 것은 삶과 죽음이었고, 특히 성리학적 세계관에 기반한 가부장제 사회에서 돌보지 않는 여성들의 고난과 슬픔, 간절한 소망과 함께했으며, 여성들의 세계인 무속신앙의 세계에서 살아남았다.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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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방의 미친 여자들 - 여성 잔혹사에 맞선 우리 고전 속 여성 영웅 열전
전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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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역사 속 다양한 여성들을 통해 다시 신화를 보는 재미가 있는 <규방의 미친 여자들>이었다. 영웅 서사 이야기 구조 자체가 남성 위주임을 알려주고 새로운 시각으로 여성 영웅의 서사를 봐야 함을 일깨워 준다. 이 책을 통해 신화에 궁금증이 생기고 여성 서사에 관심이 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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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닌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정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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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코프의 모든 소설 가운데

가장 코믹하고 애달프고

가장 단순한 소설이다.”

-브라이언 보이드 (오클랜드 대학교 석좌교수, 나보코프 연구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책은 <롤리타>를 읽어본 게 전부인데 책 모임으로 만났을 때도 꽤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러시아 이민자로 미국의 대학에서 러시아어 강의를 하는 프닌. 우스꽝스러운 외모로 표현되고 영어도 완전치 못하다. 일상에서도 실수 연발인 그를 만나봤다. 첫 장면에 기차를 잘못 탄 프닌은 그것 조차 모르는 상태이다! 지성의 장인 대학 안에서 조롱과 은근한 멸시, 교묘하게 그 안에서 배제당하는 프닌. 언어적 한계로 인해 9년이나 종신교수가 되지 못하고 결국 그 대학을 떠나게 되는데 그 주변의 인물들을 바라보는 프닌의 시선과 그들이 바라보는 프닌은 참 다르다. 교양인이라는 사람들의 이중적인 모습 안에 나의 모습도 있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 이민자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아직 시혜적이지 않은가. 나와 다른 이를 구분하고 은근한 차별을 하는 지금의 모습과도 별반 다르지 않음이 느껴져서 씁쓸했다.

 

다양한 프닌어들이 소개되어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읽는 재미가 있었으니 어느새 어설픈 매력의 프닌에 중독된 듯하다. 그렇지만 결국에 대학을 떠나게 되는 프닌의 모습이 애달프고 슬프게 다가왔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가 있고 마지막쯤 나보코프가 서술자로 나와서 더 혼란스러웠다. 차근차근 읽어야 할 책이었다. 재독해야 할 책. 나에게 나보코프는 넘기 어려운 산이었지만 가장 단순한 소설이라고 하니 나는 갈 길이 아직 멀었다는 생각뿐.

 

사람들이 자기의 은밀한 슬픔을 그냥 좀 가지고 있게 내버려둘 것이지. 안 그렇습니까? 이 세상에서 사람들이 진짜로 소유한 것이 슬픔 말고 뭐가 있습니까?”(p.76)

 

누가 저 사람의 개성을 원할까? 아무도 원하지 않아! 세상은 티모페이의 원더풀한 개성 따위는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내팽겨치겠지. 세상이 원하는 건 기계야, 티모페이 같은 사람이 아니라.”(p.242)

 

그때 소형 세단이 과감하게 앞 트럭을 추월했고, 그렇게 마침내 자유로워져서 도로 위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빛나는 도로가 은은한 안개에 감싸여 황금색 실처럼 가늘어지는 머나먼 그곳-끝없이 겹쳐진 산들이 아름다운 원경이 되어주는 곳, 무슨 기적이라도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곳-을 누군가는 볼 수 있었다. (p.289)

 

@moonji_books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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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박 간병 일지 - 어느 날, 부모님의 보호자가 되었습니다
미아오 지음, 박지민 옮김 / 이덴슬리벨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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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2년 넘게 부모님을 간병 했던 시간을 연재한 작가는 세상의 모든 돌봄자에게라는 편지를 띄운다. 엄마와 아빠의 돌봄을 하면서 겪게 된 일들을 그림으로써 알리면서 다른 돌봄자들에게 가족을 지키고 나를 사랑하는 법을 찾는 방법을 제시한다.

 

돌봄자가 슬픔으로 가득한 투명 상자안에 갇혀 있는 것 같다는 표현에 가슴이 아팠다. 나또한 엄마를 오랜 투병기간 동안 돌봄을 했었기에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아픈 건 엄마인데 돌봄자였던 내가 우울했다. 시간은 나를 남겨두고 흐르는 것 같았고 세상은 회색빛이었다. 물론 아픈 엄마가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 삼 남매의 수발을 받아야 하고 우리의 짐이 되었다고 느꼈을 것이기에. 지금도 기억이 난다. 더운 여름날 퇴근하고 간병하시는 분과 교대하러 가던 1호선 왕십리역의 야외 승강장. 어떤 암울함이 나를 짓누르고 있어서 그때의 나는 조금의 행복도 못 느꼈던 것 같다. 돌봄자의 건강과 정신적 안정은 돌보는 이를 위해서도 아주 중요하다. 슬픔의 투명상자에 돌봄자들이 갖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자가 주는 팁 중에 부모님이 건강할 때 돌봄계획을 장기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 꼭 필요한 일이라는 걸 나는 안다. 가족애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 말이 꼭 맞다. 사회가 아픈 이를 책임져주지 않고 가족 돌봄으로 그것도 독박 돌봄으로 돌봐야 할 때 우리는 어떻게 나를 지킬 수 있을까. 사회가 책임져주는 않는다는 이유로 나도 내가 지키고 가족도 내가 돌보는 이 속상함.

 

이 책은 돌봄자와 그의 가족 또 어느 누구라도 꼭 읽었으면 좋겠다. 병은 누구도 비껴가지 않고 우리는 돌봄을 받을 수도 돌봄을 할 수도 있으니까.

 

 

아픈 가족을 간병하고 돌보는 돌봄자는 슬픔으로 가득한 투명 상자안에 갇혀 있는 것 같아요. 어느날, 돌보는 일이 끝난다고 해도 상자는 여전히 닫혀 있지요. 그 열쇠가 어디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답니다.”

 

돌봄자는 우선 자신을 돌봐야 한다. 나를 보호하고 안정되 마음을 유지해야만 자신과 가족 모두 지치지 않고 돌봄이라는 기니 여정을 걸어갈 수 있다.

돌봄자들은 마음의 피난처를 찾아야 한다.

우리 몸은 자유롭지 못해도 영혼만은 자유로워야 하니까.

 

돌봄의 부담을 한 사람에게만 전가하는 건 가혹한 일이다.

그걸 당연히 여겨선 안 되며,

다행으로 여겨서도 안된다.

가족이라면 응당 자기 몫의 책임을 다하도록 협의와 조율이 필요하다. 우리 집도 부모님이 건강할 때 미리 의논해 뒀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지만, 가족애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간병하는 동안 찾아낸 나를 지키는 방법

임무 노트를 만들어 자신을 돌보는 임무를 전부 적은 다음, 게임 속 영웅처럼 매일 하나씩 그 일들을 완성하는 것이다.

돌봄자는 종종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조차도 하기 어렵다.

피곤과 슬픔이 가득할 때 사람은 벗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지고,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럴수록 더 움직여서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

내겐 슬픔만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을 돌볼 힘도 있음을 떠올려야 한다.

 

@visionbnp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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