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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 헤리티지 - 공단과 구디 사이에서 발견한 한국 사회의 내일
박진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평점 :
구로동에서 태어나 24년째 구로동에 사는 저자의 <구로동 헤리티지>이다. 구로공단, 디지털 단지, 중국인을 떠오르게 하는 구로동이라는 말을 관통하는 그곳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이렇게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도시의 변방인 구로동을 걸어가 본다.
저자가 언급한 수출의 다리를 건너 본 적이 있다. 수출 경제의 중심이었던 구로공단을 상징하는 다리 아닌가. 그런 수출 경제의 뒤에는 인권이 무시된 노동의 착취가 있었다. 지금은 디지털 단지가 되어 또다시 노동의 현장이 되어 예전 구로공단의 모습과 닮아있음을 말한다. 또한, 중국인들의 인구 밀집도가 높은 지역이라는 것. 영화 <경찰 수업> <범죄 도시>를 통한 구로동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나날이 증가하는 이민자들에 대한 불안과 공포, 그리고 혐오가 구로동을 대하는 시선에 담겨 있음을 염려한다.
저자는 ‘제조업에서 첨단 산업으로의 전환, 첨단 산업에 대한 환상과 현실, 그리고 이민자들의 점진적인 증가 모두 한국 사회가 21세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마주한 주요 변화들이며 구로동은 이 모든 것의 최전선이라고 말한다.’ (p.229) 이는 구로동이 변방과 중심이 만나는 교차로에 자리했으므로 가능했다고 한다. 구로동이라는 역사와 그곳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의 어제와 오늘 또 내일을 그려 보는 시간이었다. 노동과 인권, 차별, 다문화 등 한국 사회의 문제들이 직면해 있는 문제들을 구로동을 통해 보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임을 알게 된다.
저자가 사랑해 마지 않는 구로동과 내가 알던 구로동이 충돌하여 나는 구로동에 매료되었다.
서울의 중심부가 아닌 변방의 이야기인 구로동을 보며 나 역시 서울의 변방인 노원에 살고 있어 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저자가 처음 구로동을 살필 때 지도를 보고 구로동이 어디에서 어디까지 보고는 놀랐다는 말에 공감이 갔다. 사는 지역의 지도를 본 적이 있는가? 노원구는 강북구, 도봉구, 중랑구, 경기도 의정부시, 경기도 구리시 등과 맞닿아 있다. 노원구는 계획된 아파트 대단지 밀집 지역이라 베드타운에서 벗어나 경제활동이 가능한 기업이나 병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재건축에 달떠 있는 동네이다. 동네를 걷다 보면 ‘재건축 00 허가’ 등을 ‘경축’이라 붙여놓은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경춘선 폐선부지와 기찻길을 공원화하여 걷기 좋은 산책로가 있어 자주 걷는 것에 만족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의 동네를 찬찬히 자세히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노원을 사랑하는가라는 질문부터 해본다.
덧, 마라탕 얼리어답터인 저자가 마라탕 맛집 정보를 안 알려줌.
남구로시장에 많을 것 같다. 내 찾아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