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괜찮아 - 어느 실직 가장의 마라톤 도전기
김완식 지음 / 훈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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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가장의 갑작스러운 실직. 여기까지만 읽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외벌이 가장의 실직이라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무엇을 뜻하는가.

 

어떻게든 살아야 하고 살아내야만 했던 그의 인생이었다. 내가 누구인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왜 살아가는지 생각해 볼 겨를 없이 앞만 보고 살아왔을 저자의 모습에 남편이 겹쳐진다. 남편은 맞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달려왔는데 자신을 뒤돌아보니 잘못 산 것 같다는 고백을 했다. 이제부터라도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고. 나를 찾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명확히 하고 싶다고. 그런데 그것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해보지 않았으니까. 뭔가를 하고 싶어도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는 남편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이 감정이 책 안에서 오롯이 느껴져서 더 안타까웠다.

 

달리기를 통해 자신을 가족에게 알리고 싶은 저자를 보며 여러 번 울컥했다. 아이들 마음속 구석진 곳이라도 스며들고 싶다는 말에는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이 났다. 자신을 찾기 위해 선택한 마라톤에 일념을 불태우는 저자의 모습이 반짝거렸다. 달릴 때마다 아파지는 무릎을 마사지하면서도 달리는 그를 어느새 읽으면서 응원하고 있다.

 

잊혀진 존재가 아닌 각인된 존재가 되어가는 그의 한 걸음 한 걸음을 뜨거운 응원과 박수로 격려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아빠들은 괜찮지 않다. 그런데 자꾸만 괜찮다고 한다. 모두 괜찮아지는 사회로 가야 하지 않나. 평생을 가족에게 헌신한 이가 가족에게 미안하지 않고 괜찮기를, 그래도 되는 사회로 가야 하는 데 갈 길은 멀다. 2024년에는 제발 모두 괜찮기를 책을 덮으며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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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가의 오후 - 피츠제럴드 후기 작품집 (무라카미 하루키 해설 및 후기 수록)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 엮음, 서창렬 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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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가가 되기 전부터 나는 그의 작품을 사랑하고 부지런히 번역해왔다. 피츠제럴드는 나의 출발점이자 일종의 문학적 영웅이다." 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위대한 개츠비>라고 노르웨이의 숲에도 실을 정도이니. 어느 부분을 읽어도 좋다는 그의 말은 피츠제럴드 찐 덕후 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 소설 8편과 에세이 5편으로 엮어진 <어느 작가의 오후>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피츠제럴드를 향한 사랑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믿고 읽는 작가의 찐 사랑의 표현으로 완성된 책이다. 피츠제럴드는 이른 성공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인생이 낭만적이라는 믿음이야말로 너무 이른 시기에 거둔 성공의 대가이다’(p.354) 라고 표현한다. 이른 성공을 하고 차기작으로 여러 작품들을 내놓았으나 문단의 주목을 받지 못한 그의 마음 또한, 에세이와 단편들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만 알던 나에게는 여러모로 생경한 그의 모습이었다. 작가의 소설에는 그의 사생활과 내면의 이야기들이 녹아져 있어 이 책을 읽음으로써 피츠제럴드를 조금이나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얼마 전 소설을 읽고 내가 경험한 것이 아니고 내 나이도 아닌데 이렇게나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나간 것 같은 글을 쓴다고, 작가는 역시 다른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나눴었다.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예민한 감각으로 보고 읽고 쓴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쓰는 사람으로서의 두 사람, 스콧 피츠제럴드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쓴다는 것에 대한 마음까지 생각하게 된다. 닿아 있지 않음인데 닿아 있는 그 마음이 이 책을 있게 하지 않았을까. 계속 독자에게 닿도록 쓰는 이들을 나는 마음 깊이 좋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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꿰맨 눈의 마을 트리플 22
조예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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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어내고 싶었다는 조예은의 이야기는 진실되다. 감염으로 변한 신체변형자들과 변형이 이뤄지지 않은 이들을 나누는 방식은 지금의 소수자와 다수의 사람들을 나누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 프레임을 벗어나서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면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다. 그 시선 비틀기에서 희망이 느껴진다. 다름을 더 나음으로 만드는 조예은의 세계에 발을 딛은 나는 더 깊이 들어가 빠져나오지 못할 듯하다. 희망을 주는 조예은의 진짜같은 가짜를 나는 진짜라고 믿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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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는 기꺼이 서서 마신다 - 요리사 박찬일이 발품으로 찾아낸 오사카 술집과 미식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모비딕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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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술맛의 기원을 찾아서, 술꾼이 술꾼 다울 수 있는 공간에 젖어 들고 싶어서 일본의 대폿집 기행이 시작되었다. 오사카 사람들은 언제나 마신다고 한다. 술이 윤활유인 그들 안으로 저자는 스며들어 갔다. 오사카 곳곳을 여러 계절 누비고 다닌 저자의 노력이 책 속에 여실히 보인다. 각각의 음식점에는 별점이 있고 꼭 먹어야 할 안주와 술 가격까지 깨알 팁이 가득하다. 저자는 이 책이 알코올로 농축한 일종의 액체 책이라고 소개한다. 짜면 술이 흐를지도 모를 만큼 많이 마셨다는 얘기다. 그의 알코올 책을 열고 이야기속으로 들어가 본다.

 

인상 깊었던 곳

-에치겐-완벽한 구시카쓰를 위하여, 건배 *강력추천하는 집

구시카쓰는 뜨거운 라드(돼지 기름)나 참기름에 튀기는 것이 정석. 일반 식용유는 잘 쓰지 않는다. 고운 빵가루를 묻혀 튀기는 것이 정석이라 입에 닿는 촉감도 특이하다. 뭐든 튀긴다. 그게 구시카쓰의 비밀. ‘진짜 구시카쓰를 맛보려면 여기!’, 추천 메뉴는 모든 구시카쓰, 특히 채소류

 

-와스레나 구사-이보다 완벽할 순 없는, 최고의 다치노미야

두 젊은 점주의 완벽한 호흡, 요리 쇼를 볼 수 있다. “이 집은 화가 나고 우울할 때 옵니다. 그럼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항상 뭔가 색다른 안주가 있을 거라는 기대를 기대를 하고 옵니다. 분명히 충족시켜 줍니다.” ‘안 가면 손해, 그들은 매일 밤 공짜 디너 쇼를 연다’, 추천 메뉴는 모든 안주.

 

-상하이엔-엄청난 솜씨, 단연 최고의 중국 식당

어쩌다 찾은 보물같은 집. 세 번을 갔는데 모두 만족한 집. 그저 가보시길 추천. ‘오사카 최고의 해산물 중심 중국 식당’, 추천 메뉴는 그날의 해물 요리

 

-다코우메-Since 1844,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오뎅집

서서먹는 집이며, 개성이 풍부하고 깊이 있는 음식을 낸다. 여러 지방의 술을 갖추고 있다. ‘오뎅 맛이 이런 것이었소’, 추천 메뉴는 오뎅, 제철 생선 요리

 

-안케라소-가장 힙한 내장구이 스탠딩 바, 이건 뭐지?

전통적인 야키니쿠를 스탠딩 철판구이로 맛볼 수 있는 곳. 내장을 파는 집 중에서 분위기는 가장 힙하다. ‘또 가고 싶을 것이다, 반드시’, 추천 메뉴는 호르몬구이, 잡채

 

일본어를 1도 못해도 당당하게 술 먹는 법, 술 고르는 법, 메뉴를 고르는 법 등을 실어 실행해 볼 수 있도록 다양하고 자세히 설명해 두어 당장 오사카로 달려가고 싶게 한다. 특히 책에 소개된 그들의 술에 대한 열정(?)에 나도 모르게 취기가 오르는 듯하다. 지친 샐러리맨들, 혹은 육체 노동자들의 힘든 하루를 한 잔 술로, 맛있는 안주 한 접시로 씻어 버리고 다음날을 기약하는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음을 본다. 마주한 사람과의 한잔이 우리를 또 일으킬테니.

 

어수선하고 시끄러운 속에서 따로 또 같이 한 잔의 술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자욱한 연기 속으로 책을 통해 여행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저자는 직접 먹어보고 진짜 맛집을 엄선하고 그 집에 얽힌 이야기들까지 소개하고, 사진과 함께 한 권의 책을 다 읽었을 때 같이 그 길을 걸어온 듯 착각이 든다. 생생한 사진으로 음식을 보는 건 역시 괴로웠지만 말이다. <오사카는 기꺼이 서서 마신다>로 오사카 술집 미식 여행을 대신해보며 꼭 가보고 싶은 집을 메모한다. 고독한 대식가 박찬일의 추천을 믿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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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싱 - 백인 행세하기
넬라 라슨 지음, 서숙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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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싱은 정말 알 수 없다니까. 우리는 패싱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결국 용서하잖아요. 경멸하면서 동시에 감탄하고요. 묘한 혐오감을 느끼면서 패싱을 피하지만 그걸 보호하기도 하죠.” (p.110)

 

백인과 비슷한 외모와 피부색을 가진 흑인이 백인 행세를 하는 정체성의 탈바꿈에 관한 이 소설은 1920년대의 미국의 경제 호황과 소비 만능주의 속에서 기존의 가치와 규범에 대한 불신과 환멸이 만연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했다. 흑인-백인 예술가들과 지식인들의 교류가 빈번해서 인종 관계의 개선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고 한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백인인 고모들에게 자란 아름 다운 소녀 클레어. 백인 행세를 하면서 백인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항상 불안하고 외롭다. 흑인 의사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중산층 가정의 삶을 살고 있는 아이린도 하얀 피부로 필요에 의할 때는 패싱을 하면서 살아간다. 어릴 적 헤어졌던 그녀들의 우연한 만남으로 아이린의 인생에 클레어가 깊숙이 들어오게 되는데.

 

독서모임 300의 두 번째 책

-나에게도 패싱하고 싶은 것이 있는가

-아이린 가족의 교육관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자살인가 타살인가

 

등의 질문으로 풍요로운 토론이 오고 갔다. 우리는 과연 패싱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패싱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또한 경멸하면서도 감탄하는 패싱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보며 우리도 지금 그것을 하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지금 어떤 행세를 하고 있는 걸까. 그걸 요구하는 것은 사회일까 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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