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가면을 벗는다면 - 자폐인 심리학자가 탐구한,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법
데번 프라이스 지음, 신소희 옮김 / 디플롯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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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정상인과 비정상인이라고 구분 짓는 사회 속에서 자폐인인 자신을 드러내며 연구함으로써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꾼다.

그러기 위해 자폐인이 무엇인지 당사자들의 여러 경험을 공유하고 자폐를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야 함을 말한다.

 

생각하지 못했던 사회적 차별들이 수면 위로 점점 올라오고 우리는 그것을 인식하게 된다. 책을 통해 만난 신경 다양인들의 모습을 읽으며 나 또한 어느 정도 자폐 성향이 있음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렇다.

우리는 누구나 자폐 성향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드러냄으로써 받는 차별과 차가운 시선을 두려워해서 가면을 쓴다.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로 글로 쓰면서 나 역시 차별적 시선을 가지고 있음에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저자는 가면을 벗고 당당하게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삶에서 경이로웠던 순간들 다섯 가지 적어보고,

이 각각의 이야기에 적힌 핵심 단어를 찾아봄으로써

자신만의 결정적 기억과 이 단어들이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또한, 현재의 삶과 앞으로 살아가고 싶은 삶을 대조해볼 수 있어 가면을 벗어 던지는데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누구나 가면을 벗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 되는 사회를 이 책이 앞당겨주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 사회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길에 마중물이 되는 책 <모두가 가면을 벗는 다면>이다.

 

-차이에 너그러워진 세상은 우리 모두에게 더욱 안전하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우리가 지금껏 받아온 삶의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 자신으로 당당하게 존재하기를 선택함으로써 바로 오늘부터 그런 세상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가면을 벗는다는 것은 침묵하기를 거부하고, 분리되고 은폐되기를 거절하며, 온전한 우리 자신으로서 다른 장애인 및 소외 집단과 굳건하게 연대하겠다는 의미다. 우리는 자기 정체성 의식과 아무것도 숨길 필요 없다는 인식을 통해 확고하고 급진적인 수용으로 무장할 때 비로소 강인하고 자유롭게 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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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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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여름이나 늦은 가을 혹은 초겨울이 되면 우리 가족은 강원도 양양의 바다에 간다.

그곳은 바닷가에 몽돌이 있어 파도가 치면 돌이 굴러가는 소리가 귀를 때린다.

가만히 앉아서 듣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와 돌들이 내는 소리에 어느새 젖어 든다.

엉덩이 깔개는 필수.

돌이라서 아프다.

자체 쿠션이 많으면 괜찮을 듯.

 

처음 그곳을 찾은 날은 밤이었고 비가 많이 왔다.

차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며 음악을 틀어 놓고 라면을 먹고 한참을 이야기하다 돌아왔다.

계획 없이 떠나서 바다만 보고 왔는데도 오랫동안 그곳이 기억이 났다.

 

그날 이후 그곳은 우리의 바닷가가 되었다.

이제는 그곳에 가면 서로 뿔뿔이 흩어져 자신만의 시간을 갖다가 다시 만나서 돌아온다.

바다를 보며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도 하고 바닷가를 걷기도 하면서 답답하고 힘들었던 것들을 바다에 털어두고 온다.

작년 11월에 다녀오고 올해는 아직 못 갔는데 책 속에 <바닷가에 대하여>를 읽으니 떠올랐다.

나만의 바닷가 정암 해변.

돌멩이와 파도가 내는 소리를 또 들으러 가야겠다.

그곳에서는 엉엉 울어도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크게 웃어도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서로 말없이 바라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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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그 자체의 감각 - 의식의 본질에 관한 과학철학적 탐구 Philos 시리즈 26
크리스토프 코흐 지음, 박제윤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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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식에 관해 논의되는 가장 유력한 이론 중 하나인 통합정보이론에 관한 과학적이며 철학적인 이론서이다. 저자는 통합정보이론을 통해 어떤 경험적 증거로부터, 의식에 대한 어떤 속성들로 지지 될 수 있는지를 논증적으로 펼친다. 통합정보이론을 신경과학에 근거한 과학적 이론인 동시에, 하나의 철학 이론으로 보여주려 함으로서 이 책은 의식 이론에 대한 철학서라고 할 수 있다.

 

의식의 본질에 관한 과학철학적 탐구를 다룬 이 책에서 저자는 의식은 경험이다라고 정의한다. 의식이란, 가장 평범한 것에서 가장 고귀한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험이다. 이에 따라 여러 철학자들의 추론하고 논증한 것을 예를 든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나는 오해하더라도, 나는 존재한다.” 등이다. 또한, 의식적 경험은 다섯 가지 속성을 지니고 있는데 경험이 각각이 그 자체로 존재하고, 구조화되어 있으며, 정보적이며, 통합적이고, 제한적이라고 한다. 이것이 모든 의식적 경험의 다섯가지 본질적 특징이다.

 

의식이란 무엇인가? 로부터 의식과 뇌, 의식을 측정하는 도구, 의식이 기능을 갖는지, AI가 경험을 가질 수 없는 이유, 의식 가진 것을 무엇인지에 대해 추론하고 밝혀냄으로 통합정보이론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그중 인상 깊었던 부분은 AI가 경험을 갖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부분이었다. 곧 다가올 미래에 AI가 의식을 가지고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는 SF를 많이 봐서 더 두렵게 느꼈을까. ‘뇌가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영혼 같은 물질에 의해서라기보다, 뇌 자체의 인과적 힘에 의해서다. 그러한 인과적 힘을 복제하면, 의식이 뒤따라 나온다. (p.293)’ 의식은 계산이 아니므로 결코 시뮬레이션 될 수 없고, ‘뇌의 경험은 환원불가능한 완전체를 구성하는 뇌 자체의 인과적 힘에 의한 것임을 주장한다. 또한, 이런 의식을 가진 존재는 인간에 국한되는 것인지도 밝혀낸다.

 

과학 분야의 책을 만나 다소 어려웠으나 흥미로운 주제였다. 인간이 망가트리고 있는 것들이 만연한 지금, 인간 중심의 사고를 벗어나야 한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런 중에 과학적인 접근으로도 모든 생명체는 존재로서 소중하다는 것을 말하는 저자의 주장에 관심이 갔다. 의식의 문제를 다룬 흥미롭고 놀라운 시간을 선사한 책 <생명 그 자체의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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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
강재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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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나무를 친구삼아 자주 찾아가서 사진을 찍고 말을 건다.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나무는 거짓이 없고 그 자리에 서서 자신을 묵묵히 반겨준다고 한다. 그런 나무들과 교감하며 위로받은 이야기들을 사진과 함께 담담한 글로 표현했다.

 

좋은 사진을 위해 눈으로 보기에 앞서 마음으로 보기를 반복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눈앞의 사물에 얽매이지 않고 그 사물의 본연의 모습을 향한 깊이 있는 사색을 함으로써 그것이 곧 명상으로, 명상은 치유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사진을 통해 저자의 삶에 대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바라보는 사물이 무엇이든 그것이 어떤 것이든 본질을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가만히 조용히 멈춰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경쟁적이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장면을 보는 정적인 활동이라고만 생각했던 사진은 내게 어려운 예술이라고 느껴졌었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사진은 우리의 삶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지켜보고,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사진에 담아 바라보는 그것이 삶이고 사랑이니 말이다.

 

저자는 친구 나무를 정해서 자주 들여다보고 인사하는 것을 추천했는데 꼭 해보고 싶어졌다. 느리지만 변화가 있음을 느끼고 그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때, 친구에게 격려의 말을 함으로써 위안이 될 것이라 한다. 내일 집 주변 탐색해 반려목이자 치유목을 찾아보리!

 

여름의 푸르른 나무의 사진, 눈이 오는 곳에 홀로 서 있는 나무의 사진, 강가의 나무 한 그루 등 그의 사진은 마치 말을 거는 것 같아서 다 읽은 책을 덮지 못하고 또다시 펼치게 된다. 마음이 평안해지는 글과 사진으로 나를 위로하는 시간이었다.

 

저자의 책 중 100여곳의 분교와 그곳의 아이들을 사진으로 기록한 책 <분교>를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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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논객 - 우리 사회를 읽는 건축가의 시선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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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도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도시와 건축을 통해 한국 사회의 변화된 모습을 조명한다. 토기로 읽는 도시, 정치로 읽는 도시, 역사로 읽는 도시, 선거로 읽는 도시, 건축으로 읽는 권력, 건축으로 읽는 사회, 공간으로 읽는 일상, 주거로 읽는 사회, 시대로 읽는 건축가, 책으로 읽는 건축으로 10개의 챕터에 빼곡히 담긴 도시에 대한 저자의 시선을 따라서 흥미로운 도시 여행을 떠나본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도시에서 자랐으나 도시를 객관적으로 바라본 적이 있던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도시는 어떤 도시인지, 살기 좋은 도시는 어떤 도시이고, 누구를 위한 도시 설계이며 과연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이 책을 보고 깊이 생각하게 한다.

 

현 정권에서 재건축규제가 풀렸다고 뉴스에서 들었다. 내가 사는 지역도 대단위 아파트들이 조성된 지 30년이 넘어서 여기저기 재건축 현수막을 걸고 재건축을 하고 싶어 몸살이 난 모습이다. 인구는 점점 줄어드는 데 용적률을 높여서 아파트를 재건축하면 누가 들어가서 살까 궁금해진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자기 부담금이 5억이라는 재건축단지가 오늘 아침 뉴스로 나왔는데 과연 누가 그 돈을 내고 들어가 살지도.

 

개발과 발전을 말하는 지금, 우리는 아파트가 가득한 역세권에 살면서 답답한 마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보러 혹은 숲을 찾아 떠난다. 내 주변에 녹지가 있고 걷기 좋고 공기가 좋은 곳이면 답답할 일이 덜 하지 않을까. 집값과 힐링 사이에 나는 어디에 있을까.

 

도시 안에 보이는 다양한 건축물들을 바라보는 시각도 재미있고, 미래 세대를 위해 도시의 남겨진 빈 공간이 있어야 함에 공감이 갔다.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선 도시에서 지금도 답답함이 느껴진다. 날카롭지만 위트 있는 글로 도시를 비틀어보고 뒤집어 보는 흥미로운 책 <도시논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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