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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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여름이나 늦은 가을 혹은 초겨울이 되면 우리 가족은 강원도 양양의 바다에 간다.

그곳은 바닷가에 몽돌이 있어 파도가 치면 돌이 굴러가는 소리가 귀를 때린다.

가만히 앉아서 듣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와 돌들이 내는 소리에 어느새 젖어 든다.

엉덩이 깔개는 필수.

돌이라서 아프다.

자체 쿠션이 많으면 괜찮을 듯.

 

처음 그곳을 찾은 날은 밤이었고 비가 많이 왔다.

차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며 음악을 틀어 놓고 라면을 먹고 한참을 이야기하다 돌아왔다.

계획 없이 떠나서 바다만 보고 왔는데도 오랫동안 그곳이 기억이 났다.

 

그날 이후 그곳은 우리의 바닷가가 되었다.

이제는 그곳에 가면 서로 뿔뿔이 흩어져 자신만의 시간을 갖다가 다시 만나서 돌아온다.

바다를 보며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도 하고 바닷가를 걷기도 하면서 답답하고 힘들었던 것들을 바다에 털어두고 온다.

작년 11월에 다녀오고 올해는 아직 못 갔는데 책 속에 <바닷가에 대하여>를 읽으니 떠올랐다.

나만의 바닷가 정암 해변.

돌멩이와 파도가 내는 소리를 또 들으러 가야겠다.

그곳에서는 엉엉 울어도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크게 웃어도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서로 말없이 바라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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