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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킹 라오
바우히니 바라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5월
평점 :
미래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은 참 많다. AI, IT 관련 소재의 미래 이야기도 제법 많고, 꽤 읽은 편이다. 이 소설들 속 미래 배경은 공통적으로 모두 암울하기만 하다. 대체류 소설 속 체제를 반대하는 무리들이 존재한다면, 그들이 거대 기업 혹은 자본 혹은 시스템과 싸우는 것도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책도 그랬다. 기본적인 틀은 국가의 기능을 기업이 대신하고 있고, 그 시스템을 반대하는 무리가 시스템 밖에서 살아가며 이들과 부딪히게 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반대하는 무리에 그 시스템을 만든 자의 딸이 있다. 막대한 부와 권력을 손에 쥘 수 있음에도 그의 딸은 왜 그 모든건 뒤로 한채 반대하는 무리에 섞여 있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시스템에 있었다.

그런데 읽는 동안 인도의 신분 제도와 문화와 관련된 이야기가 좀 많고 연관되어 있다보니 초반에는 이해하기가 힘들고 어려웠다. 인도의 신분 제도는 이미 법적으로 폐지를 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도 지금까지 읽은 책이나 인터넷, TV를 통해 신분 제도가 생각보다 복잡하고 엄격한 규율과 체계로 이어지고 있음을 안다. 크게 관심있게 보진 않았어서 대강만 알 뿐이라 신분 제도나 문화를 알아야 공감하거나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등장하면 당황스럽기도 했다. 또 왜 이렇게까지 라오 집안의 이야기를 담으낸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마 소설이란걸 모르고 읽었다면 라오라는 집안의 역사를 알려주기 위한 책인가 싶었을 거였다. 그런데 소설을 다 읽고나면 알게 된다. 왜 라오 집안의 시작부터 이야기를 했는지. 모두가 우러러 보던 인물도 나락으로 떨어지는건 한 순간이었다.

라오 본인과 그의 딸 아테나의 시선으로 오고가며 진행되는 이야기는 흥미로웠으나 무섭기도 했다.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곧 다가올 미래 같은 느낌이라서다. IT 강국이라는 우리의 현재는 참 좋지만, 이로인해 모든 것들이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도 하다. 많은 IT 전문가들이 경고하듯, AI 역시 무섭도록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니 이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우리의 미래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환경과 현대 사회에 만연한 문제점들을 콕콕 집어 경고를 날려준 이 소설, 마냥 소설 속 이야기로 여길 수 없는건 현실적인 부분들과 맞닿은 부분들이 꽤나 보여서일거다. 읽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으나 읽어볼만 했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