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눈의 여자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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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매 : 어린아이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두어 죽지 않을 만큼만 음식을 준다. 오랜 시간 갇힌 아이는 음식에 강한 집착을 하게 되는데 아이의 집념이 손가락 끝에 모이게 되었을 때 그 손가락을 잘라 신체(神體)로 삼으면 무당의 신력이 영험해진다고 하여 행해지는 최악의 주술. - 다음 웹툰 바리공주 中


새타니 : 어린아이가 죽어서 된 귀신 혹은 그러한 귀신이 몸에 실린 무당.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보통 굶어 죽거나 천연두에 걸려 죽은 아이의 혼령 혹은 그 혼령이 몸에 붙은 무당으로 알려져 있다. 태주는 남녀 어린아이 모두의 혼령과 관련되기도 하지만 좁혀서 남자 어린아이에 한정하여 일컫기도 한다. 반면에 여자 어린아이의 혼령이나 그 혼령이 몸에 실린 무당을 '명도(明圖)' 혹은 '명두(明斗)'라 일컫는다. 근래에 들어와서는 태주보다 도령, 동자, 애기동자, 산신동자, 선동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 다음 웹툰 바리공주 참고


김동리의 [을화]라는 소설 봤어요? 거기 보면 신기가 떨어진 태주할미가 어린아이를 납치해서 독 속에 가두고 공진으로 만드는 내용이 나와요. 가둔 아이에게 첫째날에는 빨간 물을 한 종지 먹이고, 둘째 날에는 파랑 물한 종지, 셋째 날에는 노랑 물 한 종지, 넷째 날에는 검정물 한 종지를 먹여요. 넷째 날 아이가 숨을 거두자 할미는 가위로 아이의 손가락을 자르고 말하죠. '아가, 아가, 날 따라가자.' 손가락을 검정 비단에 싸서 간직하고 시체는 뒤꼍에 묻죠. 그렇게 해서 할미는 아이의 혼백, 공진을 취한 거예요. 무녀로서 그녀의 영험함은 아이의 혼을 취하기 전보다 월등히 나아지게 되고요.  - P. 300


"남자 성인이잖아? 당신 말대로라면 죽은 여자아이가 대상이라면서?"

"공진, 태주, 명도라는 말의 공식적인 풀이가 그렇단 말이예요. 실제는 이론보다 더 광범위해요. 내 어머니가 치성을 불어넣으면 남자 아이도 다 큰 성인도 한 무녀의 위대한 몸주가 되는 데 부족함이 없어요. 단, 그 대상은 선택받은 자여야 하죠."  - P. 301


솔직히 사주풀이, 점, 신.. 이런거 잘 믿지 않는다. 그래서 종교도 없다. 나 자신도 믿기 힘든 세상에 다른 존재가 알려주는 미래 혹은 현실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귀가 솔깃해서 궁금하다. 그래서 쉽게 접근이 가능한 인터넷이나 앱을 통해 무료 사주풀이라던지 점을 보기도 한다. 보통 막연한 말들이 대부분이라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곤 하지만, 재미는 있다. 다만, 안 좋은 말이 있으면 그건 또 은근히 신경이 쓰이고는 한다. 좋은게 좋다고 그래서 안좋다는건 되도록 피하게 된다. 그렇다고 완전히 안 믿을 수 없다는건 알고 있다. 세상에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많지 않은가.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의 무속신앙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도 많고, 잘 몰라서 무섭다 여겨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신비롭기까지 해서 이야기 소재로 꽤 등장하는 것 같다.


얼마 전 보기 시작한 웹툰 <바리공주>도 무속신앙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그런데 보다가 중단을 하고 말았다. '새타니' 이야기를 도저히 볼 자신이 없어서다. 봐야지 하면서도 도대체 클릭을 할 수가 없다. 나는 이 웹툰 때문에 '새타니'의 존재를 처음 알았다. 실제로 옛 무당들이 행했던 주술이란다. 이런 말도 안되는, 끔찍한 주술이라니. 왜 이렇게까지 한단 말인가. 뜬금없이 '새타니'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바로 '새타니'가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웹툰과는 달리 책속에선 조금 다르게 풀이가 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결론적으로 무당이 혼을 취한다는 건 같았다. 무녀로서의 영험함을 높이기 위해 남의 목숨을 해친다니. 솔직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게 힘겹고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피해자는 무당의 신기를 높여주는 몸주가 아니라 악귀가 되어 무당의 신기를 더 방해해야 하는게 맞는거 아닌가? 도대체 이해불가다.


한 사람의 목숨을 취해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려는 일당들의 욕망을 보면서 그저 기가차고 어이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받아들이는 감정이 모두 다르므로, 그들의 소원이 절박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절박하다면 그만큼 스스로 노력을 하던가,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지. 사람의 목숨으로 자신의 소원을 이루려 한다는게 말이 되는가. 결국 그 화살은 돌고 돌아 스스로에게 돌아올거라는 걸 왜 생각하지 못할까. 아무리 쉽게 얻어지는게 없는 세상이라지만, 타인의 생명을 담보로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행위는 없어야 함이다. 이번 작품은 제목부터 독특해서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읽기 시작하니 역시, 가독성이 엄청나다. 후루룩 읽힌다. 하지만 첫 작품 <살 : 피할 수 없는 상갓집의 저주>를 너무 인상깊게 읽었었던건지 그만큼의 충격과 독특함은 느끼지 못했다. 그게 조금 아쉬웠다. 아직 만나지 못한 두번째 작품도 곧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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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샐러드
김현경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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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드를 참 좋아하지만 생각보다 집에서

만들어 먹지 못해 자주 먹지 못한다.

샐러드 재료들을 구입하다보면 꽤 많은 양이 되고

혼자 먹기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몇번 먹는다고 해도 시간이 걸리니

재료가 시들고 상할 수 있어서

결국 반은 버리게 되는 일이 다반사다.

다양하게 소스나 재료를 바꿔서 먹고 싶어도

레시피를 잘 모르기도 하고.

이래저래 샐러드를 집에서 먹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그러다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레시피를 알면 재료들을 좀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요즘은 정말 드레싱의 종류가 참 많다.

그냥 부어서 먹을 수 있는 시판 드레싱 소스가

잘 나오다보니 샐러드 만드는게 참 간편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먹던 소스만 먹게 된다.

그렇게 다양한 소스가 있음에도 말이다.

맛을 잘 모르니 선뜻 다른 소스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잘못 선택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더 그렇다.



이런 찰떡궁합 정보라니!!

딱 내게 필요했던 정보다.



드레싱 만드는 방법이 참 간단하다.

재료를 그냥 섞기만 하면 되니..

드레싱이 이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거였나?!

그동안은 만들 생각을 못하고

시판 드레싱만 생각했었는데.

한번 만들어봐야겠다.

그런데 만들자니 들어가는 재료가 제법 다양하다.

보관기간도 생각해야 하니.. 되도록 빨리 쉽게

자주 먹어 재료를 소진할 수 있는 드레싱이어야 할 것 같다.



샐러드에 들어가 맛을 좀더 풍부하고

보기 좋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걸

가니시라고 하는구나.. 처음 알았다.

가니시 만드는 방법도 어렵지 않았다.



샐러드용 채소는 정말 보관이 쉽지 않다.

전에 신랑이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서

샐러드를 위주로 끼니를 먹은 적이 있었다.

드레싱을 너무 많이 부어먹어서

결국 다이어트는 실패했지만. 암튼!!
그때 채소 보관이 얼마나 어려운지 체험했다.

버려지는 채소가 절반은 되었으니 말이다.

한번 사면 몇일을 2~3번을 같은 채소,

같은 소스로만 먹어야 했으니 맛도 떨어지고.

채소를 필요한 만큼만 살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지금도 이유식을 만들다보니 이유식 재료가

많이 남아 버려지는 일이 꽤 있다.

다른 반찬으로 해먹기도 하지만

그때그때 사서 해야하는 이유식의 재료들을

매번 소화하기가 참 애매하다.



역시 가장 눈이 오래 머무는 레시피는

과일 샐러드다. 제철과일만큼 맛난게 또 있을까!

근데 신기한건 확실히 출산 전후 입맛이 변했다는 거다.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 딸기와 사과였는데,

두번의 출산을 겪고나니.. 지금은 모르겠다.

뭐 곧 입맛이 돌아오거나 다른 최애 과일이 나타나겠지!!

어쨌든, 저 바나나요거트드레싱 맛날 것 같다!!



아스파라거스도 좋아하는 채소라 눈에 확 띈 레시피!

잘 먹지 않는 토마토지만 건강에는 좋다는 토마토와

곁들인 레시피라 정말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샐러드일 것 같다.


진짜 다양한, 최신 샐러드 레시피들을 만날 수 있었던 책이다.

샐러드를 좋아한다면 당연 선택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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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역사 아틀라스 - 지도를 보면서 알아보는 15가지 생생한 세계의 역사와 문화 세계 아틀라스
티아고 드 모라에스 지음, 김완균 옮김, 왕홍식 외 감수 / 사파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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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kindlyhj/221323508386 ☞ 세계 신화 아틀라스

이 책이 시리즈로 나올 줄이야!!
정말 너무 반가워서 바로 만나봤다.
<세계 신화 아틀라스>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지금도 종종 한번씩 펼쳐보며 보는터라

이번에 출간된 <세계 역사 아틀라스>도 너무 기대되었다.



도착한 책. 역시 책 크기가.. 어마어마!!
아이들 책이지만, 내가 더 관심이 가는 시리즈다.

역사 이야기를 어떻게 그려놓았을까?



책의 구성은 <세계 신화 아틀라스>와 같았다.
이야기에 앞서 소개할 역사에 대해 간략하게 먼저 얘기를 해준다.



그리고나면 내가 기대하던 페이지가 등장한다.
나는 역사를 이 두 페이지 속에 어떻게 그려놓았을지
너무 궁금했었다. 그런데.. 와, 역시!!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특징에 짧지만 눈에 쏙 들어오는
설명까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재미있다.



그림에 붙어있는 숫자를 찾아 설명을 읽어보면
아하! 하게 된다. 찾아서 읽는 재미가 솔솔!
이번에도 정말 푹 빠져서 읽어나갔다.
그림 살펴보는 재미도 뺄 수 없는 이 책의 매력이다.



마지막으로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가 된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본래 역사와 옛 이야기를

좋아했던터라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세계 역사를 이렇게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이 또 있을까?
흥미와 재미를 놓치지 않고,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도
폭 빠지게 볼 수 있게 만들어진 책으로 말이다.
독특한 구성이라 더 흥미진진한 아틀라스 시리즈.
다음 시리즈가 출간될 예정이라면
어떤 이야기로 출간이 될지 궁금하다.
계속 또 다른 이야기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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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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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녀의 전작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기에 이번 작품 역시 기대되고 궁금했다. 이번 작품은 아예 대놓고 살인범의 정체를 처음부터 밝히고 시작한다. 새로 이사를 한 곳의 옆집에 초대를 받은 주인공 '헨'이 집구경을 하다가 '펜싱 트로피'를 발견했고, 그로 인해 그집 남자가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펜싱 트로피' 하나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느냐 하겠지만, 하필이면 헨이 펜싱 트로피의 진짜 주인의 사건에 집착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던 것이다. 자, 그렇다면 여기서 또 그녀는 왜 그 사건에 집착을 했느냐가 의문일 것이다. 사실 그녀도 정상이 아니다. 과대망상에 조울증, 조증을 오고가며 망상에 사로잡힌 과도한 집착 때문에 대학생 때 사건이 터진적이 있었다. 입원 치료를 통해 나아지는가 싶었으나 남편 로이드를 만나 결혼을 한 후, 동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다시 집착하게 되었고 그 사건이 바로 펜싱 트로피 사건이었던 것이다. 여러가지 우연이 겹쳐 결국 헨은 그때 그 사건의 살인범을 눈앞에 두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기막힌 상황인가.



하지만, 더 기가막힌 것은 경찰에서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드디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제보를 경찰에선 왜 믿지 않았을까? 당연히 그녀의 과거 병력과 사건 때문이다. 아마 경찰에선 '이 여자가 또 다시 망상에 사로잡혀 엄한 사람을 잡는구나' 했을거다.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 상황에 혼자 살인범의 정체를 알게 되었는데 그 살인범이 자신의 정체를 그녀가 눈치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도대체 이 일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 걸까. 안그래도 어이없는 상황인데, 더 일을 딱 벌어지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살인범이 그녀를 찾아와 자신의 범죄를 시인한 것이다. 자신의 범행을 이실직고 하는 살인범이라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이 상황. 헨의 입장에서는 가슴을 칠 일이었다. 살인범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으나 스스로 정의한 정의를 실현한 일을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고, 그 이야기를 듣는 헨은 모든 것을 알면서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으니 이런 이상한 관계가 또 어디 있을까.


이렇게 두 사람이 심리 게임을 하는 사이, 밖에선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진다. 이게 또 반전이라면 반전. 여기에 마지막에 또 한번의 진짜 반전을 선사한다. 역시 이번 이야기에서도 느꼈지만, 많은 범죄자들의 성장 배경에는 언제나 좋지 못한 가정사가 있다. 폭력적인 아버지와 그 폭력에 노출되어 힘없이 당하기만 하는 어머니. 알코올 중독, 외도.. 이런 환경에서 자라면서 비뚤어진 시각을 갖게 되고, 그것이 결국 범죄로 이어지고 만다. 살인범 또한 마찬가지였다. 잘못된 부모를 보고 자라서인지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살인을 저지른다. 살인대상은 남자로 그 남자는 여성을 향해 잘못을 저지른 나쁜 인간이어야 한다. 물론, 아무리 나쁜 남자라 하더라도 살인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살인범은 그냥 살인범일 뿐이다. 내 남편이, 옆집 남자가 살인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어마무시할 그 충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생각만해도 소름 끼치는 설정이다. 흥미롭게 읽기는 했으나, 전작에 비해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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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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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난해지면 필연적으로 더 고독해지는가? 빈궁해진 자에게는 가족조차 연락을 끊나보다. 옆집에서 풍기는 이상한 냄새를 의아하게 여긴 이웃의 신고로 주검은 뒤늦게 발견되고 경찰은 그제야 사망의 원인을 규명하고 유족을 찾아 나선다. 혼자 죽은 채 방치되는 사건이 늘어나 일찍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고독사 선진국 일본. 그 나라의 행정가들은 '고독'이라는 감정 판단이 들어간 어휘인 '고독사' 대신 '고립사'라는 표현을 공식 용어로 쓴다. 죽은 이가 처한 '고립'이라는 사회적 상황에 더 주목한 것이다. 고독사를 고립사로 바꿔 부른다고 해서 죽은 이의 고독이 솜털만큼이라도 덜해지진 않는다. 냉정히 말해서, 죽은 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자 편에서 마음의 무게와 부담감을 덜어보자는 시도이다. 나 같은 일을 하면서 유족이 시신 수습을 거부하는 상황을 보는 일은 별스럽지 않다. 진작 인연이 끊긴 가족과 생면부지의 먼 친척이 느닷없는 부음을 듣고는 "네, 제가 장례를 치르고 집을 정리하는 데 드는 모든 비용을 책임지겠습니다" 하고 선뜻 나서는 경우는 좀처럼 없다. '혹시 빚을 떠안지 않을까' 하며 빛의 속도로 재산 포기 각서를 쓴다.  - P. 42~43


남은 음식을 치우는 일은 가볍고 쉬운 것, 죽은 사람이 남긴 육체 조각과 혈흔을 없애고 냄새나는 살림을 치우는 일은 무겁고 엄숙한 것이라고 누가 선을 그을 수 있는가. 특수청소를 하는 것은 남다른 일, 특별하고 어려운 행위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일상적이지 않은 상황에 대한 처치일 뿐 그일 자체가 특별하지 않다. 누구라도 해야 할 일을 누군가가 대신하는 것뿐. 그래서 세무서가 발행한 사업자등록증엔 이 사업의 업태를 '서비스'라고 표기한다.  - P. 134


'특수'라는 수식어를 앞세우지만, 여전히 우리 업종은 사람들 앞에서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유령작업 같다. 이런 직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가 많다. 특수청소업은 우리나라 세법에서 '사업 종목'으로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일반청소업'의 거대한 카테고리에 종속된 채 숨어 있다.  - P. 135


죽은 자의 집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직업이라지만 자살에 쓰인 도구를 발견할 때면 고요했던 내 마음에 한순간 파도가 일렁인다. 또 그것이 죽은 이의 직업과 연관된 것이라는 점을 깨달으면 심란해지고, 양가적인 감정이 동시에 밀려온다. 그런 자살 도구는 죽은 이가 맞닥뜨려온 하루하루의 일상과 생계를 밝히는 수단인 동시에, 죽음에 이른 과정을 드러내는 직접적인 증거이기 때문이다.  - P. 236



반드시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지만, 어떤 이도 쉬이 그 누군가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 일이 바로 '특수청소'가 아닐까?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고, 산더미 같은 쓰레기가 쌓여있는 집을 청소하는 일. 나로서는 생각도 못할 일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이리저리 요동을 치는 것 같았다. 고독사, 자살, 살인사건.. 뉴스로 접하는 것은 일부에 불과할거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가 전하는 이야기를 보면 생각보다 더 많은 일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걱정인건 이러한 일들이 앞으로 더 많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고독사가 사회적 문제가 된지 오래인 일본처럼 우리나라 역시 갈수록 고독사가 늘어나고 있고, 너무 많은 스트레스와 억압되어 있는 감정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삶의 끈을 놓아버리는 이들 또한 늘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이외에도 결코 줄어들지 않는 돈, 치정 등의 문제에 의한 살인사건들.. 이렇게 놓고보면 그의 일이 줄어들수록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이 조금은 나아지고 있는거라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고로 그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의 일이 줄어들고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저런 정말 특수한 현장의 청소 외에 그의 '특수청소'에는 쓰레기집 청소도 포함되어 있다. 어디선가 우연히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쓰레기집은 생각보다 많고 그런 쓰레기집 청소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있다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 쓰레기집의 주인은 예상외로 굉장히 멀쩡한 사람들이 많았다. 대기업을 다니거나 의료계 종사자이거나 일반 회사원이거나. 정말 그냥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 정작 집은 그렇게 해놓았다는 사실이 경악스러울 따름이었다. 물론 우울증 등의 정신적인 질병을 가진 사람들도 있기는 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 않겠나. 집은 그렇게 만들어놓고 외출할 때는 깔끔하고 멀쩡하게 나갔을거라 생각하면..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뭐 그런 사람들의 평상시의 모습을 알 수는 없지만. 암튼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가 청소했다는 한 고시원의 이야기는 충격 그 자체였다. 나도 모르게 상상을 해버려서 한동안 속이 좋지 않았을 정도다. 도대체 사람이 어떻게 살면 네 평 남짓한 공간을 그정도의 쓰레기와 오물로 가득 채워놓을 수 있을까? 특히 화장실은...


변기는 그냥 막힌 정도가 아니라 똥을 비롯한 오물로 정상까지 가득 차 있었다. 얼핏 본 영상, 그 두루뭉술한 피라미드 같은 형태로 짐작해보면 똥과 휴지로 이미 변기가 막힌 상태에서, 그 위에 싸고, 또 싸서 겨우 넘치지 않을 만큼 차오른 채로 굳어버린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버린 탓에 냄새가 정점을 찍고 반감기를 지나 오히려 미미해졌다는 점이다. 배관공의 조상을 초빙해도 이 심각한 변기 앞에서 고개를 가로젓고 뒷걸음질 칠 것 같다. 결국 이 사태를 해결할 자는 판도라의 상자를 처음 연, 무모한 짓을 저지른 사람이다.  - P. 218


그녀라 지칭을 했으니 이런 사태를 만든건 여자라는 얘기. 이것을 모조리 치워낸 그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속이 불편해지면서 의뢰인이라는 그 여자의 평소 모습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남자들에게 경고하고 싶을 지경이다. 이런 여자 만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오줌을 채운 패트병을 집안 가득 채운 이야기는 이 이야기에 비하면 가볍게 느껴지긴 했으나, 이 이야기 또한 황당할 따름이었다.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가려서 받을 수 있을까. 집주인으로서는 최악의 입주자고 골칫거리인 셈이다. 세상에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다지만, 왜 이런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는 걸까. 혹시 내 주변에도 이런 사람이 있는데 내가 모르는걸까? 아니겠지만, 생각만해도 소름이다. 이런 문제를 사회적인 문제로 다루어야 하는 때가 오게 될까? 어쨌든 고개가 절로 저어지는 일들이다. 이런 일을 해내는 그가 대단해 보일 뿐이다. 되도록 많은 이들이 읽어봤으면 싶은 책이다. 특수한 직업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어쩌면 우리가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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