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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0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녀의 전작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기에 이번 작품 역시 기대되고 궁금했다. 이번 작품은 아예 대놓고 살인범의 정체를 처음부터 밝히고 시작한다. 새로 이사를 한 곳의 옆집에 초대를 받은 주인공 '헨'이 집구경을 하다가 '펜싱 트로피'를 발견했고, 그로 인해 그집 남자가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펜싱 트로피' 하나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느냐 하겠지만, 하필이면 헨이 펜싱 트로피의 진짜 주인의 사건에 집착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던 것이다. 자, 그렇다면 여기서 또 그녀는 왜 그 사건에 집착을 했느냐가 의문일 것이다. 사실 그녀도 정상이 아니다. 과대망상에 조울증, 조증을 오고가며 망상에 사로잡힌 과도한 집착 때문에 대학생 때 사건이 터진적이 있었다. 입원 치료를 통해 나아지는가 싶었으나 남편 로이드를 만나 결혼을 한 후, 동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에 다시 집착하게 되었고 그 사건이 바로 펜싱 트로피 사건이었던 것이다. 여러가지 우연이 겹쳐 결국 헨은 그때 그 사건의 살인범을 눈앞에 두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기막힌 상황인가.

하지만, 더 기가막힌 것은 경찰에서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드디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제보를 경찰에선 왜 믿지 않았을까? 당연히 그녀의 과거 병력과 사건 때문이다. 아마 경찰에선 '이 여자가 또 다시 망상에 사로잡혀 엄한 사람을 잡는구나' 했을거다.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 상황에 혼자 살인범의 정체를 알게 되었는데 그 살인범이 자신의 정체를 그녀가 눈치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도대체 이 일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 걸까. 안그래도 어이없는 상황인데, 더 일을 딱 벌어지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살인범이 그녀를 찾아와 자신의 범죄를 시인한 것이다. 자신의 범행을 이실직고 하는 살인범이라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이 상황. 헨의 입장에서는 가슴을 칠 일이었다. 살인범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으나 스스로 정의한 정의를 실현한 일을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고, 그 이야기를 듣는 헨은 모든 것을 알면서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으니 이런 이상한 관계가 또 어디 있을까.
이렇게 두 사람이 심리 게임을 하는 사이, 밖에선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진다. 이게 또 반전이라면 반전. 여기에 마지막에 또 한번의 진짜 반전을 선사한다. 역시 이번 이야기에서도 느꼈지만, 많은 범죄자들의 성장 배경에는 언제나 좋지 못한 가정사가 있다. 폭력적인 아버지와 그 폭력에 노출되어 힘없이 당하기만 하는 어머니. 알코올 중독, 외도.. 이런 환경에서 자라면서 비뚤어진 시각을 갖게 되고, 그것이 결국 범죄로 이어지고 만다. 살인범 또한 마찬가지였다. 잘못된 부모를 보고 자라서인지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살인을 저지른다. 살인대상은 남자로 그 남자는 여성을 향해 잘못을 저지른 나쁜 인간이어야 한다. 물론, 아무리 나쁜 남자라 하더라도 살인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살인범은 그냥 살인범일 뿐이다. 내 남편이, 옆집 남자가 살인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어마무시할 그 충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생각만해도 소름 끼치는 설정이다. 흥미롭게 읽기는 했으나, 전작에 비해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