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든 타이베이 여행지도 - 수만 시간 노력해 지도의 형태로 만든 타이베이 여행 가이드북, 2024-2025 개정판 에이든 가이드북 & 여행지도
타블라라사 편집부.이정기 지음 / 타블라라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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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의 해외여행의 스타트를 끊은 올해를 기점으로

가능한한 매년 해외여행을 다녀올 생각이다.

아직은 신랑하고 상의도 되지 않은 나만의 생각이지만.

기회만 된다면 한달 혹은 두달살기도 꿈꾸는 중이다.

그래서인지 예전처럼 여행 가이드북에 관심이 많아졌다.

여러 여행지에 관한 정보를 보고 있으면

이미 그곳을 여행하는 기분이고,

여행계획을 세우는 느낌이라 즐겁다.

임신, 출산, 육아, 코로나 시기에는

열심히 읽어본다한들 갈 수 없는 상황이니

괜히 더 울적해지는 기분이라 아예 보질 않았더랬다.

아마 그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여행 가이드북을 보고 있으면

너무 즐겁고 신난다.

당장 가지 못하더라도 곧 갈 수 있을거라는

희망으로 읽으니 안 즐거울 수가 없다.



이번에 본 #에이든 #타이베이 #여행지도 #가이드북

주변 다녀온 지인들 #추천 #여행지 이기도 하고,

아이들과 한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라 열심히 봤다.



맵북, 체크 스티커, 여행노트, 지도 2장.

이렇게 가볍고 간단한 구성의 가이드북은 찾기 쉽지 않다.

지도만 가지고 무슨 가이드북이냐 할 수도 있으나,

실제로 한번 본다면 깜짝 놀랄거다.

정말 필요한 정보가 깨알같이 기재되어 있으니까!

지도의 재질 또한 남다르다.

여러번 접었다 펴도 끄떡없는 것은 물론,

방수 기능에 가볍기까지.

지도 한 장 가방에 쏙 넣어 여행가기 너무 좋다.



한 장의 지도는 타이베이 근교를,

또 다른 한 장은 타이베이 주요지역의

정보를 담고 있다.

한 눈에 내가 여행할 지역을 훑어보고

동선을 짜기에 지도만한게 없다.



주요 여행정보가 기입되어 있기 때문에

이 지도 한 장이 가이드북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매번 핸드폰으로 구글맵을 다운받아서

이동 거리를 체크하고 길을 찾았던터라

지도의 필요성을 너무 잘 알고 있는 나로선

에이든 여행지도 가이드북이 너무 반갑다.

이곳저곳 살펴보다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지도로 전체적인 동선을 파악할 수 있다면,

왼쪽의 책 형식의 맵북은 주요 부분만 딱 펼쳐 보기에 좋다.

또 여행 노트는 계획있는 여행이 가능하게 돕는다.

파워J 스타일인 나에겐 너무 유용해 보이는 노트다.

여행지도를 들고 노트 한가득 적힌 여행 계획을

하나하나 체크해가며 아이들과 여행을 하는

상상을 자꾸 해보게 된다.

상상이 곧 현실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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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요시노 마리코 지음, 박귀영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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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맡기고 돈을 받는다. 20살이 되기 전에 돈을 갚으면 다시 추억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추억은 영영 기억에서 사라져버린다." 이런 조건의 아이들만 이용 가능한 전당포가 존재한다면, 아이들 중 이용하지 않을 아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리고 추억을 찾으려는 아이는 또 얼마나 될까? 마법사의 말에 의하면 기껏해야 100명 중 한두명만 추억을 되찾으러 온다고 했다. 그럼 오래도록 찾지 않는 기억은 어떻게 될까? 찾아가지 않는 추억들은 마법사가 불가사리로 만들어 바다 속에 넣어둔다고 한다. 그럼 그 불가사리는 차차 작아져 결국엔 별모양의 모래가 된다고 했다. 혹시 우리가 밟는 바닷가 모래 중에 이렇게 추억이 작아져 만들어진 모래가 섞여 있는건 아닐까?

만일 정말 내 어린 시절, 저런 추억 전당포가 있었다면 분명히 안 좋은 추억과 기억하기 싫은 추억 모두 가져다 맡겼을 것 같다. 기억에서 사리져 버리면 그 감정을 다시 떠올릴 일은 없을테니 괜찮은 전당포 아닌가. 게다가 돈도 벌고! 다만.. 그 싫고 기억하기 싫은 추억으로 얻은 교훈 또한 얻지 못할거고 때문에 그 싫거나 기억하기 싫은 일이 반복될 수도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할 문제다. 물론 어린 나는 이런 부분까진 생각하지 않을테지만. 그저 용돈을 번다는 생각에 하루토처럼 단골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성인이 되기 전, 기억을 찾을까? 찾을만한 기억을 맡기게 될까?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지만 쉬이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은근 복잡한 문제구나 싶다.



어느 한 해안가 절벽. 그곳은 아이들의 아지트라 여겨져 어른들은 찾지 않는 곳이다. 때문에 마법사의 추억 전당포가 자리잡기에 매우 적합한 곳이었다. 물론 어른들이 해안가 절벽을 찾는다 한들, 추억 전당포가 보일리 없다. 마법사가 그렇게 정해두었으니까. 오늘은 형 야마토가 추억을 맡기고 게임기를 산 것을 알게된 하루토가 마법사를 찾아왔다. 한번 해보고 좋았는지 단골이 되어버린 하루토는 툭하면 자신을 혼내는 엄마와의 추억을 맡기고 돈을 받아갔다. 리카는 마법사를 인터뷰 하기 위해 추억전당포를 찾았다. 자신이 상상했던 마법사의 모습과 너무 다른 모습에 놀라긴 했지만, 인터뷰 이후 아이들이 추억을 맡기고 돈을 받아가는 것이 못마땅함에도 왠지 추억전당포가 마음에 든 리카는 추억을 맡기지 않으면서도 추억전당포를 빈번하게 드나들게 되었다.

유키나리는 뺑소니를 당한 할머니의 기억을 엿보고 범인을 찾고자 했다. 하지만 마법사는 유키나리의 부탁을 거절한다. 잠시 보인 유키나리의 미래가 좋지 않았던 탓이다. 리카는 마법사로부터 유키나리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유키나리와 자주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커플이 된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고등학생이 된 리카. 리카는 우연히 같은반 메이가 학폭을 당하고 있고, 매일 그 괴로운 기억을 맡기러 추억 전당포를 찾고 있음을 알게 된다. 가해자들의 약점을 단단히 쥔 리카는 그들과 메이와의 악연을 끊어냈고, 메이와 친구가 된다. 한편, 중학교 입학을 앞둔 하루토는 모처럼 옷을 사고 외식을 하기로 하지만, 엄마와 다투게 된다. 그런데.. 이날이 엄마와의 마지막 날이 되고 말았다. 뛰쳐나간 하루토의 뒤를 쫓아갔던 엄마가 뺑소니 차에 의해 두번이나 치여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충격을 받은 하루토. 곧바로 돈을 쥐고 추억 전당포를 찾아간다.

마법사가 제일 쓸쓸하고 고독한 인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영원히 살며 인간의 감정에 무감각하다고 나오지만, 무감각한 것이 아니라 너무 오래 살다보니 감정이 무뎌진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변화무쌍한 감정을 지닌 아이들의 추억을 맡아주는 전당포를 시작한게 아니었을까? 수많은 감정이 녹아있는 추억들을 보며 무뎌진 감정을 되돌리려 애를 썼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이라도 이용할 수 있다면, 불행한 기억들 중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떠올릴 필요가 없는 기억들은 죄다 맡기고 싶다. 그런 추억들은 없어져도 살아가는게 큰 문제가 되진 않을테니까. 정말 한편의 동화와도 같은, 힐링 애니메이션 한편을 본 것 같은 느낌의 소설이었다.

괴롭힘은 논리가 아니라 감정이니까. 한 번 싫어졌다 하면 다른 건 보지도 않고 오히려 폭주할 뿐이야. - p.142

인간의 쇠퇴는 어쩌면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포기하는 데서 시작하는 게 아닐까? - p.166

내가 인간을 재미있어하는 까닭은 서로 마주 보면서도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야. 갖가지 오해를 해. - p.210

"진정한 상대를 찾는 법."

"간단하다니요?"

"추억으로 변하지 않는 사람. 그가 운명의 상대야."

"추억으로, 변하지 않는다?"

"'좋아했어'로 변하지 않는 사람. 그 시절에는 좋았는데 하고 여겨지지 않는 상대. 몇 년이 지나도 좋아. 줄곧 현재진행형.

그게 진정으로 소중한 사람." - p.269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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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
배진시 지음 / 책과나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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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 다큐 프로그램에서 입양인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안 좋은 사례와 관련된 이야기라 약간 충격이기도 해서 다른 사례들도 찾아보며 녹록치 않은 입양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부모라 말하기 힘든 친부모들도 많은데, 양부모라고 다를까? 그런데 전쟁이 끝난 후 모두가 힘들었던 시절, 굶는 일이 많았던 부모들은 부자나라로 보내면 굶을 일이 없을거라 생각했고, 내 아이를 입양 해주는 양부모는 당연히 좋은 사람일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수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모 곁을 떠나 낯선 땅으로 떠나야 했다. 그렇게 떠난 아이들에게 해피엔딩만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입양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이 책의 소개글을 본 순간 전에 본적이 있는 이야기들이 생각났고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책은 프랑스로 입양된 입양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정말 다행히도 좋은 가정에 입양된 사례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했다. 한창 입양이 성행할 당시, 어리고 인기있을 어린 아이에게 형제, 자매가 있다면 어린 막내를 홍보한 뒤 입양자가 결정된 후 입양자의 동정심에 기대 같이 입양을 보내곤 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매, 형제가 헤어지지 않고 함께 입양되는 일들이 꽤 있었던 것 같다. 입양기관은 때때로 가난한 부모를 설득해 아이들의 입양을 권했고, 고아원에 잠시 맡겨지거나 길을 잃은 아이들도 제대로 된 조사나 절차 없이 서류를 조작해 입양을 보낸 사례도 많다고 했다. 모든건 돈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형제, 자매라도 헤어지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까? 생각할수록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프랑스 하면 낭만의 도시, 파리, 예술가들의 나라 등의 수식어만 떠올랐었는데, 이젠 일과 육아의 균형을 위한 복지가 탄탄한 나라라는 수식어도 같이 떠올릴 것 같다. 입양인 중 미혼모도 있었는데, 미혼모를 지원하는 정책, 장애아동을 위한 보조금, 그리고 다양한 육아 수당들로 아이를 키우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자연스레 우리나라의 현 상황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에선 결혼 제도에 얽매이지 않으니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에 차별이나 유별난 시선을 받지 않았다. 게다가 아이를 위해 정부에서 지급해주는 여러 수당들은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미혼모나 미혼부를 비롯 여러 상황으로 인해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이 매우 힘들다. 정부에서 지급되는 수당도 매우 적은 편이라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전쟁 직후엔 어쩔 수 없는 일들도 많았다지만, 왜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비슷한 상황일까. 안그래도 인구 절벽이라 난리면서 육아 관련 제대로 된 정책은 시행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육아 한복판에서 바라보면 무의미하거나 조건이 까다로워 소수만 지원받을 수 있는, 탁상공론에 가까운 정책들만 보일 뿐이다.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는 것보다 친부모의 품에서 자라는게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더 좋지 않을까? 프랑스처럼은 아니라도 현실적인 정책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해외로 떠나는 아이들보다 친부모와 함께하는 아이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확실히 입양 시스템과 인식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양 보낸 것으로 끝이 아닌, 입양 후에도 철저한 관리가 동반되어 여러 상황의 위험이 감지되었을 때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친부모의 정보도 아이의 알 권리를 위해 제공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아이가 원해서 세상에 태어나 입양을 떠난게 아니니까. 유전적 질병 또한 알아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좀더 많은 논의가 이뤄져야겠지만, 많은 부분에서 달라지고 고쳐져서 가슴에 한을 품게 되는 입양인들이 더는 늘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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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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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읽어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두근두근 하는 마음으로 펼쳤는데, 역시나. 내가 속독을 배웠던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후루룩 읽어나갔다. 배경은 한 산장. 그 산장에 7명의 남녀 배우들이 모인다. 극단 '수호'의 연출가 '도고 신페이'가 다음 작품의 출연자를 뽑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이들이었다. 모두 연극을 완성하기 위해 한 펜션으로 모이라는 도고 신페이의 편지를 받고 온 참이다. 일정은 3박4일. 펜션으로 모이라는건 좀 의외이긴 했으나 워낙 평범하게 연극을 올린적이 없는 연출가로 이름난 도고 신페이라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미팅 혹은 연습을 위한 모임이라 생각했던 7명의 배우들은 도착하자마자 뜻밖의 상황에 당황하게 된다.


황당할 수 있는 연출가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 배우들은 고민도 잠시 각자 이 추리극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맡을 수 있는 배역은 무엇일지를 곰곰히 생각하며 비중있는 역할을 맡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고민이 무색하게 첫날부터 살해되어 사라지는 사람이 생겼다. 그 사람이 살해되어 사라진 장소에는 쪽지만 하나 놓여있을 뿐. 둘째날도.. 셋째날에도. 어김없이 살해되어 사라지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런데 어쩐지 진짜 살해된건 아닐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이제는 실제인지 정말 연극을 위한 상황 연출인지 헷갈릴 지경. 단서가 많지 않으니 예측도 쉽지 않다. 가해자는 대체 누구이고, 동기는 무엇일까.

<아쉽지만, 너희들이 내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없어. 왜냐하면 우선은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야. - P. 343>

첫째 아이의 2시간 태권도 특강 시간을 대기해야 했던 날, 망설임없이 이 책을 가방에 챙겨 나갔다. 덕분에 대기시간 2시간을 정말 알차게 보냈다. 도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건지 예측이 되지 않았다. 7명의 배우들 외에 자꾸 이름으로 등장하는 인물로 인해 가해자와 동기는 예상할 수 있었지만, 진짜 살인자가 누구인지 정말 실제 살인사건인지 연극인지 읽으면서도 명확하게 확신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 흥미로웠고 예상해보는 재미가 솔솔했다. 다작을 하면서도 매 작품마다 재미없다 느낀적이 없는 작가는 참 드문데, 내게 그런 작가가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다. 그래서 출간 작품 소식을 보면 아묻다 이름만 보고 선택하고는 한다. 다행(?)인건 지금까지 후회가 없었다는 점이다. 아마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까? 다음은 어떤 작품이 출간 소식을 전해올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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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실시 일상신비 사건집 허실시 사건집
범유진 외 지음 / 고블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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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은 허실시. 작은 지방 소도시 허실시는 조용한 도시일 것 같지만, 예상외로 일상을 약간씩 흔들만한 사건들이 자주 벌어지는 곳이다. <언뜻 상냥하지만 폐쇄적인 곳. 함께 존재할 수 없는 상반된 요소들이 못난이 빵처럼 하나로 꽉꽉 뭉쳐져 있었다. - P. 19> 이 한 문장이 허실시가 어떤 곳임을 짐작하게 해준다. 은퇴 후 전원생활을 계획하고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를 간 사람들이 겪고 느낄 수 있는 감정일거라고 상상해보면 이해가 조금 더 쉬울 듯하다. 겉으로는 상냥한 얼굴을 하지만, 뒤로는 어떤 얼굴을 할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바로 허실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면 대부분의 모든 도시들이 허실시를 닮아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면모를 보이지 않은가. 막상 눈앞에선 대놓고 말하지 못하면서 뒤에선 마음놓고 온갖 추측의 말을 내뱉는 이중적인 모습을 말이다. 그래서인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관심없는 척 하다가도 일이 벌어지면 우르르 몰려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는건 그리 어렵지 않다.



허실시에서 벌어진 사건들처럼 우리 주변에서도 종종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미스터리한 일도 벌어진다. 그렇기에 허실시의 사건들이 마냥 소설 속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요즘은 현실이 더 소설같은 일들로 가득하니 더더욱 말이다. 그 수많은 일들이 그저 해프닝처럼 넘어갈 수 있는 일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사건사고 소식들을 보면 차라리 허실시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억누르고 곪았던 감정들이 잘못된 방법으로 터져나오는 것 같은 현실이 더 나은건지, 조용하고 자잘하게 터지는 사건들이 잦은 허실시가 나은건지 잘 모르겠다. 세상엔 정말 평화로운 곳은 없는 걸까. 호신용품이 당연한 세상이 되지는 않아야 할텐데. 참 걱정이다.



생각의 차이로 인해 생기는 갈등은 어디서나 피할 수 없는 일인 듯 싶다. 첫번째 이야기의 배경인 허실당을 놓고 벌어진 갈등 역시 그랬다. 도시의 오랜 빵집을 응원하지는 못할망정 일자리 창출을 핑계로 괜한 트집을 잡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그저 기가 막혔다. 어쩌면 더 발전해서 도시를 대표하는 빵집이 되면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도시가 활기로 가득해지며 저절로 일자리가 늘어날텐데, 그것까지 생각은 못하나보다. 아니 안하는 거겠지. 그저 시기 질투가 가득한 트집일테니까. 느닷없이 김명장에게 날아든 일도 바로 그 시기 질투 때문이었다. 다행인건 허실당도 김명장도 수많은 시기 질투 속에서도 흔들림없이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고 있다는 거였다.

<일상을 공유하던 사람이 나를 믿어준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을 주는지 알아줬으면 해서 말한 거야. 김명장도 그러지 않을까. 사건이 터져서 곤란하게 되더라도, 같이 일하던 누군가 자신을 위해 무언가 하려고 했다는 걸 알면 위안이 될 거야. - P. 49-50>

공중전화 사건과 수 년 전 일어났던 사진과 관련된 사건은 확실히 경찰의 개입으로 풀어나가야 하는게 맞지 않았을까? 그 사건의 주인공들이 벌인 일들은 엄연히 범죄이니 말이다. 자매니까, 이미 죽은 사람이고 여전히 힘든 부모님을 더 힘들게 할 수 없다는건 그거 얄팍한 핑계일 뿐이다. 정확하고 명확한 진실이 오히려 피해자나 그 부모를 덜 힘들게 하는 법이다.

상대방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할 수 있다면 피할 수 있는 다툼은 상당히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작은 일도 크게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보다 개인적 이익을 더 우선시 하는 일들이 많다보니 일어나지 않을 충돌도 일어나고 있다. 내 생각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생각도 받아들이고 조율할 수 있어야 다툼을 피한다.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세상 아닌가. 잘못된 행동이 사건 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허실시에서 벌어진 일들을 현실로 불어오는 일이 없도록 서로 조심하고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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