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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
배진시 지음 / 책과나무 / 2023년 8월
평점 :

언젠가 한 다큐 프로그램에서 입양인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안 좋은 사례와 관련된 이야기라 약간 충격이기도 해서 다른 사례들도 찾아보며 녹록치 않은 입양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부모라 말하기 힘든 친부모들도 많은데, 양부모라고 다를까? 그런데 전쟁이 끝난 후 모두가 힘들었던 시절, 굶는 일이 많았던 부모들은 부자나라로 보내면 굶을 일이 없을거라 생각했고, 내 아이를 입양 해주는 양부모는 당연히 좋은 사람일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수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모 곁을 떠나 낯선 땅으로 떠나야 했다. 그렇게 떠난 아이들에게 해피엔딩만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입양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이 책의 소개글을 본 순간 전에 본적이 있는 이야기들이 생각났고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책은 프랑스로 입양된 입양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정말 다행히도 좋은 가정에 입양된 사례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했다. 한창 입양이 성행할 당시, 어리고 인기있을 어린 아이에게 형제, 자매가 있다면 어린 막내를 홍보한 뒤 입양자가 결정된 후 입양자의 동정심에 기대 같이 입양을 보내곤 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매, 형제가 헤어지지 않고 함께 입양되는 일들이 꽤 있었던 것 같다. 입양기관은 때때로 가난한 부모를 설득해 아이들의 입양을 권했고, 고아원에 잠시 맡겨지거나 길을 잃은 아이들도 제대로 된 조사나 절차 없이 서류를 조작해 입양을 보낸 사례도 많다고 했다. 모든건 돈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형제, 자매라도 헤어지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까? 생각할수록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프랑스 하면 낭만의 도시, 파리, 예술가들의 나라 등의 수식어만 떠올랐었는데, 이젠 일과 육아의 균형을 위한 복지가 탄탄한 나라라는 수식어도 같이 떠올릴 것 같다. 입양인 중 미혼모도 있었는데, 미혼모를 지원하는 정책, 장애아동을 위한 보조금, 그리고 다양한 육아 수당들로 아이를 키우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자연스레 우리나라의 현 상황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프랑스에선 결혼 제도에 얽매이지 않으니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에 차별이나 유별난 시선을 받지 않았다. 게다가 아이를 위해 정부에서 지급해주는 여러 수당들은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미혼모나 미혼부를 비롯 여러 상황으로 인해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이 매우 힘들다. 정부에서 지급되는 수당도 매우 적은 편이라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전쟁 직후엔 어쩔 수 없는 일들도 많았다지만, 왜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비슷한 상황일까. 안그래도 인구 절벽이라 난리면서 육아 관련 제대로 된 정책은 시행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육아 한복판에서 바라보면 무의미하거나 조건이 까다로워 소수만 지원받을 수 있는, 탁상공론에 가까운 정책들만 보일 뿐이다.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되는 것보다 친부모의 품에서 자라는게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더 좋지 않을까? 프랑스처럼은 아니라도 현실적인 정책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해외로 떠나는 아이들보다 친부모와 함께하는 아이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확실히 입양 시스템과 인식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양 보낸 것으로 끝이 아닌, 입양 후에도 철저한 관리가 동반되어 여러 상황의 위험이 감지되었을 때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친부모의 정보도 아이의 알 권리를 위해 제공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아이가 원해서 세상에 태어나 입양을 떠난게 아니니까. 유전적 질병 또한 알아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좀더 많은 논의가 이뤄져야겠지만, 많은 부분에서 달라지고 고쳐져서 가슴에 한을 품게 되는 입양인들이 더는 늘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