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실시 일상신비 사건집 허실시 사건집
범유진 외 지음 / 고블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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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존재할 것 같은 허실시. 작은 지방 소도시 허실시는 조용한 도시일 것 같지만, 예상외로 일상을 약간씩 흔들만한 사건들이 자주 벌어지는 곳이다. <언뜻 상냥하지만 폐쇄적인 곳. 함께 존재할 수 없는 상반된 요소들이 못난이 빵처럼 하나로 꽉꽉 뭉쳐져 있었다. - P. 19> 이 한 문장이 허실시가 어떤 곳임을 짐작하게 해준다. 은퇴 후 전원생활을 계획하고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를 간 사람들이 겪고 느낄 수 있는 감정일거라고 상상해보면 이해가 조금 더 쉬울 듯하다. 겉으로는 상냥한 얼굴을 하지만, 뒤로는 어떤 얼굴을 할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바로 허실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면 대부분의 모든 도시들이 허실시를 닮아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면모를 보이지 않은가. 막상 눈앞에선 대놓고 말하지 못하면서 뒤에선 마음놓고 온갖 추측의 말을 내뱉는 이중적인 모습을 말이다. 그래서인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관심없는 척 하다가도 일이 벌어지면 우르르 몰려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는건 그리 어렵지 않다.



허실시에서 벌어진 사건들처럼 우리 주변에서도 종종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미스터리한 일도 벌어진다. 그렇기에 허실시의 사건들이 마냥 소설 속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요즘은 현실이 더 소설같은 일들로 가득하니 더더욱 말이다. 그 수많은 일들이 그저 해프닝처럼 넘어갈 수 있는 일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사건사고 소식들을 보면 차라리 허실시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억누르고 곪았던 감정들이 잘못된 방법으로 터져나오는 것 같은 현실이 더 나은건지, 조용하고 자잘하게 터지는 사건들이 잦은 허실시가 나은건지 잘 모르겠다. 세상엔 정말 평화로운 곳은 없는 걸까. 호신용품이 당연한 세상이 되지는 않아야 할텐데. 참 걱정이다.



생각의 차이로 인해 생기는 갈등은 어디서나 피할 수 없는 일인 듯 싶다. 첫번째 이야기의 배경인 허실당을 놓고 벌어진 갈등 역시 그랬다. 도시의 오랜 빵집을 응원하지는 못할망정 일자리 창출을 핑계로 괜한 트집을 잡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그저 기가 막혔다. 어쩌면 더 발전해서 도시를 대표하는 빵집이 되면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도시가 활기로 가득해지며 저절로 일자리가 늘어날텐데, 그것까지 생각은 못하나보다. 아니 안하는 거겠지. 그저 시기 질투가 가득한 트집일테니까. 느닷없이 김명장에게 날아든 일도 바로 그 시기 질투 때문이었다. 다행인건 허실당도 김명장도 수많은 시기 질투 속에서도 흔들림없이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고 있다는 거였다.

<일상을 공유하던 사람이 나를 믿어준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을 주는지 알아줬으면 해서 말한 거야. 김명장도 그러지 않을까. 사건이 터져서 곤란하게 되더라도, 같이 일하던 누군가 자신을 위해 무언가 하려고 했다는 걸 알면 위안이 될 거야. - P. 49-50>

공중전화 사건과 수 년 전 일어났던 사진과 관련된 사건은 확실히 경찰의 개입으로 풀어나가야 하는게 맞지 않았을까? 그 사건의 주인공들이 벌인 일들은 엄연히 범죄이니 말이다. 자매니까, 이미 죽은 사람이고 여전히 힘든 부모님을 더 힘들게 할 수 없다는건 그거 얄팍한 핑계일 뿐이다. 정확하고 명확한 진실이 오히려 피해자나 그 부모를 덜 힘들게 하는 법이다.

상대방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할 수 있다면 피할 수 있는 다툼은 상당히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작은 일도 크게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보다 개인적 이익을 더 우선시 하는 일들이 많다보니 일어나지 않을 충돌도 일어나고 있다. 내 생각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생각도 받아들이고 조율할 수 있어야 다툼을 피한다.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세상 아닌가. 잘못된 행동이 사건 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허실시에서 벌어진 일들을 현실로 불어오는 일이 없도록 서로 조심하고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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