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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법정에 서다
배인구 지음 / 인티앤 / 2025년 7월
평점 :

얼마 전, 우연히 알 수 없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으로 유퀴즈 영상 중 여자 판사분이 나오는 짧은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이혼 조정을 몇년간 담당하셨었는데, 여러 이혼 사례들을 얘기해 주셨다. 그때 본 이야기들이 꽤 인상 깊었었다. 그러다 문득 현장에 있는 판사, 검사, 형사분들은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사연과 사건들을 많이 접할텐데 이런 일들을 어떻게 보고 견딜까 싶은 생각과 함께 영화보다 더 하다는 사연들이 궁금했다. 그런 내 눈에 띈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누가 어떻게 내 궁금증을 알고 이렇게 딱 눈에 띄게 해주나 싶을 정도로 시기적절하게 나타난 이 책, 안 읽어볼 수가 없었다.

참 다양한 이혼 부부들의 사연이 등장한다. 그리고 저자는 그 사례들을 통해 우리나라의 가정법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나 고쳐져야 하는 부분, 아쉬운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 등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많은 부분에서 공감을 했다.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가족의 형태가 바뀌고 있는 현실에 맞춰 법이 개정되야 하는건 사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법의 개정은 더뎠다. 그래서일까.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이혼 소송은 유책주의 원칙을 따르다고 한다. 때문에 이혼을 위해 법정에 선 부부는 서로를 향한 날선 비판을 승소할 때까지 하게 된다. 이혼 판결이 내려지지 않으면 다시 함께 살아가야 함에도 말이다.
냉철히 말하면, 공동양육이 아무리 이상적이고 좋은 제도라고 해도 우리나라의 이혼 제도는 유책주의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협의이혼 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재판이혼의 경우 소송 과정이 부부 사이의 갈등이 점점 증폭되는 시스템이라 공동양육을 실현하기란 현실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 P. 44

사연들을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부모 생전 합의를 했어도 욕심 때문에 법정 다툼으로 가족 내의 불화를 조장하는가 하면, 마음이 더 가는 자식에게 더 물려줘서 자식들 사이를 갈라놓기도 했다. 아이들이 있는 부부의 이혼과 재혼도 문제가 많았다. 노년의 재혼은 상속 문제로 각자 자녀들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하고, 아이를 두고 하는 이혼은 양육권을 두고 다투거나 서로 맡지 않으려 했다. 불륜, 도박, 폭력.. 가스라이팅까지. 읽을수록 인생의 중요한 문제에선 절대적으로 신중해야 함을 느꼈다. 그리고 어떤 문제에서든 아이들이 최소한으로 상처받을 수 있기를, 마음의 결정이 확고하다면 그래도 부부였던 시간을 생각해 최대한 깔끔하게 돌아섰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결국 모든 다툼은 돈과 마음의 문제였던 것 같다. 차별과 학대를 받고 성장한 자식들이 서로를 향해 날선 분노와 비판을 날리는 일은 어쩌면 예고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가족 간의 고소, 고발이 흔해진 현실이 참 씁쓸하기만 하다. 이런 변화들을 보면 저자의 말처럼 여러 부분에서 법의 개정이 빨리 논의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 사유리씨처럼 비혼주의 출산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생각되는만큼 그와 관련된 법과 여러 준비가 필요하고, 미성년자들이 법정 대리인 혹은 후견인에 의해 상속된 재산을 갈취 당하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보완되고 개정되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약자들이 보호받고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사전에 미리 합의된 내용이 법으로 인정되어 본인의 욕심만 채우려는 상속인들에 대한 재제 또한 가능할 수 있도록 가족법 또한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고민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결혼한 부부라고 해도 아이를 양육하는 데 적합하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고, 바랍직하지 않은 환경일 수도 있다. 반면 비혼인 독신자여도 아이에게 충분한 양육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심지어 아이를 친양자로 입양할 당시에는 원만한 혼인관계였다고 하더라도 입양 후 이혼 등으로 인해 부부관계가 달라질 수도 있다. 즉 입양 당시에 부모가 될 남녀가 기혼 상태라는 점이 양자가 될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좋은 양육 환경을 담보해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 P. 51~52
혼인하지 않은 사람은 아이를 온전히 양육하지 못할 거라고 미리 염려 하는 것은 지나친 걱정이 아닐까? 비혼 독신자가 친양자입양에 대해 청구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 역시 과도한 결정일 수 있다. 무엇보다 입양 제도의 목적이 본질적으로 아이의 복리 증진에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비혼 독신자가 친양자입양에 대해 청구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 - P.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