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수리 공장
이시이 도모히코 지음, 양지연 옮김 / 김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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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책소개를 보니 더더욱 읽어보고 싶어진 책이다.

어린이가 주인공이라 청소년들을 위한

소설책인가 했지만, 읽어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남녀노소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읽어도

감동받을 수 있을, 따뜻한 이야기였다.



열 살 소녀 피피에게 유일한 친구였던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카이저 슈미트 공방의 장인으로

카를레온시에서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그는 주로 고장 난 장난감이나 물건을 수리하는 장인이다.)


카를레온은 오래전부터 이어내려온 공업도시로,

장인들의 솜씨가 뛰어나 카를레온 수제품은

전 세계 누구나 인정할 만큼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 P. 19


카를레온은 물건을 만드는 일 못지않게

고치는 일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 P. 20


할아버지는 오전 일을 마치면 마을 한가운데 있는

시계탑 광장으로 산책을 나가고는 했는데,

종종 피피도 함께 걷고는 했다.

광장에는 카를레온의 상징인 시계탑이 있는데,

정오가 되면 종소리가 온 마을에 울리고

문이 열리면서 자동인형이 나타나 행진을 한다.

그 모습을 오가던 모든 사람들이 바라보고는 했다.

그런 시계탑이 고장이 났고, 할아버지는

시계탑을 고치려고 했다.


하지만 물라노 카를레온 시장은 카를레온을 개혁해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 시키려고 하고 있었고,

그 첫걸음으로 시계탑을 철거하고자 한다.

이런 시기즈음 할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고 말았다.

큰 충격에 빠진 피피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던 날의

기억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할아버지 공방을

찾아갔던 피피는 우연히 그곳에서 '즈키'라는 인물을 만나

추억 수리 공장이라 불리는 '아시토카 공작소'에 가게 된다.

알고보니 할아버지가 이곳의 일을 했다고 했다.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양철로봇 프리츠가

친구들의 장난으로 심하게 고장나 고치고 싶었던

피피는 아시토카 공작소에서 일을 하면서

고치는 방법을 배우기로 한다.


어차피 할아버지와 같은 장인이 되고자 했던 피피였기에

흔쾌히 이곳에서의 일을 받아들였다.



"저쪽 세계의 추억은 이쪽 세계로 운반되어 오지.

추억이라는 것은 꼭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란다.

오히려 상처 입은 추억이 훨씬 많은 법이지.

이쪽 세계에선 상처받은 추억을 수리한단다.

며칠 만에 끝나기도 하지만 때론 몇 달, 몇 년이

걸리기도 하지. 지사마와 장인들이 고쳐 놓은

추억은 다시 저쪽 세계로 보내진단다."  - P. 158


"그렇구나. 피피처럼 추억의 주인이 직접 찾아오는

일은 요즘엔 거의 없단다. 옛날에는 저쪽 세계와

이쪽 세계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갔는데 말이다."

"저쪽 세계 사람들이 왜 이쪽 세계에 오지 않게 됐나요?"
"네 할아버지 같은 사람이 점점 줄어들었기 때문이지.

이를테면 저쪽 세계에선 물건이 부서지면 지금은 어떻게 하니?"

피피의 머릿속에 최신 게임기를 들고 웃는 리나와

친구들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새것을 사요."

"그렇지. 새로운 물건을 손에 넣으면 지금껏 소중히 여겼던

물건을 금세 잊고 말지. 계속 새로운 게 갖고 싶어지고."

"추억도 마찬가지라는 말인가요?"

"사람들이 과거를 돌아보는 일을 잊고 점점 더 새로운 것만

찾아 달려가고 있어. 그러는 사이 저쪽 세계 사람들은

이쪽 세계의 존재를 잊게 된단다."  - P. 159


"추억이 꼭 뚜렷한 모습을 띠고 있는 건 아니란다.

이쪽 세계 장인들이 열심히 일하는 만큼

저쪽 세계 사람들의 마음도 풍요로워지지.

저쪽 세계 사람들이 추억을 소중이 여기면

이쪽 세계도 활기를 띠고 말이야.

그런데 요즘 그런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구나."  - P. 161


피피가 열심히 적응하며 일을 배우고 있는 동안,

현실에서는 메모리체인이라는 회사의 요원들이

검은 양복을 입고 나타나 시장에게 도시 개혁 방안을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을 던지며 제시한다.

안그래도 생각대로 되지 않는 개혁에

골치가 아팠던 시장은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만다.



메모리체인의 의문의 남자들이 양쪽 세계의 균형을

깨뜨리기 위한 계략을 실행하기 시작하자

추억 수리 공장이 있는 저쪽 세계의 존재 자체가

위험해 지고 만다. 이를 막을 방법은 단 하나!

피피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의 기억을 찾는 것!!

그래서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고치려고 했던

물건이 무엇인지를 기억해 내는 것이다.

하지만 피피의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돌아오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기억이 돌아오는 걸까..!


한편, 카를레온시는 개혁에 대한 준비를 하면서부터

사람들은 웃음을 잃고 전보다 더 여유를 잃어버렸다.

아이들 역시 끊임없는 공부와 경쟁에 시달려야 했다.



읽는 내내 찡한 감동과 따뜻함에 젖어들었다.

너무 예쁜 이야기라 가독성은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마지막 즈음엔 눈물도 찔끔 나올만큼 감동이었다.


요즘은 정말로 물건을 쉽게 가지고 쉽게 바꾼다.

애착보다 자기만족에 집중한다.

그렇다보니 많은 물건들이 버려지고

그만큼 쓰레기가 만들어진다.

결국 환경문제까지 일으키는 셈이다.

나 역시 손쉬운 방법을 선택하고는 했었다.

참 반성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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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약국 - 마음이 아픈 당신을 위한 한 권의 처방전
강창래 외 지음, 한국서점인협의회 엮음 / 북바이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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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제목만 보고 덥석 선택한 책이다.

제목이 왜 그렇게 눈에 쏙 들어오던지.

가끔 이럴때가 있다. 책 소개도 읽기 전에

표지 혹은 제목 때문에 선택하는 경우가 말이다.

이미 선택한 책이니 소개글도 대충.

책이 도착하면 그때 제대로 읽어보면 될일이니까!


그래서 진짜 이 책이 어떤 책인지 몰랐다.

그저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을 법한

소설이 아닐까 지레짐작만 했다랄까?

그랬는데 펼쳐본 책은 정말 책 처방전이었다!

제목처럼 종이약국이 틀림없었던 것이다.


생각했던 소설책은 아니었으나..

오! 이런 책도 역시 좋다.

편식을 안하고 두루두루 읽으려고

시도는 하고 있지만, 결국엔

주로 내가 좋아하는 장르를 위주로

읽게 된다. 이런 내게 딱 좋은 책이었다.

게다가 고민에 따라 책을 처방받을 수 있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이 책의 시작은 '한국서점인협의회'에서

책이 사라지는 현실에 대한 고민과 실험으로

각 서점마다 우체통을 하나씩 설치해

고민 엽서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고민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추천했고, 몇개월 동안 전국 서점의 엽서들을

분석한 결과 유사한 고민이 많았고,

그 고민들을 대략 분류해 지금의 책이 나온 것이었다.

책 추천은 다독가로 유명한

작가, 기자, 출판평론가!!

덕분에 좋은 책을 참 많이 알게 되었다.



사는게 우울하고 의욕이 없을 때

읽으면 좋을 책으로 추천되어 있는 이 책!!

읽은 책이라 그런지 너무 반가웠다.

추천되어 있는 책들 중 내가 읽은건

이 책을 포함 딱 3권정도 였으니 반가울 수밖에.

역시 세상엔 책이 참 많다. ^^;;;


무튼 이 책, 나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었다.

죽을 각오로 임하면 뭔들 못하리...!

한번쯤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지금 상황이 어떻든 말이다.

물론 우울하고 의욕이 없다면 더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지를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추천하는 이 책.

누구나 이야기하듯 삶에 정답은 없다.

올바른 방향으로 가려고 노력할 뿐.

올바른 방향이라는 것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서

보편적 방향이라해도 다 옳은 것은 아니다.


시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문화에 따라, 사회의 약속에 따라.

많은 이유에 맞춰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렇게 살아도 내가 행복하고

가고자 했던 방향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어딘가에 있을 내 삶을 위한 무언가.

그것을 발견해 보기 위한 책이라면!

이 책을 기억해 두어야겠다.



꿈을 찾지 못해 고민하는 청춘들을 위한 추천 책!

예전의 나는 정말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도전이 즐거웠다.

그래서 꿈이, 목표가 없는 친구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스스로 정체가 되고

도전이 두려워지면서 하고 싶은 일들도,

해보고 싶은 것도 사라져 버렸다.

목표를 상실하고, 꿈이 사라지니

삶의 의욕마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생존을 위한 안정된 직장은

편안한 미래를 가져다 주었지만,

반짝이던 내 모습을 잃어버렸다.

얻는게 있으면 잃는게 있는다는게 이런걸까?


지금도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하다.

하지만 고민 자체가 삶을 지탱해주는

원동력 중 하나가 아닐까?

'고민하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어떤 문제를 제기한건지 궁금해진다.

잘 안 읽는 분야의 책이지만 킵!!



나도 들어본 유명한 육아문제의 오은영 박사.

제목만봐도 지금 내게 꼭 필요해 보이는 책이다.

너무도 잠이 없으면서 에너지는 폭발인

두 아이 때문에 요즘 스트레스가 무지막지 하다.

그래서인지 툭하면 아이들에게 화를 낸다.

특히 첫째아이를 자주 혼내게 된다.

남자아이인데다 미운 4살이라고 정말 말도 안듣고,

질투 때문에 툭하면 동생 따라하고 때리는 통에

매 순간마다 혼을 내게 되는 기분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참 혼란스럽다.

내가 잘하고 있는건지,

육아에 소질이 없는건 아닌지,

내가 이렇게 인내심이 없었는지,

이렇게 내 안에 화가 많았는지 등등..

정말 오만 생각이 교차하고는 한다.


그래서 자녀 문제와 관련된 추천 책들은

하나같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이책..!!

한번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지금의 내 기분에, 내 상태에 따라

책을 추천받고 싶다면,

이 책을 곁에 두고 그때끄때 펼쳐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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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 유품정리사가 떠난 이들의 뒷모습에서 배운 삶의 의미
김새별.전애원 지음 / 청림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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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방>

<나는 장례식장 직원입니다>

<죽은 자의 집 청소>

<생의 마지막에서 간절히 원하는 것들> 등

최근 '죽음'과 관련된 도서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 책들에게서 내가 주목한 것은

죽은 사람과 주변 사람들이 남긴 이야기와

그들의 마지막을 정리해주는 이들의 이야기였다.

이런 책을 접할 때마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삶과 이야기가 있다는 것과

지금의 내 삶은 축복받은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나는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이번에 만난 책 역시 그랬다.



여러차례 책을 통해 만난 덕분인지

이제 나에게 특수청소, 유품정리사라는 단어는

낯설지가 않다. 여전히 흔한 직업은 아니라

주위에 이와 같은 직업을 가진 지인은 없지만.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마주하기에

삶에 대해 느끼는게 많을 듯하다.

편견일지 모르겠지만, 직업상 마주하는 죽음들 때문에

그 누구보다 자신의 삶을, 가족과의 행복을

소중하게 여길 것 같다.



갑자기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던 부분이다.

그 누구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던 변사체를

끌어안고 오열한건 아버지였다는 얘기...

그리고 돌아가신 부모를 안고 우는 자식은 거의 없어도

부모는 반드시 자식을 품에 안는다는 부분에선

'아..' 하는 탄식이 절로 흘러나왔다.



참 씁쓸한 일이다. '죽음'을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삶과 죽음은 한 끗 차이고, 죽음은 누구나 예외가 없다.

피해갈 수 없으니 죽음 이후의 일 역시 누군가는 해야한다.

그 일을 대신한다해서 비난받거나 욕을 먹어서는 안된다.

이들은 그야말로 가족, 지인을 대신해서 궂은 일을

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일 뿐이다.



아이를 보듬어주기만 했어도..

아니, 아빠가 아이를 데려가기만 했어도..

이런 비극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만 급급했던 엄마의 최후.

이 엄마는 끝내 아들의 삶을 망가뜨려 버렸다.

신나게 욕을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들은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었을 뿐인데..

엄마는 그저 자신의 자존감을 새우기 위해

아이를 도구로 이용하기만 했고,

아빠는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이혼이라는 제도를 이용해

자신만 쏙 빠져나갔다. 참 이기적인 부모였다.

아이의 행동은 당연히 잘못되었고,

벌어저선 안되는 비극인건 맞지만,

아이를 탓할 수가 없었다.

나도 아이가 있어서일까. 더 가슴이 쓰려왔다.



절친이라면서.. 왜 저렇게 말을 했을까?

혹시 모를 선입견으로 인한 피해를 걱정해주기만

해도 충분했을텐데. 내가 다 속상했다.

정말이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존재는 산 사람이다.



너무나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아이들이 커갈수록 온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은

되려 줄어들기만 한다.

스펙, 돈.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읽으면서 정말 공감이 많이 갔고,

그래서 한편으로 속상했다.

우리 가족도 같은 절차를 밟게 될까?

그러지 않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가족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요즘 고독사가 젊은 사람들에게도 많이 번지고 있다고

뉴스를 통해 본 적이 있다. 1인 가구의 증가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의 관리는 독거노인에게만 집중되어 있다.

아직 1인 가구에 대한 지원도 대책도 미비하다.

이 부분만큼은 정부가 주목했으면 싶다.



독거 죽음이 늘어나는 만큼 남겨지는 반려동물도

늘어났다.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반려동물을 키우기 때문에 더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이다.

고인의 가족이었던 많은 반려동물이

가족들의 외면을 받는 것 같다. 참 가슴아픈 일이다.

그러고보면 주인의 죽음 혹은 기약없는 병원행으로

보호소로 끌려가서 안락사를 기다리는 반려동물을

꽤 많이 봤다. (유기견 관련 카페와 어플을 통해 봤다.)

그런 사연을 가진 동물을 볼때마다 마음이 착잡했다.

행복한 결말을 맞는 일이 왜 이렇게 힘든걸까.



무연고자가 왜 이렇게 늘어나는 걸까.

아니, 애초에 무연고자는 왜 생기는 걸까.

많은 사연이 있겠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도 무연고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마음이 착잡해졌다.

무연고자가 되어야 했을 사연들.

누군가는 알아주어야 하지 않을까?


분노하게 만드는 사연도 있었지만,

(대부분 이런 사연은 돈이 얽혀있다.)

대체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이 책에서 영감을 얻어 내년 초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 :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가

이제훈 주연으로 방영 예정이라고 한다.

어쩐지 꼭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만나봤으면 하는 책이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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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회장의 조건 단비어린이 문학
윤지현 지음, 안병현 그림 / 단비어린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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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갈수록 각박해지고 사는게 더 힘들어지기만 하는 것 같은 요즘이다. 어른들의 이런저런 고민을 아이들이 알면 얼마나 알까 싶지만, 아이들이라고 마냥 모를 수가 없다. 여러 기기를 통한 미디어 노출은 아이들의 성장을 빠르게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른들 세상 못지 않게 아이들 세상 또한 치열하다. 치열할 수밖에 없다. 태어나면서붵 경쟁을 시작해야 하는 아이들이니 말이다. 지금의 세상은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더 많은 것을 빼앗는다. 아무것도 모른채 한창 뛰어놀아도 부족할 아이들이 학원을 뺑뺑 돌며 아침부터 늦은 시간까지 책상 앞에 붙들려 있다. 쉬는 날에는 해외연수부터 각종 봉사활동, 자격증 공부들로 스펙을 쌓아야 하니 진짜 자신의 나이답게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 이렇게 아이들이 아이들 답지 않게 자라지 못하는 것은 결국 우리 어른들 탓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은 이런 치열함 속에서도 굳건히 자라난다.


5가지의 짧은 이야기 속에서 만나는 아이들만 봐도 그렇다. 학생회장으로서의 책임감과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괴로워 하면서도 꿋꿋하게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해나가는 슬기, 마음이 아픈 병을 앓고 있는 형 때문에 많은 것을 양보하고 인내해야 하는 세환이,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것을 내보이기 싫은 진주, 역시 할머니와 단둘이 살면서 가난한 자신의 처지에서 벗어나고픈 아영이, 온 가족이 예뻐하는 반려견 예삐가 눈에 거슬리는 종현이. 각자만의 어려움이 있지만 아이들은 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한발 나아간다. 결코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그렇게 마음을 다지며 성장하는 아이들이 참 예쁘고 대견해 보였다. 성장하면서 계속 상처 받고 극복해야 하는 일들이 반복되겠지만 옆에서 응원하는 친구와 가족이 있는 한 아이들은 잘 자랄 것이다. 


먹먹한 이야기들이 참 많았다. 모든 아이들이 같은 출발선에서 공정하게 최소한의 경쟁을 하며 자랄 수는 없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이 많이 웃고 스트레스 덜 받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갈수록 웃음을 잃어가고 각박해지기만 하는 세상보다는... 아이들이 이야기를 통해 친구의 상황과 생각을 이해하고 배려해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나와 다른 생각을 지녔다고 해서 틀렸다는게 아니라는 것을,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친구의 아픔을 때로는 모르는척, 때로는 가만히 지켜봐 주는 것 또한 배려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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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럭 임금과 비밀 상자 단비어린이 문학
공수경 지음, 노은주 그림 / 단비어린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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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동화책을 읽은 후 '나도 이런 상상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혹은 '난 왜 이렇게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이 동화책을 읽고 나서도 그랬다. 수없이 책을 읽으면서도 단순하게 책 읽기에만 몰두할 뿐, 그 책을 곱씹는 일은 잘 하지 않는다.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를 독서로 해소하고 있는 요즘은 더더욱 그렇다. 책을 통해 무언가를 더 생각하고 상상하기보다 그저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 한바탕 책 속에서 뛰어노는 것만도 벅찬 탓이다. 물론 이게 다 핑계일수도 있지만. 기존의 동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기발한 뒷 이야기를 들려준 작가에게 고마을 따름이다. 다른 동화들도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생각해보면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탄생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과 대화가 통하는 때가 오면, 동화책의 뒷 이야기를 상상해보며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버럭 임금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벌거벗은 임금님'이다. 기존의 동화에서는 벌거벗은 임금님이 '임금님이 벌거벗었어요~!'라는 한 아이의 정직한 외침에 진실을 깨달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창피함을 무릎쓰며 행진을 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 동화책은 이후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궁으로 돌아온 임금님은 단 한명도 자신에게 진실을 말한 대신이 없음에 호통을 쳤고, 대신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 매기만 한다. 사실 임금님은 진실을 말하면 말하는대로, 말하지 않으면 또 말하지 않은대로 화를 내는 버럭 임금님이었기 때문에 대신들은 자칫 벌을 받을까 두려운 마음에 우물쭈물 하기만 했던 거였다. 그러다 임금님이 이렇게 온 백성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으니 이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전전긍긍 할수밖에 없었다. 결국 최고 대신과 장신구 대신이 대표로 감옥에 갇혔고, 나머지 대신들은 볼기 백대씩 맞게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감옥에 갇힌 두 대신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퍼졌다. 매일 심한 매질을 당한다는 둥 곧 사형에 처해질 거라는 둥.. 때문에 두 대신의 집에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때 똘똘한 최고 대신의 아들 예리가 끙끙 앓다가 번뜩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그날 소리를 친 아이가 자신의 동생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동생을 단속하지 못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던 예리였다. 다음날 면회를 가서 아빠의 허락을 받은 예리는 바로 조사를 시작한다. 조사를 하던 중 장신구 대신의 딸 꾸미도 아빠를 위해 사건을 알아보고 있음을 알고 두 사람은 힘을 합쳐 가짜 재봉사를 찾기로 한다. 대신들에게서 가짜 재봉사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단서를 찾기 위해 재봉실을 찾았던 두 아이는 표시가 되어 있는 바늘 하나를 발견한다. 단서를 더듬어가며 범인을 찾아낸 두 아이. 하지만 여기서 끝낼 수는 없었다.


가짜 재봉사들이 이런 행동을 한 이유도 알아냈기 때문이다. 이에 예리는 또 하나의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다음날 가짜 재봉사들과 꾸미와 함께 궁으로 향한다.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거짓을 알면서도 묵인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톡톡히 알려주는 동화였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도리어 다른 사람에게 그 죄를 덮어 씌울 경우 그 죄가 다른 형태로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진실을 말하기란, 생각보다 참 어렵고 힘든 일이다. 어떤 일,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신중하게 말을 해야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실을 외면한다면 세상은 거짓으로만 가득찰지도 모른다. 진실이 당연한 세상에서 아이들이 자라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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