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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럭 임금과 비밀 상자 ㅣ 단비어린이 문학
공수경 지음, 노은주 그림 / 단비어린이 / 2020년 10월
평점 :

가끔 동화책을 읽은 후 '나도 이런 상상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혹은 '난 왜 이렇게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이 동화책을 읽고 나서도 그랬다. 수없이 책을 읽으면서도 단순하게 책 읽기에만 몰두할 뿐, 그 책을 곱씹는 일은 잘 하지 않는다.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를 독서로 해소하고 있는 요즘은 더더욱 그렇다. 책을 통해 무언가를 더 생각하고 상상하기보다 그저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 한바탕 책 속에서 뛰어노는 것만도 벅찬 탓이다. 물론 이게 다 핑계일수도 있지만. 기존의 동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기발한 뒷 이야기를 들려준 작가에게 고마을 따름이다. 다른 동화들도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생각해보면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탄생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과 대화가 통하는 때가 오면, 동화책의 뒷 이야기를 상상해보며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버럭 임금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벌거벗은 임금님'이다. 기존의 동화에서는 벌거벗은 임금님이 '임금님이 벌거벗었어요~!'라는 한 아이의 정직한 외침에 진실을 깨달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창피함을 무릎쓰며 행진을 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 동화책은 이후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궁으로 돌아온 임금님은 단 한명도 자신에게 진실을 말한 대신이 없음에 호통을 쳤고, 대신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 매기만 한다. 사실 임금님은 진실을 말하면 말하는대로, 말하지 않으면 또 말하지 않은대로 화를 내는 버럭 임금님이었기 때문에 대신들은 자칫 벌을 받을까 두려운 마음에 우물쭈물 하기만 했던 거였다. 그러다 임금님이 이렇게 온 백성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으니 이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전전긍긍 할수밖에 없었다. 결국 최고 대신과 장신구 대신이 대표로 감옥에 갇혔고, 나머지 대신들은 볼기 백대씩 맞게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감옥에 갇힌 두 대신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퍼졌다. 매일 심한 매질을 당한다는 둥 곧 사형에 처해질 거라는 둥.. 때문에 두 대신의 집에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때 똘똘한 최고 대신의 아들 예리가 끙끙 앓다가 번뜩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그날 소리를 친 아이가 자신의 동생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동생을 단속하지 못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던 예리였다. 다음날 면회를 가서 아빠의 허락을 받은 예리는 바로 조사를 시작한다. 조사를 하던 중 장신구 대신의 딸 꾸미도 아빠를 위해 사건을 알아보고 있음을 알고 두 사람은 힘을 합쳐 가짜 재봉사를 찾기로 한다. 대신들에게서 가짜 재봉사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단서를 찾기 위해 재봉실을 찾았던 두 아이는 표시가 되어 있는 바늘 하나를 발견한다. 단서를 더듬어가며 범인을 찾아낸 두 아이. 하지만 여기서 끝낼 수는 없었다.
가짜 재봉사들이 이런 행동을 한 이유도 알아냈기 때문이다. 이에 예리는 또 하나의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다음날 가짜 재봉사들과 꾸미와 함께 궁으로 향한다.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거짓을 알면서도 묵인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톡톡히 알려주는 동화였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도리어 다른 사람에게 그 죄를 덮어 씌울 경우 그 죄가 다른 형태로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진실을 말하기란, 생각보다 참 어렵고 힘든 일이다. 어떤 일,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신중하게 말을 해야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실을 외면한다면 세상은 거짓으로만 가득찰지도 모른다. 진실이 당연한 세상에서 아이들이 자라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