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바 2 - 제152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늘의 일본문학 15
니시 카나코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http://blog.naver.com/kindlyhj/220611994976 ☞ '사라바 1'

​2권에서 만난 성인이 된 아유무는 나약하고 찌질하기까지한 못난 남자였다. 어수선한 집안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학교생활에 적응해 보려고 했던 청소년기의 아유무와 달리 성인기로 접어든 아유무는 방탕하고 게으른 형편없는 남자였다. 어쩌다 이렇게 성장하게 되었을까..!! 아유무는 이혼한 아버지가 사준 집과 돈으로 생활하면서 끊임없이 다른 남자들을 만나는 엄마와 신흥종교라 할 수 있는 '사토라코몬사마'로 인해 다시 한번 큰 충격에 빠져있다가 두바이로 전근을 가는 아버지를 따라 나간 누나와 더이상 엮이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학을 집에서 멀리 떨어진 도쿄로 들어갔고, 마침내 매우 낡았지만, 혼자만의 공간이 생긴 아유무는 새로운 생활에 대한 꿈에 부풀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공부는 뒷전, 약 1년간 성욕을 풀기 위한 가벼운 관계를 끊임없이 맺었고 그렇게 그는 나락으로 슬며시 떨어졌다. 그러다 영화 동아리에 들어갔고, 약간 정신을 차리는가 싶었지만.. 아유무는 변하지 못했다. 자신을 버려두었고, 자신이 지닌 가능성을 외면했다.

문제를 일으키기 싫어 어영부영 우물쭈물한 행동을 보였고, 어쩌다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미리 피했다. 직면해야 하는 문제들에서도 이런 태도를 보이니, 대부분의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남을 탓하기에만 급급할 뿐,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을거라고는 조금도 생각치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가 사귀는 여자들의 미모는 급이 떨어져만 갔고, 어느날 갑자기 시작된 탈모로 인해 그나마 있던 자신감마저 사라져버리니.. 아에 사회부적응자가 된것처럼 행동했다. 어느날 정신을 차려보니 전성기를 지나 나이는 먹고 잘 찾아주지 않는 자유 기고가가 되어 있었던 아유무. 한심했다. 아뮤무 자신의 삶을 망친것은 엄마와 누나가 아니라 그 자신이었다. 애인에게 이용 당한 것도, 애인이 바람이 나버린 것도 알고보면 그가 자초한 일이었지만 그는 상대방에 대한 분노만 표출하기 바빳다.

그의 이런 성장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는 있었다. 속내를 모두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는 갑자기 무언가에 홀린듯 변해버린 후 연락을 하지 못했고, 바쁜 아버지와는 자주 만나지 못하는데다 만나도 어색해 했고, 엄마와 누나는 자신들의 일만으로도 힘든 사람들로 아유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철저하게 혼자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역시도 아유무 자신이 만든 고립감이었다. 조금만 행동을 했더라면, 생각만 하지 말고 실천에 옮겼더라면, 자신의 생각을 주장할 줄 알았더라면.. 그랬다면 이런 상황까지 되었을까? 제각각이 되어버린 가족들 중 의외로 제대로 된 성장을 이룬 사람은 누나 다카코였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는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또 여러 사건들이 있었지만 다카코는 스스로 일어섰다. 그런 다카코의 성장에 아유무는 당황했고, 그래서 그녀의 충고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번에 시간이 필요한건 아유무였다.

1권과 마찬가지로 2권 역시도 잔잔하고 담담하게 아유무의 성인 이후의 삶을 다루고 있었다. 담백하기만한 이런 류의 소설은 사실 평소에 잘 읽지 않기도 하고 나랑 안맞는 경우가 많은데, '사라바'는 신기하게도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갔다. 앞으로 나서는 것을 꺼리고, 잘못된 일이건 아니건 문제가 될 것 같은 일에 끼어들지 않으려고 하며, 제대로 감정 표출을 하지 못하던 아유무의 모습은 어쩐지 현대인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 아유무처럼 상대방을 이해하고 다가가려는 노력보다 한발짝 떨어지거나 외면하는 행동을 하진 않았나? 각자의 삶을 중시하는 이기주의로 삭막해져만 가는 요즘, 그의 이런 나약하고 못난 모습은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은근한 흡입력으로 매력있었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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