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루시 단비청소년 문학
임서경 지음 / 단비청소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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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은 지금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아픈 기억이고, 앞으로도 기억할 아픔이다. 이 이야기는 그런 전쟁을 겪어낸 부모님을 둔 한 아이의 이야기다. 주인공 루시는 '꽃드리'라 불리는 마을, 그러니까 타 지역 사람들은 '기지촌'이라 부르는 곳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누가봐도 미군인 흑인을 아빠로 둔 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외모를 가진 아이다. 그 때문에 많은 시선을 받았고, 받고 있으며, 툭하면 아이들의 놀림을 받고 있다. 엄마는 자신들을 떠난 아빠를 원망하면서도 그리워해 군부대에서 나는 소리만 들으면 술을 마시고 그렇게 괴로워 했고, 루시는 그런 엄마를 돌보면서도 씩씩하게 살고 있다.



"위안부도, 양공주도 모두 한국 역사의 희생양이여." 라는 말이 왜 이렇게 가슴을 아프게 하던지.. 맞다. 그분들은 우리 역사의 희생양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 과거가 그들의 발목을 잡았고, 대체로 녹록치 않은 삶을 살았을거라 짐작된다. 루시네처럼 말이다. 남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에 비뚤어졌을 수 있는 청소년기에도 불구하고 루시가 주눅들지 않고 꿋꿋하고 바르게 자라서 좋았다. '양공주'라 불리는 엄마를, 항상 진한 화장에 술에 취한 모습을 보이는 엄마를 한번씩 부끄러워해도 엄마를 걱정하고 엄마의 곁을 지키는 모습도 기특했다. 루시네 이야기를 보면서 그 시절의 미군과 '양공주'와의 사이에서 태어났을 아이들이 어떤 삶을 살았을지 궁금해진다.

루시의 이야기가 우리에겐 역사이지만, 지금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에서는 현재 혹은 다가올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사실이 참 안타깝고 슬프다. 전쟁이라는 단어는 인간이 멸종되지 않는 이상 사라지지 않을 단어인 것만 같아 답답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희망한다. 우리의 먼 미래까지도 더는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그리고 더 강해져서 다른 나라에 얕보이지 않기를, 전쟁의 희생양들이 만들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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