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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소녀 1
김종일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몇 가지 제약이 있어. 첫째, 확률이 로또 1등 당첨급이거나, 규모가 천재지변급이거나, 너랑 전혀 관계없는 사람을 끌고 들어오는 소원은 안돼. 길에서 100억 든 가방을 줍게 해 달라든가, 학교가 폭삭 무너졌음 좋겠다든가, 아이돌 멤버들이 널 사이에 두고 삼각관계에 빠지게 해 달라, 그런 소원은 빌어도 들어줄 수 없단 거지. 둘째, 누굴 죽게 해달라거나 이미 죽은 사람을 살아나게 해달라는 소원도 안돼. 난 신이 아니니까. 셋째, 한 가지 소원에 두 가지 이상을 요구해도 안돼. 예뻐지고 공부도 잘하고 싶단 식의 일타쌍피는 안된단 말이지. 넷째, 한번 빈 소원은 개봉해서 써 버린 상품과 같아. 상품의 특성상 교환이나 환불, AS가 불가능해. 나중에 가서 취소해 달라고 울고불고해도 대답은 노야. 끝으로 소원은 딱 세 가지, 그 이사은 안돼. 참고로,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제삼자의 눈에는 우연의 일치 혹은 본인 행위의 결과 정도로밖에 안 보여. 그러니 그 소원으로 어떤 말썽을 겪는다고 해도 뒷감당은 소원을 빈 당사자의 몫이다, 이거지." - P. 19-20
세상에 진짜 마녀가 있다면? 그래서 내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면? 대신 그 소원에 대한 대가는 치뤄야 한다면? 그렇다면 먼저 소원의 대가가 정확히 어떤 식으로 돌아오는지 파악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소원을 빌려고해도 저렇게 제약이 많아서야 원. 너무하지 않은가. 그리고 무엇보다 마녀가 그냥 무턱대고 소원을 들어줄리가 없다. 빤한 의도가 있을텐데, 그 의도가 무엇인지도 알아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주인공 '나린'은 이런저런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부모님을 여의고, 학교생활도 그리 원만하지 않았던 시기에 친한 친구가 되어준 '진희'의 '너의 소원을 말해봐!'는 진짜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물론 약간 소름끼치는 의식을 치뤄야하기는 했지만, 그저 하나의 오싹한 재미로 여기기에 충분했을 뿐이다. 그랬는데, 당황스럽게도 나린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이상할 정도로 집요하게 소원을 물어오던 진희에게 짝사랑 대상인 동준이와의 사랑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뿐이었다. 사실 동준에게는 중학생 때부터 사귀어 오던 여자친구 혜정이 있었으니 이 소원이 이루어질리 없었다. 그러니 그냥 해본 소리나 다름없는 소원이었는데, 동준이가 고백을 해왔으니 얼마나 당황스러웠겠는가. 정작 혜정이는 쿨하게 이미 헤어진 사이이니 상관없다는 식의 반응이었다. 그랬는데, 사흘 뒤 혜정이가 죽었다. 페북에는 유서까지 남겨져 있었는데 동준이와 나린이를 저격하는 글이나 다름없었다. 그 글은 거짓이었으나 이미 빠르게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그렇게 마녀사냥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부분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했다고 생각했다. SNS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이 어디 한둘인가. 연예인들처럼 유명인이 아니라도 친구 지인 사이에서도 SNS를 활용한 괴롭힘은 수없이 많다.
사람들은 올려진 글과 사진의 진위여부와 앞뒤 상황보다 그저 올려진 상황만 놓고 악플을 달기 바쁘다. 그 때문에 고통받을 사람은 생각지 않은채 말이다. 나린이 딱 이런 상황이었다. 이때부터 나린이의 악몽과도 다름없는 날들이 시작되었다. 그저 '사랑'을 이루고 싶었을 뿐인 한 소녀의 소원은 다른 한 소녀의 죽음과 사람들의 저주섞인 말들을 대가로 불러왔다. 하지만 나린은 절망적이지만은 않다. 그녀를 도와주는 '현민'이가 있었고, 동준이가 있었으며, 동생 나은이가 있었다. 그리고.. 영혼이 되어 인형 속에 갇힌 혜정이가 있었다. 무엇보다 다행스럽게도 나린이는 나약한 아이가 아니었다. 스스로 일어서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강한 아이였다. 한참 재미있을 때 이야기가 딱 끊어져버렸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 죽을 지경이다. 도대체 무슨 비밀들이 이렇게 많은지. 현민이와 동준이에게도 비밀이 있었고, 무엇보다 진희에게 큰 비밀이 있었다.
비밀도 비밀이지만, 진희가 소원을 들어주는 진짜 이유도 궁금하다. 가독성이 정말 좋다. 쉴새없이 몰아치는 느낌! 오싹하면서도 궁금함에 책장을 넘길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2권에서 마주할 이야기의 결말이 궁금하다. 이 소설은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를 통해 연재되었던 이야기라고 한다. 브릿G 어플을 받아놓고 작품들 봐봐야지 한지도 한참이나 지났지만, 역시나 이상하게 인터넷으로는 잘 봐지지가 않는다. 이제 시대에 편승해 온라인으로 보는 법도 익숙해져야 함에도 나는 여전히 종이책에 눈을 돌린다. 이러니 이런 작품도 놓치는게 아닌가. 브릿G를 통해 진작 만나봤다면, 더 반가웠을 것을! 정말로 앞으로는 종종 브릿G를 방문해서 작품들을 살펴보고 읽어봐야겠다. 온라인 플랫폼에 익숙해지도록 말이다. 브릿G에서 또 어떤 작품들을 종이책으로 만날 수 있을지.. 기대되고 궁금하다. 그전에 이 책의 2권부터 매우 빨리 만나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