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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마다가스카르 - 현직 외교관이 들려주는 생생한 마다가스카르 이야기
성화수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3월
평점 :

한 나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발로 걷고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 성화수의 『내일은 마다가스카르』는 그런 의미에서 ‘직접 살아본’ 사람이 쓴 책으로 겉핥기식 여행기를 훨씬 뛰어넘는다. 저자는 외교관으로 마다가스카르 대사관에 근무하면서 현지에서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이 땅의 역사와 문화, 생태와 정치, 사람들의 숨결까지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마다가스카르는 바오밥나무와 100종이 넘는 여우원숭이의 고향이다. 전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생물들이 살아가는 자연의 보고(寶庫)다. 흔히 학자들은 이곳을 ‘진화의 박물관’이라고 부르지만,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수백만 년 전의 생명들이 지금도 그대로 살아 숨 쉬는, 살아 있는 자연 박물관 같은 곳이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자연 풍경 이면에는 세계에서 손꼽히게 어려운 경제 상황과 삶의 조건이 있다. 매일같이 전기가 끊기고 물이 나오지 않는 날이 반복되며 의료와 교육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 사람들의 얼굴엔 미소가 많다. 가진 건 적지만 나눌 줄 알고, 힘든 가운데서도 서로를 도우며 살아간다. 작가는 그런 모습을 단순히 낭만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저 사람들은 아무리 가난해도 행복하대요’ 같은 피상적인 위로로 넘기지 않고, 이 삶이 어떤 뿌리에서 나왔는지, 역사와 문화, 식민의 흔적, 부족 사회의 연대가 어떻게 지금을 만들었는지를 하나씩 짚어간다. 그리고 묻는다. 우리가 보는 ‘행복’과 그들이 말하는 ‘삶’은 과연 같은 의미일까?
이 책에는 ‘무라무라(mora mora)‘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은 이 말을 일상적으로 쓴다. “천천히, 여유 있게”라는 뜻인데, 단순히 속도를 말하는 게 아니다. 삶 자체를 그렇게 받아들이는 태도에 가깝다. ‘더 빨리, 더 많이’에 익숙한 우리가 이 단어에 마음을 빼앗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건, 최근 한국과 마다가스카르의 관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도 언급되듯, 우리나라는 마다가스카르와의 외교 및 자원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저자는 이를 단순한 국가 간의 이해관계로 보지 않고, 보다 깊은 인간적 교류의 가능성으로 바라본다. 우리가 마다가스카르에 줄 수 있는 것이 단지 경제적 지원에 머물지 않듯, 이들이 우리에게 건네줄 수 있는 것도 물질 너머의 태도와 통찰일 수 있다고 조용히 이야기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촘촘히 실려 있다. 다큐멘터리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제작에 협력했던 일화부터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에게 중요한 전통인 ‘제부소싸움’, 오랜 식민 지배와 그 안에서 만들어진 복잡한 민족 정체성, 해적의 전설과 왕국의 몰락, 그리고 18개 부족의 전통 문화까지. 어느 하나 대충 다루는 법 없이, 깊은 관찰과 성찰을 바탕으로 엮어냈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건 이 모든 내용을 외교관답게 차분하게 서술하면서도 한 사람으로서의 따뜻한 시선을 끝까지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다가스카르를 그냥 멀고 낯선 땅으로만 보지 않게 만드는 건, 아마도 저자의 이 겹겹의 시선 덕분일 것이다.
『내일은 마다가스카르』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이야기이자 낯선 땅에서 자신을 다시 발견한 한 사람의 고백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 너무 빨리 달리고 있는 건 아닌지. 조금 멈춰 서서, ‘무라무라’라는 삶의 속도를 생각해볼 수는 없는지 말이다.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의 신비한 섬, 마다가스카르의 대한 모든 것과 저자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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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다스북스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마다가스카르는 그린란드, 뉴기니, 보르네오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으로 그 크기를 자랑한다. 또한, 전 세계 50여 개 섬나라 중에서는 인도네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나라이기도 하다. 면적만 해도 587.041 km²로 한반도의 2.7배에 달하며, 남쪽 끝에서 북쪽까지 비행기로 4시간을 넘게 날아야 할 정도로 광활하다. 그 길고도 긴 해안선은 무려 5,000km에 이르며, 아프리카 대륙의 어느 나라보다도 길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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