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뇌 - 일상에서 발견하는 좌우 편향의 뇌과학
로린 J. 엘리아스 지음, 제효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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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생각이 늘 옳다고 생각하는가?

로린 J. 엘리아스의 ‘기울어진 뇌’는 이러한 질문으로 시작해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믿으며,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지를 하나하나 짚어준다. 이 책은 그동안 ‘나는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믿고 살아온 우리에게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게 경고를 던진다.

책의 초반에서 엘리아스는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꺼내든다. 전 세계 인구의 약 90%가 오른손잡이라는 점이다. 단순히 손을 쓰는 방식이 다르다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손은 단지 습관이나 유전의 문제가 아니라, 뇌가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조작하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편향의 상징’이다. 놀라운 건, 이처럼 압도적인 비율로 한쪽에 치우친 행동 양상은 우리가 가진 다른 신체적 특성이나 기능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오른손잡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인간 뇌의 ‘비대칭성’이 얼마나 뚜렷한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얼마나 오른손을 주로 쓰는지 보면, 뇌가 얼마나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물리적 편향은 단지 손에만 머물지 않는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고, 어떤 정보를 신뢰하며, 어떤 방향으로 세상을 이해하려 하는지까지 이어진다. 다시 말해, 오른손잡이라는 생물학적 습성은 뇌가 편향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구조적 습관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다.

이처럼 기울어진 뇌는 우리 뇌가 얼마나 쉽게 편향되고, 얼마나 자주 현실을 왜곡하는지를 다양한 실험과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예를 들어 같은 사실을 놓고도 사람마다 전혀 다르게 해석한다는 건 익숙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이 책은 왜 그런 일이 생기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해준다. 중요한 건 이런 차이가 단순한 개인차나 성격 문제가 아니라 우리 뇌 자체의 작동 방식 때문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자주 빠지는 대표적인 생각의 함정 중 하나는 ‘확증 편향’이다. 이건 쉽게 말해, 내가 이미 믿고 있는 것만 믿고, 내 생각에 반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부정하는 뇌의 습관이다. 책에서는 이 편향이 얼마나 강력하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면서 놀랍게도 똑똑한 사람일수록 이런 편향에 더 쉽게 빠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똑똑한 사람은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할 논리를 더 잘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저자는 감정의 역할도 강조한다. 우리는 흔히 이성과 논리로 판단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결정은 감정이 먼저 작동한 후 이성이 그 뒤를 따르는 구조다. 기분이 좋을 때 세상이 더 밝아 보이고, 불안할 때는 작은 문제도 크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의 뇌는 감정을 기반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내가 지금까지 확신했던 것들이 과연 진짜일까?“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저자는 뇌과학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스스로가 어떤 편향을 가지고 있을지 생각해보도록 유도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점점 내가 얼마나 기울어진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무겁거나 어려운 과학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은 굉장히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이야기로 가득하다. 뉴스, SNS, 직장 생활, 인간관계, 심지어 연애까지—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이 ‘기울어진 뇌’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서로 다른 의견이 갈등을 만드는 시대에는, 이 책이 더더욱 필요한 이유가 분명하다.

‘기울어진 뇌’는 우리에게 완벽한 판단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 스스로가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지를 인정하고, 그 사실을 기반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확신’보다 ‘의심’을 갖고, 나와 다른 사람의 관점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진짜로 생각하는 시작점 이라는 걸 알려준다.


'알에이치코리아RHK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일반일을 대상으로 한 대부분의 조사에서도 약 80퍼센트가 오른발을 주로 쓴다고 추정됐다. 주로 사용하는 손에 관한 데이터와의 공통점은 왼박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의 비율이 나이가 어릴수록 높다는 것이다. 60세 이상이 되면 오른발을 주로 쓰는 사람의 비율이 크게 높아진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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