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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술
조숙현 지음 / 아트북프레스 / 2024년 12월
평점 :

“우리 주변의 예술과 예술가들을 조명하며,
현대미술을 더 가까이에서 바라보도록 돕는 책”
현대 사회는 고전에 열광하는 시대다. 고전 소설, 고전 철학, 고전 미술 등 옛 것이 더 가치 있고 위대한 것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강하다. 현대미술이 언급될 때도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아이 웨이웨이(Ai Weiwei),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같은 ‘세계적인 슈퍼스타’ 몇 명만이 조명될 뿐이다. 하지만 우리의 ‘가까운 미술’—즉,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예술 세계에 대해서는 좀처럼 논의되지 않는다.
조숙현 저자는 2009년 겨울, 미술 월간지 퍼블릭아트의 기자로 입사하면서 현대미술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작가를 만나고, 미술계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트렌드를 접하며 자연스럽게 ‘아트 월드’를 익혀갔다. 이전까지 현대미술에 대한 그의 인식은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현대미술이라는 세계가 이렇게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에도 이렇게 다채롭고 재능 있는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후, 그는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된다.
“왜 사람들은 이 작가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이들을 세상과 연결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저자의 일과 삶을 관통하는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그는 현대미술 전시를 기획하고 글을 쓰는 삶을 살아가며, ‘가까운 미술’을 알리는 일을 자부심 있게 지속해왔다. 미술관 가까이에서 생활하는 것, 그리고 좋은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것은 그에게 커다란 기쁨이자 풍요로움이었다.
왜 사람들은 현대미술을 어려워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술을 싫어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미술을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대중의 관심은 여전히 인상주의나 팝아트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피카소의 성공, 고흐의 비극, 앤디 워홀의 정치력, 까미유 클로델의 비극적인 생애 등, 드라마틱한 개인 서사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개인적으로 생각해본 이유를 말말해볼까 한다.
1. 시각적 직관성
인상주의나 팝아트는 형태나 색감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편이다. 반면, 현대미술은 맥락을 모르면 해석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이나 마르셀 뒤샹의 변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쉽게 “이게 왜 예술이지?”라고 묻는다.
2. 미술 교육의 영향
학교 미술 교육에서도 이런 차이는 두드러진다. 보통 교과서에서 강조하는 작가는 인상주의 이후의 유명 화가들이다. 현대미술이나 개념미술은 상대적으로 덜 다뤄지다 보니, 대중은 익숙한 스타일을 선호하게 된다.
3. 예술가의 스토리에 대한 몰입
사람들은 작품 자체보다 그 작품을 둘러싼 예술가의 삶과 이야기에 더 쉽게 감정이입한다. 고흐의 비극적 삶, 피카소의 천재성, 워홀의 대중문화 장악력 같은 이야기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미술을 감상할 때도 작품 자체보다는 그에 얽힌 서사가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4. 예술의 상품화
예술도 결국 하나의 상품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고 소비하는 작품이 더 자주 전시되고 팔리는 구조다. 고흐, 피카소, 워홀 같은 이름은 브랜드처럼 작용해 전시 티켓 판매, 유튜브 조회수, 출판물 판매량을 보장한다. 새로운 예술가를 발굴하기보다, 이미 검증된 유명인을 다루는 것이 안전한 선택이 되는 것이다.
현대미술을 향한 무조건적인 찬양은 오히려 대중과의 거리를 더욱 벌어지게 한다. 현대미술이 종종 ‘그들만의 리그’ 혹은 ‘벌거벗은 임금님 놀이’처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예술이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고 생각하지만, 현대미술은 때때로 당혹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의 진짜 삶이 그러하듯이, 예술 역시 반드시 명확하고 친절할 필요는 없다.
대중은 익숙한 것을 선호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경험을 통해 감각을 확장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미술 교육 방식이 변화해야 하고, 사람들이 낯선 예술을 접할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 또한, 기존의 유명 작가 중심의 콘텐츠에서 벗어나 동시대 예술가들의 작업을 더 적극적으로 조명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지난 10년간 미술 현장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동시대 예술과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화려한 성공담이나 비극적 서사가 아닌, 예술가들이 겪는 현실적인 곤경과 행복, 가난하고 광적이며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미술의 세계를 담고 있다.
우리는 종종 예술이 너무 멀리 있다고 느낀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예술은 언제나 우리 가까이에 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알아보지 못할 뿐이다. 이 책은 바로 그 ‘가까운 미술’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우리가 고전만을 숭배하고 익숙한 것만을 소비하는 데 머무른다면, 예술은 더 이상 새로운 감각을 열어주는 통로가 되지 못할 것이다. 현대미술이 낯설고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새로운 시각을 가질 기회인지도 모른다. ‘가까운 미술’은 지금,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예술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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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프레스'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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