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리움 -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 제작지원 선정 도서
복일경 지음 / 세종마루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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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리움』은 단순히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상상한 소설이 아니다. 복일경 작가는 이를 통해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되돌아보고, 인간과 자연, 동물의 관계를 재정립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는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소설의 배경은 2110년의 지구다. 주인공은 수의사로, 그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미래라는 시점에서 독특한 기술들이 등장하지만, 삶의 방식은 오히려 과거로 회귀한 듯한 모습이다. 대표적인 예로 샴푸와 건조를 한 번에 끝내주는 샴푸머신, 물 사용이 극도로 제한된 샤워머신, 그리고 기능성 옷과 같은 기기들이 있다. 물 사용과 자원 소비가 제한되고, 자동차 대신 자전거가 도로를 채운 모습은 환경을 중심으로 변화한 새로운 규범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과거 대재앙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사건 이후 강제된 결과였다. 도로위를 채운 자전거를 탄 사람들의 무표정한 모습은 깊은 슬픔과 상실감을 반영한다.


작가는 기술이 발전했음에도 황폐해진 지구와 우울해진 인간의 삶을 묘사한다. 육식 문화는 변화하고, 동물을 보호하며 인간과 공존하는 새로운 사회를 구축하는 듯 했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아이러니는 소름 끼칠 정도였다. 동물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동물을 가둬 최소한의 동물성 자원을 관리하는 ‘센트리움’ 공장이 등장한다. 이곳에서 동물들은 살아 있는 기계처럼 다뤄지며 자유와 존엄을 빼앗는다. 인간이 만든 이 시스템은 겉으로는 자연과 동물과의 공존을 표방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여전히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위선적 모습이다. 이에 더해, 동물들이 고통스러운 현실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장면은 마음을 깊게 울린다.


소설의 주인공은 자신의 백 번째 생일을 맞아 과거의 육식 문화를 기록하고, 현재의 동물 친화적 사회를 비판하기로 결심한다. 그의 시선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처럼 작용하며 과거의 탐욕과 파괴를 회상하는 동시에 현재 시스템의 모순과 위선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이는 독자에게 단순히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넘어 생명 윤리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특히 ‘센트리움’ 시스템은 디스토피아적 상상이면서도 현실의 연장선처럼 느껴진다. 공장식 축산과 기후 위기,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재앙은 소설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인간의 이기심이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키는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동시에 깨닫게 되는 것은 변화는 거창한 혁명에서 시작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변화는 우리의 식탁에서, 소비에서, 삶의 작은 습관에서 시작된다. 이는 작가가 독자에게 전하는 분명한 메시지다. 인간과 자연, 동물의 관계를 다시 정립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미래는 없다.


마지막 장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다. 머지않아 다가올지도 모를 현실 같은 이야기다. 『센트리움』은 우리에게 멈춰 서서 삶의 방향을 재조정하라고 말한다. 삶의 본질을 되돌아보고, 우리 선택이 미래 세대에 어떤 영향을 줄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이다. 주인공의 백 번째 생일이 독자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것처럼, 이 책은 독자에게 강렬한 경고이자 희망의 메시지를 남긴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센트리움』은 단순히 소설로 읽히는 것을 넘어 삶을 바꾸는 거울이 된다.


디스토피아 : 개개인이 사회에 억눌려 인간적인 삶을 누리지 못하는 세상을 말한다. 디스토피아는 원칙적으로는 개개인이 단순히 살기 어렵다고 해서 그것을 디스토피아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바꿔 말하자면 디스토피아의 세계는 과거 어느 순간 유토피아적인 이상을 이룩하려고 했으나 그 시도가 실패한 끝에 도달하는 세계라고 할 수 있다.


'글씨앗x세종마루' 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패드를 끄려는데 문득 기사 하단에 달린 댓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자신을 전직 수의사라고 밝힌 작성자는 고래들이 동반자살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순간 피식 웃고 말았다. 동물이 자살하다니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였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나와 비슷했는지 댓글 아래에는 ‘좋아요’ 대신 ’싫어요’를 나타내는 아래 엄지가 수백 개가 매달려 있었다. 나 역시 아래 엄지를 꾹 누른 뒤 패드의 전원을 껐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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