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성공할수록 불안해할까 - 남에겐 관대하고 나에겐 가혹한 여성들의 가면 증후군 탐구
밸러리 영 지음, 강성희 옮김 / 갈매나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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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이라는 단어에는 묘한 흡입력이 있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성공해야 한다는 말을 거의 주문처럼 듣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성공의 맛을 조금이라도 본 순간 기대와는 다른 불청객이 따라온다. 밸러리 영의 책 ‘우리는 왜 성공할수록 불안해할까’는 바로 이 불청객인 ‘가면 증후군’에 대한 이야기다.


책을 펼치며 들었던 생각은 ‘이 불안의 감정이 결코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구나’라는 안도감이었다. 저자는 가면 증후군(Impostor Syndrome)을 간단히 정의한다. 자신이 이룬 성과를 스스로 평가절하하며 타인의 기대를 채우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심리다. 중요한 건 이 증후군이 단지 몇몇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사회와 긴밀하게 얽혀 있다는 점이다. 사회가 성공의 기준을 높게 세우고 끊임없이 비교와 경쟁을 조장할수록 이 증후군은 더 널리 퍼진다.


책은 내가 놓치고 있던 질문을 던진다. “왜 우리는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고 느낄까?” 저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자신과 타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성공한 여성, 소수자, 창의적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가면 증후군을 자주 경험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여성들은 특히 “너무 잘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 속에서 자기 의심에 빠지기 쉽고 소수자들은 “내가 이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멈추지 못한다고 한다. 나 역시 이런 순간들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우리의 불안을 촉발시키는 내면의 목소리에 대한 설명이다. 그 목소리는 주로 “운이 좋아서 그랬겠지”, “조금만 틀리면 다 들킬 거야”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목소리를 ‘비판적 내면’이라 칭하며, 우리가 그 목소리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은 놀랍도록 단순하다.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스스로를 의심하는지 일단 알아채고, 이를 인정한 다음, 점진적으로 새로운 내면의 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또한,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저자는 가면 증후군을 극복하는 실질적인 팁들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성과를 기록하는 작은 습관이 의외로 큰 효과를 준다는 내용이 인상 깊었다. 내가 잘한 일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했던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실패가 두려워 기회를 포기하지 말라”는 저자의 조언 역시 뼈아프게 다가왔다.


밸러리 영은 이 책을 통해 성공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불안이라는 그림자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하지만 그 그림자를 무조건 몰아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불안을 인정하고 때로는 그것과 동행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숙의 길이라고 강조한다. 그 말은 마음을 묘하게 편안하게 해주었다. 성공이 불안을 동반하더라도 그것이 나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증거는 아니라고 끊임없이 말해준다.


책을 읽고 나니 완벽함을 추구하는 대신에 내가 쌓아온 성취의 흔적을 돌아보면서 조금은 너그러워져보기로 마음 먹어 본다. ‘불안을 나 혼자만 느끼는 것이 아니구나’라고 위로 받기도 했다.

이 책은 불안 속에서도 성장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성공 뒤에 숨겨진 불안의 무게를 느끼고 있다면 이 책이 그 짐을 잠시나마 덜어줄 것이다. 불안이라는 그림자는 항상 우리 곁에 있겠지만, 그 그림자마저도 우리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래본다.


'구구의 서재 @book.gu_book.gu)'님을 통해 '갈매나무' 출판사의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현실적으로 모든 실수는 우리를 인간답게 만든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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