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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를 증명하지 않는 삶에 관하여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0월
평점 :
“쓸모를 증명하지 않는 삶에 관하여”
: 삶의 본질을 되돌아보는 철학적 초대장
스벤 브링크만의 ‘쓸모를 증명하지 않는 삶에 관하여’는 현대 사회의 심각한 도구화 경향을 날카롭게 짚어내는 책이다. 우리는 흔히 효율, 목적, 그리고 결과라는 잣대로 삶을 평가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 “삶 자체는 무엇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이 책은 우리를 이 질문의 중심으로 데려가며 도구화된 세상 속에서도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삶’을 탐구한다.
삶은 수단인가, 목적인가?
책의 초반에서 저자는 오늘날의 사회가 모든 것을 수단으로 삼으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 삶에서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것,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이 책을 통해 다루려는 ‘태도’ 또는 ‘관점’이다. 이는 사랑, 우정 같은 인간적 가치들조차 실용적 관점에서 평가되는 현실을 비판한다. 저자는 관계조차 개인의 이익 여부로 판단되는 세태가 ‘현명함’으로 포장되는 시대를 우려한다. 이러한 흐름은 돈이라는 발명품과 더불어 심화되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돈은 물건과 서비스의 질적 차이를 평평하게 펴서 모조리 양적인 차이로 만들어버린다. 돈의 잣대는 모든 것을 동일한 저울로 평가하며 우리의 삶에서 질적 다양성과 고유한 가치를 말소시킨다.
저자는 도구적 활동과 관계가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인정한다. 도구적 활동이나 관계는 그 자체로는 별 문제가 없으며 사실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여기서 문제는 삶 그 자체를 도구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그는 삶의 모든 측면이 도구화되었을 때 우리가 잃게 되는 의미를 환기시키고자 한다.
저자는 이러한 도구적 관점이 어떻게 인간의 본질을 왜곡하는지 분석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수단으로만 대할 때, 그 본연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보지 못하게 된다. 예컨대 사랑은 경제적 효용으로, 취미는 생산성의 도구로 변질된다. 그는 이를 통해 인간다운 삶을 잃어가는 과정을 지적하며 새로운 삶의 태도를 모색할 것을 제안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대안은 명확하다. 세상과 자기 자신을 도구적 관점이 아닌 실존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태도이다. 삶의 본질적 가치를 되찾으려면 우리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세상과 다른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 관계를 맺을 때 처음 떠올리는 생각이 도구주의에 기반할 때 생기는 문제를 밝혀 경계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삶을 효율의 잣대에서 해방시켜, 사랑, 우정, 창작, 그리고 단순한 존재 자체의 가치를 인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러한 태도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우리를 지탱할 단단한 토대를 제공한다.
‘쓸모를 증명하지 않는 삶에 관하여는’ 우리가 왜 살아가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단순히 효율적이고 유용한 삶을 추구하기보다는, 삶의 목적 자체를 다시 생각해볼 것을 요청한다. 현대인의 삶이 끊임없이 성과와 결과로 평가받는 환경에서 저자의 메시지는 불편하면서도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 책은 ‘도구화된 세상’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인간다움을 잃지 않을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철학적 안내서다.“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어려운 이들이나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서 제공하는 10가지 관점을 지속적으로 성찰하고 스스로 질문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도구적 관점을 넘어선 의미 있는 태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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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채손독) @chae_seongmo'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철학은 우리가 더 깊이 파고들어 기존의 믿음을 흔들도록, 심리학 같은 학문이 미처 닿지 못하는 불편한 질문을 계속해서 묻도록 도와줍니다.(중략)
철학사 연구자 피에르 아도의 표현에 따르면 철학적 성찰의 목적은 우리가 ‘철학적 삶’을 살 수 있도록 합니다. 현대 학문 분과에서 철학은 분석적인 학문이지만, 원래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는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었습니다. 개인이 좋은 삶을 살도록 돕는 윤리학이나 좋은 사회를 만들도록 돕는 정치학이 철학의 한 분과였다는 사실은 삶의 방식으로서 철학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예지요. 이런 맥락에서 철학은 무엇이 의미 있는 삶을 만드는지 성찰하도록 돕습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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