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의 장편소설 [풍수전쟁] 개정증보판은 우리에게 익숙한 '역사'라는 개념을 뒤집어 생각하게 만드는 독특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한 개인의 이야기라기보다는 한국 사회 전반을 이루는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들을 파헤치는 탐사로서 풍수지리와 역사적 왜곡이 어떻게 맞물려 한국의 정체성과 미래를 위협하고 있는지를 밝힌다. 이번 개정증보판에는 풍수지리학뿐 아니라 한국 사회가 당면한 중대한 문제인 인구 위기와 국가의 생존을 둘러싼 현대적 갈등이 핵심 주제로 추가됐다. 한국이 맞닥뜨리고 있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소설은 과거의 유산이 현대적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해당 내용과 관련하여 저자는 ‘작가의 말(프롤로그)‘을 통해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인다. 개인적으로 인구 위기 관련 발언 부분은 정확한 팩트이면서 현실 상황을 제대로 집어 낸 부분이라 핵사이다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던 부분이다.(밑줄친 부분)
고려 멸망의 결과를 가져온 위화도 회군을 불러온 고려의 요동 정벌은 철령위 사건 때문에 단행되었는데 철령의 위치가 어딘가에 대해서는 두 개의 주장이 정반대로 대치한다고 하였다. 철령위를 직접 설치했던 명나라는 요동에 있다고 기록했고,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 조선사편수회(朝鮮史編修會, 『조선사』의 편찬을 목적으로 설립된 조선총독부의 총독 직할 기관이다. 1925년 6월 칙령 제218호로 공포한 ‘조선사편수회관제‘에 따라 만들어졌다)의 일본학자들은 한결같이 강원도 철령을 고집했다. 철령위가 중국 관소인 만치 그게 어디에 있는가는 그 관소를 설치한 중국의 기록이 가장 정확할 수 밖에 없지만 한국의 교과서는 일본인들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여 가르치고 있다. 저자는 이건 소극을 넘어 범죄에 해당하는 일이라고 꼬집는다. 일본은 한국이나 중국과 달리 독특한 주술의 전통이 있는데, 조선총독부는 조선의 역사 논리와 과학을 지우고 묘한 주술을 집어 넣기도 했다. 정문부가 왜군 2만을 죽인 사실을 기록한 북관대첩비를 야스쿠니 신사에 가져다 탑머리에 육중한 돌을 얹어 기를 죽이려 한데서도 알 수 있다. 이에 저자는 우리 국민이 모든 현혹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지각해야 한다는 강렬한 염원을 담아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이번 책으로 한국의 인구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독자들과 함께 생각할 수 있으면 하였다. 책에는 인구 문제의 해결책을 보다 직설적으로 담기도 하였다.
세계 유수의 연구소들은 20년 후에는 상위 36개국 중 한국만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고 예측하며 한국의 인구 소멸은 국가 소멸로 이어질 정도라 전망하지만 이미 우리나라는 모든 단계의 기회를 다 놓쳐버렸기 때문에 닥쳐오는 비극을 피할 도리가 없다.
본래 아무 대책도 없는 이 나라 현실에 강력한 경고를 발하기 위해 책을 썼던 나는 단순한 경고만으로는 어떤 효력도 없다는 사실 앞에 좌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장 내 눈앞의 현실만이 제일이라는 사고가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런 경고는 하나 마나라는 사실을 책 출간 후 얼마 되지 않아 바로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젠가 저자의 강연을 들었던 모 기업인이 그날 들었던 인구 문제 해법이 매우 현실적이라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고 한다. 그래서 강연에서 얘기했던 해결책을 직설적으로 담은 개작을 내주기를 강력하게 청하게 되었다고 한다. 한번 낸 책을 개작한다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고 썩 내키는 일도 아니었지만 한국의 인구 위기의 심각성과 해결을 바라는 마음에서 국민과 공유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개정증보판을 내게 되었다고 하였다.
이러한 저자의 기원이 담긴 책이 [풍수전쟁]이다.
우선은 이 책의 전반적인 줄거리를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대략적으로 요약해보았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은하수는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국가의 운명이 걸린 중요한 문제를 맡는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한 정치적 갈등이나 외교적 문제를 넘어서서 더 깊은 차원의 것을 요구한다. 이 미스터리한 사건은 일본이 한국에 걸어놓은 풍수적 저주에서 비롯된다는 설정은 매우 흥미롭다. 특히, 저주가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소설에서 일본은 단순한 군사적 침략자나 정치적 경쟁자가 아니다. 그들은 풍수지리와 역사 왜곡이라는 이중의 무기를 사용해 한국의 정기를 무너뜨리고, 심지어 미래의 한국을 영구적으로 약화시키려 한다.
은하수가 이형연이라는 풍수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이야기는 더 큰 전환점을 맞이한다. 이형연은 학문과 과학, 신비학에 모두 능통한 인물로서 일본이 사용한 풍수 저주를 풀고, 한국의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단순히 문제 해결에 그치지 않고,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과연 우리는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
일본의 역사 왜곡에 얼마나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가?
이 소설의 중요한 테마는 '역사 바로잡기'다. 위에 언급한 철령위 사건이 그 왜곡된 역사 사실 중 하나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역사에 더 깊은 관심을 갖고, 왜곡된 역사를 제대로 알고 올바르게 잡아갈 수 있길 소원한다. 또한, 이 소설은 ‘왜덕산' 사건을 다루면서 한국과 일본의 기가 충돌하는 지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에서 승리한 후 전사한 일본 군인의 유골이 묻힌 이곳에서 일본의 좌도밀교가 한국의 기를 무너뜨리기 위해 유골을 뒤집어놓은 장면은 이 소설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이는 단순히 역사적 복수가 아닌, 양국의 기(氣)와 정신의 전쟁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진명은 풍수를 단순한 신비적 믿음이나 미신으로 취급하지 않고, 국가의 존망과 연결된 중요한 요소로 다룬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단순히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풍수전쟁]은 한국의 현재 문제, 특히 인구 절벽과 교육 문제까지도 연결시킨다. 일본의 저주와 역사 왜곡은 단지 과거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미래까지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일깨운다. 은하수와 이형연의 여정은 단순히 저주를 푸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마주하게 만든다.
결말 부분에서 이형연이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불을 지르려 하는 장면은 상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 사건은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역사를 바로잡고자 하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의 역사 왜곡과 기의 침탈에 맞서 한국의 기를 회복하려는 상징적 행위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풍수전쟁]은 단순한 소설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김진명은 이 작품을 통해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역사 속에서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풍수와 역사라는 독특한 주제를 다룬 이 소설은 우리가 잊고 있던 역사적 진실을 다시금 되새기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길을 제시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짙게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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