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는 그리스 비극 - 그리스 극장의 위대한 이야기와 인물들
다니엘레 아리스타르코 지음, 사라 노트 그림, 김희정 옮김 / 북스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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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비극은 연극의 기원, 특히 희곡의 기원과도 일치한다. 크게는 문학의 기원이자 예술의 기원이기도 하다. 인류 최초의 예술이론서라고 할 수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Poetics)‘은 우리가 흔히 문학의 중요한 장르로 꼽는 좁은 의미의 시(Poetry)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문학 또는 예술을 지칭한다. ’시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예술의 장르는 ’극시‘와 ’서사시‘이다. 극시는 곧 연극과 희극을 의미하며, 서사시는 산문형식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는 훗날 소설 장르로 발전하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를 대표하는 예술 중에서도 ’극시‘, 즉 연극을 높게 평가했고 그 중에서도 ’비극(Tragedy)‘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비극을 보거나 읽으면 슬픔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던 주인공이 재기 불가능한 비극적 결말을 맞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비극을 보고 나서 슬픔의 감정에만 빠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카타르시스’를 통해 마음이 정화되고 정신이 한껏 고양되는 느낌을 경험한다. 주인공은 불행한 상태에 이르렀는데 관객이나 독자는 왜 카타르시스를 체험하는 것일까? 이는 우리가 주인공의 삶을 통해 더욱 가치 있는 삶의 교훈과 의미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 ‘하룻밤에 읽는 그리스 비극’은 우리가 교양으로 꼭 읽어야 할 고전만 담았다. 그리스 3대 비극 작가 작품 8편과 사티로스극(익살극) 1편, 희극 1편을 실었다. 독자들에게 고대 그리스 비극을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고뇌와 성찰, 부조리한 세계에 대해 탐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사상, 철학, 예술, 문화는 한 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고전은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살아있다. 우리가 고전을 중요하게 여기고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에 소개된 작가는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아리스토파네스‘이다. 작가들은 그리스 신화의 영웅들과 여인들의 의혹과 반란, 해방을 위한 몸부림을 생생하게 전한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오늘날 모순된 현실을 돌아보게 만들고, 무엇보다 우리가 열광하고 감동하고 웃음을 터트리게 만들어 준다. 기구한 운명이 펼쳐지고 전쟁이 벌어지는 등 극적인 사건과 열기로 가득한 그리스 비극 안에서 감동적인 대화와 생각할 거리, 평생 간직할 교훈을 엿볼 수 있다.

그리스 비극은 인간의 고통과 비극적 운명을 통해 삶의 본질을 탐구하며 독자에게 깊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는 그리스 비극은 인간이 지어낸 가장 오래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라고 했다. 그것을 우린 고전이라고 부른다. 이탈리아 작가 ‘이탈로 칼비노’ 역시 “고전은 말해야 할 것이 무궁무진한 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룻밤에 읽는 그리스 비극’은 단순히 고전 비극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모든 작품이 주인공의 불행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인간의 오만과 한계, 주체할 수 없는 욕망과 그에 대한 벌, 목숨을 걸고 불의에 맞서는 정의, 인간과 법과 신의 법, 운명과 주체성 등 인간의 삶에 대한 가장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이 책은 그리스 비극을 소설 형태로 쓴 책이다. 책을 읽다가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꼭 희곡 원본으로도 만나보길 권한다. 살아있는 연극으로 만나보면 더 좋을 것 같다. 그리스 비극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생물이며 심지어 진화하는 생물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


도서협찬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채손독) @chae_seongmo
북스힐출판사 @bookshill_official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권력자들이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은폐하기에 급급한 침묵이었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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