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다 절교할 뻔 - 예고 없이 서로에게 스며든 책들에 대하여
구선아.박훌륭 지음 / 그래도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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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편지를 주고 받고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나는 중학교 3학년에 같은 반이었던 친구와 몇 년동안 편지를 계속 주고 받았다. 현재 내 보물 중에 단연 손 꼽히는 건 그 시절에 주고 받았던 편지들이다. 요즘은 친한 친구간에도 편지를 주고 받는 행위가 이행되고 있는 것 같진 않다. 특별한 날을 맞이할 때 단편적으로 주고 받는 편지 정도는 가능할지라도, 글을 쓰고 주고 받는 행위가 지속되기란 쉽지 않은 요즘인 것 같다.

그러한 생각이 굳혀 가던 찰나에 만나게 된 ‘책 읽다 절교할 뻔’이라는 책이 너무 반가웠다.
그 이유인즉, 책방을 운영하는 두 저자인 구선아와 박훌륭이 서로에게 보내는 36편의 편지를 엮은 책이었기 때문이다. 잊혀져 가던 편지에 대한 그리움을 부활시켜준 책이었다.

이 책은 두 사람이 읽은 책들과 그로 인해 생긴 생각과 감정들, 그리고 서로의 삶에 미친 영향을 담았다. 책방 ‘책방연희’를 운영하는 구선아와 약국 안 ‘아직독립못한책방’의 주인장 박훌륭이 서로 주고받은 편지는 읽는 이로 하여금 독서의 즐거움과 책이 주는 위로를 느끼게 해준다. 두 저자는 각자의 책방을 운영하면서 느낀 고민과 성취, 책을 통해 얻은 위안을 솔직하게 털어 놓고 있다.

개인적으로 구선아 작가는 ‘책만 팔지만 책만 팔지 않습니다’라는 책을 통해서 먼저 알게 된 분인데, 프롤로그 글에서 그녀의 특유의 문체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프롤로그 글 중에 평소 책에 대한 생각을 담은 글이 눈에 들어왔다. "책은 여름날 쓴 편지의 제목처럼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해줍니다. 또 세상과 연결하고 삶의 많은 것을 함께하고요. 특히나 저는 읽으면서 ‘나’를 인식하고, 타자와 공동체를 생각하고, 불안과 불행을 건너고, 어린이를 자라게 하고, 어른과 늙음을 관찰하고,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의 경계를 걷게 합니다. 삶의 가치와 해결하지 못할 문제들도 지나게 했고요." 구선아 저자가 쓴 이 문장은 책이 단순히 읽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 삶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존재임을 강조하고 있다. 책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는 말도 와닿았다. 결국 책은 사람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며, 사람을 제대로 이해하여 진정한 ‘우리’가 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연결책이 아닐까.

책 속에서 구선아 저자는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배수아 작가 번역)를 언급하며, "우리는 타인의 불행, 타인의 굴욕, 타인의 고통, 타인의 무력함, 타인의 죽음을 조금도 덜어주지 못하므로 최소한 타인을 이해하는 법이라도 배워야 한다"는 문장을 깊이 새긴다. (구선아의 세 번째 편지, p27). 이는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독서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임을 시사한다.

박훌륭 저자는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얻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린다고 말한다. "자발적 고독과 외로움을 겸비한 고독의 장인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에 끌렸는지도 모릅니다" (박훌륭의 네 번째 편지, p34). 그의 말은 고독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며 창의성과 자기 성찰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두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이 잘 녹아 있어 매우 감성적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들이 느낀 감정이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또한,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일상과 그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책을 통해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많은 독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특히 책방 운영자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많은 책방 운영자가 저와 같은 마음일 텐데요. 모객할 땐 항상 조마조마해요.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으면 어쩌지? 모객이 안 되면 어쩌지?" (구선아, 일곱번 째 편지, p55) 라는 구선아의 고백은 소규모 책방 운영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이 책은 독서의 힘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세상과 연결되고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이 잘 묘사되어 있다. "책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해줍니다" 프롤로그에 있던 말처럼,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책을 통해 혼자가 아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 읽다 절교할 뻔’은 단순한 독서 에세이가 아니다. 책을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고 자신을 발견하며 세상을 이해하려는 두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독서의 즐거움과 책이 주는 위로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그래도봄'출판사를 통해 도서 협찬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래도봄출판사 @graedobom.pub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제임스 댄커트, 존 D. 이스트우드의 ‘지루함의 심리학’을 읽고 있다며 "지루하다는 것은 현재 우리의 기본적인 심리적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지 못하는 상태"이며, "우리 마음이 지금 하는 일이 잘못됐다고 알려주는 신호"라고 했지요.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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