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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걸어온 자리 - 비우고 바라보고 기억하는 나의 작은 드로잉 여행
최민진 지음 / 책과이음 / 2024년 5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723/pimg_7157691244370766.png)
‘최민진’ 작가님의 친필 글이 쓰여져 있는 책을 받았다.
“비워 그린 풍경에 추억 하나 닿으면 좋겠다”는 말 한마디를 남겨 주셨다. 비워 그린 풍경들이라는 표현에 왠지 모를 평안함이 느껴진다. 비워 그린 풍경이 담긴 그림이라… 책 속에 담겨 있는 그림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그림을 통해 펼쳐질 이야기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책 표지 그림도 작가님이 직접 그린 그림이었는데, 어느 나라의 풍경인지 모르겠지만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 풍경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풍경을 보고 있자니 고즈넉한 아침 풍경에 지저귀는 새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마음이 어지럽고 복잡할 때 이런 풍경 속에 있다면, 조금은 여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잠시 생각해보기도 했다. 책에 담긴 그림을 전체적으로 훑어 보았는데, 대체로 수채화 풍의 그림과 시가 실려 있었다. 좋아하는 그림체였고, 내심 나도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보게 되었다. 그림을 보니 이국적인 느낌의 풍경이 많아 장소가 궁금했는데, 그림 아래에 나라와 도시 정보가 표기되어 있어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스페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체코, 미국, 스위스 등 수 많은 나라의 풍경이 담겨 있었다. 물론 국내 여러 장소의 풍경 사진도 담겨 있다. 수채화 느낌의 그림이라 그런지 풍경 속의 장소가 동화책에서나 볼 법한 미지의 세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평소 우리는 주변 풍경을 자주 놓치며 살고 있는 것 같다. 일상에 여유가 없고, 주변 풍경에 딱히 관심이 없어서 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인은 지나칠 수 있는 소소한 풍경들을 그림으로 담담하게 그려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물결과 일상 풍경의 흐르는 길을 그림으로 담았다.
우리는 그림을 통해 풍경을 담은 세계를 통해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과 아름다움을 볼 수 있지만, 그림을 통해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읽어내는 세계를 경험하기도 한다. 그림은 어느새 추억 속 장면의 한 단면이 된다.
다른 나라의 이국적인 풍경과 우리나라의 풍경에 표면적인 시각 차이는 있겠지만, 각 장소가 품고 있는 역사와 각자의 기억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본문 시 중 ‘잊힌 길 속으로‘에서 제일 마지막 부분에 ‘시간을 감고 풀며 길을 걷는다’라는 표현이 새로웠다. 시간을 조정할 줄 아는 마법사 같기도 하다. 시집을 읽다 보면 은유적인 표현이나 함축적인 표현이 사용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평소 상상하지 못한 표현을 마주할 때면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시인은 분명 언어의 마법사인게 틀림 없다. 평소 에세이, 정치/경제서, 역사책과 같이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만 보는 사람이라면 시집이나 그림책, 시와 그림이 함께 실린 책을 읽어 보면서 사고의 흐름이나 방향을 틀어 보는 건 어떨까? 새로운 자극을 느끼고, 사고의 확장면에서도 좋은 효과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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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채손독 @chae_seongmo
책과이음 출판사 @book_connector
[작성자]
인스타 #하놀 @hagonolza
블로그 https://blog.naver.com/hagonolza84
그림의 언덕
고흐와 테오가 머물던 집.
골목 파란 문 지나 대성당 언덕에서
파리를 내려다본다.
테르트르 광장의 오후는 인파로 붐빈다.
그림의 벽을 짓는 화가들.
이젤에서 돌아앉은 이가 무언가 바라본다.
보는 것의 아름다움,
보이는 대로의 인상,
빛으로 색으로 다른 세상.
그림에 담는 세계와
그림에서 읽어내는 세계가 물결친다.
‘나’를 들여다보길 기대하며
한 여행자가 스툴에 자리 잡는다.
화가의 몸짓 뒤로 세상의 여행자들이 지난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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